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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주택시장은 '숫자'가 아니다...아마추어가 하이에나와 싸우면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8 08:31

집값 상승률 2006년보다 낮아도
상승 폭은 더 커 불안감 확산
주택시장 '선두' 기세 못 꺾어
8·2대책, 임대 대책에 구멍 숭숭
"부동산 시장은 하이에나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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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가 임박해지면서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부동산 정책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주택시장은 ‘숫자’가 아니다. 숫자는 거대한 빙산에서 겉으로 드러난 일부일 뿐이다. 그 아래에 보이지 않는 사람(시장 참여자)들의 심리가 관건이다. 숫자만 보고 마음을 읽지 못하는 정책은 ‘아마추어’이고 성공하기 어렵다. 최근 주택시장 혼란에는 이번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이 한몫했다.

현 정부는 역대 최강이라는 지난해 8·2부동산대책에 취해 있었다. 지난해 말과 연초 서울 집값이 뛸 때도 대책이 아직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기다려보자는 입장이었다. 8·2대책의 핵심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4월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정부는 4월만 손꼽아 기다렸다. 4월 이후 강남권이 하락세로 돌아서며 집값 상승세가 확 꺾였고 거래도 급감했다.

7월 초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 구상안 언급 이후 집값이 다시 들썩거렸지만 정부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8·2대책 후 1년간 집값 상승을 숫자로만 봐서다. 이 기간 서울 집값은 평균 5.26% 올랐다. 2000년대 집값이 미쳤다고 했던 2006년의 경우 2005년 8·31대책 이후 1년간 집값 상승률이 8.07%였다. 2006년 한 해 상승률은 18.86%였다.

올해 집값 상승률 숫자가 12년 전보다 적지만 수요자가 느끼는 체감은 다르다. 그 사이 집값이 많이 올라 상승률이 낮아도 상승 폭은 훨씬 더 커 피부로 느끼는 집값 불안감은 공포에 가까웠다. 강남권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76㎡가 최근 1년간 3억원 가까이 올랐다. 2006년엔 1억원 뛰었다.


정부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듯 정부의 내년도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내 생각보다 세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종부세 대상자 숫자를 과소평가했다. 2016년 기준으로 종부세 납부자는 27만여명이다. 같은 해 재산세 부과 대상자(1330만명)의 2% 수준이다. 집이 필요한 전국 일반가구는 1900여만 가구다.

정부는 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종부세 납부자들의 영향력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입학생 수가 ‘한 줌’에 불과한 명문대 ‘SKY’ 입시제도는 이 학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수험생뿐 아니라 초·중·고생 모두에 파장이 미친다.

정부는 종부세 개편안으로 집값 ‘선두’의 기세를 꺾지 못한 셈이다.

지난해 8·2대책 등 일련의 부동산 대책들에 구멍이 많았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법령 개정부터 시행까지 유예기간이 불과 4개월도 되지 않는다. 8·2대책 발표일 기준으로는 8개월이다.

다주택자 주택은 전세나 월세로 세입자가 사는 임대주택이다. 국내 임대차 계약 기간이 2년인 점을 고려하면 8개월은 짧다. 세입자가 있는 집은 임대차 계약 기간에 팔고 싶다고 쉽게 팔지 못한다.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매입자가 들어오고 세입자가 나가면 되지만 계약 기간에는 이런 순환의 맥이 끊긴다.

매입하는 집에 들어가 살지 않아도 되는 다주택자는 상관없지만 정부는 양도세 중과 등으로 다주택자가 집을 사기 어렵게 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는 법령 개정 후 1년, 대책 발표 시점 기준으로는 1년 2~4개월의 유예기간을 뒀다.

양도세 중과 적용을 법 시행 후 양도하는 주택부터 하면서 그 뒤 시중 매물 급감의 원인이 됐다. 법 시행 후 취득분부터 적용했더라면 중과 부담 없이 기존 다주택자 주택이 계속 매물로 나올 수 있었다. 이러면 다주택자의 신규 취득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적용 기준은 1주택자와 어긋나는 측면도 있다. 정부는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2년 이상 거주로 강화하면서 지난해 8·2대책 후 취득분부터 적용했다. 다주택자 중과는 8·2대책 이전 보유 주택부터, 1주택자 비과세 강화는 8·2대책 이후 취득 주택부터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3주택 이상자 양도세 중과를 도입하면서 2004년 말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이때 유예기간에 취득하면 중과 적용을 유예하지 않고 바로 중과한다는 조항을 달아뒀다. 다주택자 신규 취득을 견제한 것이다.

현 정부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대책이 "투기에 꽃길을 깔아줬다"(서울대 이준구 명예교수). 정부는 다주택자가 팔지 않으려는 기존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도록 할 의도였을 텐데 당초 취지와 달리 다주택자가 새로 주택을 사서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것이다.
집값 상승 기대감에 임대주택으로 묻어두며 장기 투자하는 셈이다. 전용 85㎡ 이하는 올해 말까지 새로 매입해 3개월 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양도세를 100% 감면받는 파격적인 혜택도 있다.

이번 정부는 임대주택사업자에 투기지역 담보대출 규제를 풀어었다. 투기지역에선 아파트를 담보로 하는 기업자금 대출을 제한하는데 예외로 주택임대사업자의 임대용 주택 취득을 인정해줬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부동산 시장을 "하이에나가 우글거리는 정글"이라고 묘사한 적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3주택 이상자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임대주택을 제외했다. 대신 관련 대책 발표(2003년 10월 29일) 이후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는 경우엔 임대주택 수를 2가구에서 5가구로 늘렸다. 임대 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강화했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회피용 임대 등록을 대비한 것이다. 2007년 7월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관리 기준'을 만들 때 투기지역 아파트를 담보를 하는 기업자금 대출을 엄격히 제한했다.


정부는 주택 공급에서 세제·금융에 이르는 종합 부동산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대책의 성패는 원칙보다 이처럼 ‘디테일’에서 갈리기도 한다. 법령 본문보다 부칙에 더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2011년 『부동산은 끝났다』는 책에서 부동산 시장을 “하이에나가 우글거리는 정글”이라고 했다. ‘아마추어’ 솜씨로는 하이에나를 잡지 못하고 정글에서 살아남기도 힘들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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