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퀄컴 '세기의 특허소송' 타결

16일 재판 개시 전 극적 합의
양측, 다른 소송도 일괄 취하

정보.기술(IT) 업계를 대표하는 애플과 퀄컴이 최대 27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특허 분쟁을 둘러싸고 법원에서 본격적인 공방전을 시작하기 직전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애플과 퀄컴이 이날 각각 성명을 내고 특허 소송과 관련해 합의했으며 양측이 전 세계적으로 제기한 각종 소송을 일괄해 취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합의는 양사가 법적 소송에 들어간 지 약 2년 만으로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은 전날 9명의 배심원단을 구성하고 공개 변론에 들어가기로 한 바 있다.

애플과 퀄컴 간의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애플이 퀄컴에 일정 금액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양측이 '2년 연장' 옵션의 6년짜리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는 4월 1일을 기준으로 소급해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애플에 대한 퀄컴의 모뎀 칩 공급도 재개될 전망이다. 특허 전쟁과 맞물려 퀄컴의 모뎀 칩 공급이 끊기면서, 애플은 최신형 스마트폰 등에 인텔의 모뎀 칩을 사용해왔다.

WSJ은 "퀄컴 변호인 측이 공개변론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극적인 반전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당초, 소송의 핵심 쟁점은 '로열티' 산정방식 이었다. 통신 모뎀 칩을 공급하는 퀄컴은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애플에 대해 단말기 도매공급가의 약 5%를 특허사용료로 요구했다. 모뎀 칩은 스마트폰의 데이터 송수신을 위한 핵심 부품이다.

애플은 "퀄컴이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로열티를 부과했다"면서 최대 270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칩 값과 특허사용료를 이중으로 청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퀄컴은 "기존 로열티 부과방식에 문제가 없으며, 애플이 로열티 지급계약을 위반했다"면서 맞소송을 제기했었다.

이번 소송은 천문학적인 배상액뿐만 아니라, 글로벌 IT업계 지형에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어느 쪽이 승소하든 글로벌 모뎀 칩 시장이나 스마트폰 지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법원과 배심원단이 애플 측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퀄컴으로서는 기존의 로열티 부과방식을 고수하기 어려워지게 되고, 퀄컴의 모뎀 칩을 사용하는 다른 모바일 제조업체들도 '도미노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있었다. 반대로 퀄컴이 승소하게 되면, 애플의 차기 스마트폰 사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