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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가 인공지능에 일 뺏기지 않으려면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7 20:01

[더,오래] 파이터치의 50+를 위한 경제학(5)

인공지능이 산업 전반에 걸쳐 출현했다. 그 중에 하나인 공항 안내 로봇 ‘에어스타’. 에어스타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되어 이용객들에게 공항안내·탑승정보를 제공한다. [중앙포토]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공지능 컴퓨터인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에서 보았듯이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산업 전반에 걸쳐 출현해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문직인 회계사는 어떻게 될까. 나에겐 올해 50세 된 회계사 삼촌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문직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삼촌도 본인의 직업을 인공지능에 빼앗겨 자신의 노후가 불안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회계사의 비반복적 지능업무는 대체되기 어려워
영국 옥스퍼드대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와 마이클 오스본 교수가 2013년 내놓은 연구자료에 따르면 회계사는 향후 20년 내 컴퓨터에 의해 대체될 확률이 94%나 되는 직업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회계사의 업무 전부가 대체되는 것은 아니다. 2017년 파이터치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회계사의 비반복적 지능업무는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비반복적 지능업무란 무엇일까. 미국 MIT대 오토 교수 등은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따라 반복적 업무와 비반복적 업무로, 지능적 업무를 많이 필요로 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지능적 업무와 육체적 업무로 분류했다.

이 두 가지 분류기준을 결합하면 반복적 지능업무(기록보존 등), 비반복적 지능업무(분석, 대인 관리 등), 반복적 육체업무(분류, 조립 등), 비반복적 육체업무(수위 및 간병 업무 등)가 있다. 이러한 분류를 회계사 업무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회계사의 업무 분류 표. [출처 파이터치연구원, 제작 유솔]


회계사의 주요업무엔 세무서비스, 경영컨설팅, 회계감사가 있다.

첫째, 회계사는 재무 회계, 세무 신고, 인사 업무 지원 등 세무 서비스를 대행해준다. 이러한 업무는 일상적으로 반복되고 일정한 매뉴얼에 따라 이루어져 작업내용의 변경이 쉬워 반복적 지능업무로 분류되고,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

그 예로, 빅데이터 처리기술과 회계 인공지능을 접목해서 만들어진 더존 스마트A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사업과 관련한 거래 정보를 자동 수집하여 장부를 작성해 기업의 재무제표를 생성해주고, 세무 조정 업무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를 추출하여 주요 서식을 자동으로 작성하고 신고까지 처리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둘째, 회계사들은 신사업 투자 및 인수합병, 장단기 경영전략 수립, 인적 자원 관리 등의 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컨설팅 대상 기업에 대한 경영분석 등과 같은 것은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지만, 그 이후 본격적으로 수행되는 경영전략수립 및 자문 업무는 비반복적 지능업무로 경영자의 의사와 의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문가적 요소가 요구된다.


일본의 대표 전자업체 히타치제작소의 AI 컨설팅 기초 기술을 개발하여 사용자의 의견을 정리해 의사결정을 돕는 역할을 한다. [중앙포토]


그 예로, 일본의 대표 전자업체 히타치제작소는 기업의 경영판단을 지원하는 AI 컨설팅 기초 기술을 개발했다. 이 인공지능은 기업 의사결정에 찬성과 반대 근거를 각각 제시하여 최종 판단을 하는 정도까진 아니지만, 의견을 정리해 경영진의 결정을 돕는다.

셋째, 회계사들은 감사 계획 수립, 내부 통제제도 평가, 거래 및 계정감사, 보고서 작성 등 단계별로 회계감사를 수행한다. 감사인들이 기업의 주요 업무책임자와의 면담을 통해 기업의 핵심가치 및 중장기 전략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여 감사계획을 수립하면,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서류검토와 관리자 면담을 진행하여 내부 통제제도를 평가한다.

이 두 단계는 감사인이 실사를 통해 관리체계의 실효성을 파악해야 하므로 원활한 의사소통능력과 전문가적 통찰력이 요구되므로 비반복적 지능업무에 해당한다.

거래 및 계정감사 단계에서는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회계법인 딜로이트는 ‘알거스와 옵틱스’라는 인공지능을 개발해 실사, 합병, 임대 등의 업무와 관련된 수천장의 복잡한 문서들을 읽고 추출해 데이터를 재구성하고, 특정 산업의 수익 인식이나 가격 결정 등의 잠재적인 문제를 파악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위의 감사 내용을 ‘오딧파일’이라는 클라우드 기반의 감사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수 분 내에 감사 조서를 생성하여 정보이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이 두 단계에서 인공지능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반복적인 지능업무를 대신해주어 회계사들이 더욱 가치적 판단이 필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앞에서 본 것처럼, 반복적 지능업무는 인공지능으로 대체가능하고, 비반복적 지능업무는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수 없다. 그러므로 회계사들은 비반복적 지능업무에 포함되는 경영 컨설팅 업무와 기업 진단과 의사소통 능력이 있어야 하는 회계 감사 업무에 대한 업무역량을 길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회계사 개인이 노력해야 할 측면과 정부에서 도와줘야 하는 정책적인 측면이 있다.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 DNA 감정실에서 DNA를 감정하고 있는 모습. 디지털포렌식이란 특정 행위에 대한 사실관계를 증명하는 절차를 말한다. 디지털포렌식은 인간의 가치적 판단이 중시되는 부분이다.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만 디지털포렌식 자격증을 취득한다면 효과적인 컨설팅과 회계감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포토]


개인이 노력해야 할 측면에서는, 인공지능이 분석한 자료의 정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계부정을 적발하는 데 도움을 주는 디지털 포렌식(특정 행위에 대한 사실관계를 증명하는 절차) 기법을 배울 필요성이 있다.

이 기법을 활용하면 기업의 재무나 회계정보와 관련된 자료를 조사해 불법 행위 여부를 분석하고, 회사에 피해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여 개선 방안까지 컨설팅해줄 수 있다. 회계사들이 이 기법과 연관된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한다면 효과적인 기업 컨설팅과 회계감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공인회계사 시험의 유형을 바꿀 필요성이 있다. 한국 공인회계사 시험에서는 학술적이면서 지엽적이고 난해한 문제들이 많이 출제된다.

하지만 미국 공인회계사 시험의 경우 신입 회계사가 맞닥뜨리는 실무케이스를 다루는 시뮬레이션 문제, 기업이 직면한 문제의 해결방안을 기술하는 리튼 커뮤니케이션 문제, 리서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 등을 출제한다. 단순 암기와 이해 문제보다 비판적 사고와 분석능력, 효율적인 의사소통능력을 키울 수 있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이다.

고령화 시대가 점점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회계사인 우리 삼촌이 지속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비반복적 지능업무를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면 될 것이다.

황인경 파이터치연구원 dodryd@pi-touch.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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