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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수능과목도 이달 결정, ‘물알못’ 논란 더욱 커지나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8/11 22:38


8월중 현 중3 학생들의 수능 출제 과목이 결정된다. 수학과 과학에서 심화내용의 출제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달 서울대는 ‘물알못(물리를 알지 못하는)’ 학생을 위한 기초반을 내년부터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고교에서 물리Ⅱ를 배우지 않아 학업 능력이 떨어지는 공대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앞서 서울대는 2012년부터 이공계 신입생들이 듣는 ‘미적분학의 첫걸음’ 수업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 역시 ‘수알못(수학을 알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마련됐다.

그런데 이와 같은 물알못·수알못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이달 중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출제 과목을 결정하는데 수학·과학의 범위가 기존보다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계에서는 “이공계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매우 떨어질 것”이라며 수능 과목 축소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현 중3 학생부터 적용되는 대입개편안의 전체적인 방향은 지난 7일 국가교육회의의 발표로 대강 정리됐다. 수능을 현재처럼 상대평가(영어·한국사는 절대평가)로 유지하고 수능 중심의 정시전형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능에 무슨 과목을 포함시킬지는 교육회의의 공론화 대상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수능 과목 축소 방침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다.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수능과목구조 시안 반대 및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퇴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지난 6월 ‘2022학년도 수능과목 구조 및 출제범위를 위한 대입정책포럼’에서 수학에선 ‘기하’를, 과학에선 과학Ⅱ를 출제 과목에서 배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먼저 수학에선 기존의 문·이과 분리형(이과생은 가형, 문과생은 나형) 출제 구조를 폐지하고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으로 나누는 게 핵심이다. 공통은 기존의 문·이과생이 모두 치르고, 선택은 주로 이과생이 응시토록 할 전망이다.

그런데 세부 선택과목엔 ‘확률과 통계’, ‘미적분’만 포함시키고 ‘기하’ 과목은 제외키로 했다. ‘기하’는 도형과 좌표 등 공간에 대해 다루는 학문으로 그 동안 수능에서 비중이 컸다. 지난해 이과생들이 본 수학 수능 문제 30개 중 9개가 ‘기하’와 관련됐다. 서울의 한 사립대 이과 교수는 “지금도 신입생들 중에는 수학 실력이 형편없는 경우가 있다”며 “기하와 벡터는 이공계 교육의 기초인데 기본조차 모르고 대학에 오게 한다면 과학기술 인재는 키우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과학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고교 과학은 크게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이 각각 Ⅰ·Ⅱ로 나뉘어 총 8개 세부 과목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교육부는 2022학년도 수능부터 심화과목인 과학Ⅱ 4개 과목을 모두 수능에서 제외하는 방안에 방점을 찍고 있다. 문·이과 통합을 골자로 모든 수험생들이 수능에서 사회·과학을 응시토록 하는 대신 기존의 심화 과목에 대한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국공학한림원·한국수학관련단체총연합회 등 과학기술계는 지난 달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의 이 같은 입장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교육부의 수학 수능 과목 선택안은 사실상 문·이과 통합이 아니라 문과로 통합하는 것”이라며 “정부 강조하는 이공계 전문인력 양성의 취지를 왜곡하고 대학 교육 현장에 심각한 부담을 안기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대입정책포럼에서 “기하를 출제하는 것은 새로운 교육과정의 원활한 운영과 수험생 부담완화라는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으며, 기하를 모든 이공계의 필수과목으로 보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교택 KAIST 교수는 “기하는 고교에서 학생들에게 공간적 개념과 입체적 사고를 통한 논리 체계를 갖추게 하고 상상력을 키우는 사유 방식을 제공하는 유일한 과목으로, 그 비중과 중요성이 매우 크다”며 수능에 기하 과목을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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