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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 '가두리 양식장'된 거래소...블록체인법학회가 해법 찾는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7 19:51

지난달 24일 창립총회를 연 블록체인법학회(http://blockchainandlaw.org)는 블록체인 정신에 기반하는 조직이다. 출발은 스팀잇처럼 블록체인 상에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대표자가 없는 조직을 만들려고 했다. 새로운 조직 실험이었다.

그러나 법인은 대표자가 있어야 한다는 법 때문에 회장 자리가 만들어졌다. 이를 학회 제안자인 이정엽 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맡았다. 그는 이날 창립총회에서 “현 단계의 기술적 한계를 지적하며 블록체인이나 비트코인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다른 기술과 달리 사회조직까지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속한 분야에서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학회를 제안했다”고 학회 설립 취지를 밝혔다.

블록체인법학회 창립총회가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법 강당에서 열렸다. 김경빈 기자


축사를 맡은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제적 부를 창출할 수 있다면 전통적인 화폐 개념의 테두리 안에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를가둬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블록체인법학회를 통해 깊이 있는 연구와 공론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고, 현장에서 회원으로 가입했다.

학회는 회원들이 프로젝트에 부여하는 점수로 연구 성과를 평가한다. 예를 들어 정회원은 연구에 10~100점, 일반회원은 1~10점을 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 점수를 토큰화해 경제적 가치도 부여할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학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창립총회 직후엔 학술대회가 열렸다. 총 12가지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세 가지 프로젝트를 골라 소개한다.

◇무법지대 거래소, 제도화될까
ㆍ프로젝트: 암호화폐ㆍ암호자산 거래소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ㆍ제안자: 이정엽 대전지법 부장판사
ㆍ협업자: 임일혁 대전지법 판사


이정엽 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 김경빈 기자

요즘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의 업종이 수산업이 됐다. 암호화폐 입출금을 막아버리는 ‘가두리 양식장’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어서다. 명분은 있다. 추가 해킹 피해를 우려해서라거나 보안 강화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서란다. 그러나 결과는 유사 카지노 개설이다.

암호화폐 입출금이 막히면 그 안에서 소위 ‘세력’들이 시세와 무관하게 가격을 조작한다. 말도 안 되는 가격이지만 내가 산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고 나오면 그만이라는 투기 심리가 가세한다. 지난달 17일 암호화폐 입출금이 정지된 오케이코인에서 트레이드토큰(TIO)은 최저 1610원에 거래됐지만, 최고가는 19만9900원을 찍었다.

증거를 못 잡았다뿐이지 작전 세력의 그림자가 너무 선명하다. 설사 세력을 적발했다 해도 주가 조작 등의 혐의로 처벌할 수도 없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제도화가 안 됐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현재 법정화폐와 암호화폐의 연결 통로를 제공하는 곳이다. 전통 거래소를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본시장법으로 암호화폐 거래소까지 포괄할 수 있는지, 그에 따른 문제점은 무엇인지 검토한다. 블록체인 생태계를 활성화하면서 투자자 보호를 할 수 있는 대안은 뭐가 있는지 모색해 본다.

◇암호화폐에 세금은 어떻게 물릴 것인가
ㆍ프로젝트: 블록체인의 회계상 인식 및 과세부과 방안 연구
ㆍ제안자: 서동기 대전지법 관리위원(회계사)
ㆍ협업자: 류충렬 카이스트 교수, 김대현 김앤장 회계사, 윤성헌 대전지법 판사, 박주현 후오비 변호사, 코빗 박명희 변호사

인간이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은 죽음과 세금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 규모가 한때는 20조 원에 육박했다. 그렇지만, 과세 기준이 없기 때문에 단 한 푼의 세금도 투자자들은 내지 않았다. 투자자들이 냈던 것은 거래소에 낸 수수료다.

일본은 투자자들에게 매매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물린다. 암호화폐 투자로 얻은 수익을 기타 소득으로 인정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뚜렷한 기준이 없다. 세금을 물리려면 암호화폐의 제도적 편입이 전제돼야 하는데 정부는 투기 열풍을 부추길까 우려해 제도화에는 소극적이다.

거래소 자체에 대한 과세는 이뤄지고 있다. 다른 회사들처럼 법인세를 낸다. 빗썸은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 약 544억 원의 세금을 내야 했지만, 벤처기업 인증을 받아 50%를 감면받았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거래소가 벤처기업에서 빠져 세금을 다 내야 한다.

일본은 이미 지난해 말 암호화폐 자산을 기업의 회계장부에 반영했다. 국내는 과세 문제와 관련해 걸음이 더디다. 예를 들어, ICO(암호화폐를 통한 크라우드펀딩)를 할 때 프리세일과 실제 ICO 단계에서 각각 매출ㆍ부채ㆍ자산을 어떻게 인식할지 판단해야 한다.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해당 법인이 어떤 파산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정해진 바 없다. 관련한 논의가 시급하다.


출처: blockchainandlaw.org



◇교도소 담장 위를걷는다...사기꾼은 누구인가
ㆍ프로젝트: 블록체인, 암호화폐 관련 형사법적 쟁점
ㆍ제안자: 김욱준 수원지검 부장검사(인권ㆍ첨단범죄전담부)
ㆍ협업자: 이덕진 대검 사이버수사과장, 권성희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 검사, 황재영 펜타시큐리티시스템 법무팀장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은 회색지대에 있다. 합법과 불법을 넘나든다. 사건에 따라 같은 행위가 때로는 합법으로, 때로는 불법으로, 때로는 편법으로 다뤄진다. 인터넷도 초기에는 스캠(사기) 취급을 받았다.

당장 암호화폐를 판매하는 행위가 사기일까.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행위가 있어야 한다. 기망(欺罔)은 허위의 사실을 말하거나 진실을 은폐함으로써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는 행위다. 기망행위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게 애매하다.

암호화폐 판매는 대부분 다단계 판매 방식과 연계된다. 보증되지 않는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으로 투자자를 꾀어 돈을 모은다. 유사수신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거래소 내부의 소위 ‘세력’도 처벌해야 한다. 암호화폐와 증권 관련 범죄는 그 겉모양이 닮았다. 증권 시장 안에서 내부자 거래, 시세조종행위, 시장질서교란 등의 행위자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 안에서 이뤄지는 유사한 행위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기존의 자본시장법에 따라 이들도 처벌할지, 그렇게 할 경우 다른 문제는 없는지, 아니면 아예 독립적인 법을 제정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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