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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공사 ‘판’이 바뀐다…종합·전문건설사 무한 경쟁 시대

김태윤
김태윤 기자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6/28 01:08

정부, 건설산업 혁신방안 발표
전문건설사도 종합공사 입찰 참여
부실업체나 페이퍼컴퍼니는 퇴출
첨단 건설기술에 10년간 1조원 투자

‘건설 패싱(passing)’. 요즘 건설업계 관계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정부가 건설산업을 홀대한다는 주장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깎고, 원전 건설을 줄이고, 부동산 시장 규제로 주택 경기를 급랭시켰다는 게 건설업 홀대론의 근거다. 지난달 31일에는 이례적으로 건설 관련 단체·업체 관계자 7000여 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공사비 현실화, SOC 예산 증액 등을 요구하며 ‘전국 건설인 대국민 호소대회’를 열기도 했다.


정부가 28일 건설산업 혁신방안을 내놓으면서 건설업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사진은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정부가 이에 대한 화답을 내놨다. 정부는 2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건설산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건설업계가 요구해온 SOC 증액이나 적정 공사비 책정, 주 52시간 근무제 특례 적용 등은 빠졌거나 뒤로 미뤄졌다. 정부 관계자는 “물량 지원 위주의 단기 처방보다는 산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안에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건설산업 생산 구조 혁신 방안

눈에 띄는 점은 ‘칸막이’와 ‘다단계 하도급’으로 상징되는 건설산업의 생산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 간 칸막이를 뜯어내기로 했다. 그동안 종합건설사는 말 그대로 모든 공사를 할 수 있었고, 전문건설사는 시설물의 일부 또는 도장 작업, 실내 건축 등 일부 전문 영역으로 시공 자격이 제한됐다. 1976년 제정된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서다. 이 때문에 전문건설사가 종합건설사의 하도급으로 들어가는 다단계 구조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전문건설사가 컨소시엄을 통해 종합공사를 원도급 받거나, 종합건설사가 전문공사를 수주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김영한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과장은 “업역 규제가 개선되면 종합·전문업체 간 상호 진입이 가능해 시공 역량 중심으로 건설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며 “전면 폐지할지 공사금액에 따라 부분 폐지할지 등은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연내에 개선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 시장 질서 혁신 방안


업계에선 신중론도 나온다. 이재식 대한건설협회 건설진흥실장은 “40년 넘게 정착된 제도를 갑자기 바꾸면 업계에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며 “단순히 규제 완화나 전문건설사 보호 차원이 아니라 건설산업 구조 합리화라는 차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중 대한전문건설협회 건설정책실장은 “원도급 시장에 전문건설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에는 찬성한다”면서도 “하도급에 익숙한 전문건설사가 종합건설사와의 수주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에 공사 금액 등에 따라 점진적으로 업역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 기술 혁신 방안


공사를 수주하면 대부분 하청으로 넘기는 관행에도 손을 댄다. 국토부에 따르면 원청업체가 직접 시공을 하는 비율은 미국의 경우 20~50%, 독일은 50~80%다. 하지만 한국은 10% 미만이다. 시공 책임과 위험 부담을 아래로 전가하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고착됐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품질 저하, 공사대금 체불, 부실·불법업체 난립, 공사비 후려치기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 원청업체가 의무적으로 직접 시공해야 하는 공사를 현행 50억원에서 100억원 미만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십장·반장’ 등 무등록 시공팀에 공사를 맡기는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전문업체에 고용된 시공팀 명단을 발주처에 제출하도록 했다.


건설산업 일자리 혁신 방안

익명을 원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직접 시공이 적었던 원인에는 공사 입찰 평가 때 하도급 업체가 많을수록 높은 점수를 줬던 제도 탓도 있는데, 건설사만 탓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한 전문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이 직접 시공을 늘리면 중소형 업체 입장에서는 하도급 물량만 줄어드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부실 업체 퇴출에도 나선다. 보스턴컨설팅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체 6만여 개 중 시공 능력도 없이 낙찰만 노리는 부실업체나 페이퍼 컴퍼니가 15% 내외인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기술자 자격증을 빌려 등록 기준을 허위로 맞추는 부실업체를 퇴출하기 위해 기술자를 실제 고용했는지 점검을 강화하고, 건설업 등록증 불법 대여가 의심되는 업체에 대한 정밀 검증에 나서기로 했다.


한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뉴스1)

공공 발주자의 부당 행위를 개선하기 위해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부당 특약 심사제도가 도입된다. 또한 원청업체가 하도급 입찰을 할 때 공사 물량과 공사 시간, 공사종류별 가격 등 필수적인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해 '깜깜이 입찰'을 방지하기로 했다.

건설사가 부당 내부 거래로 과징금 부과 등의 처분을 받은 기성 실적은 시공능력평가액에서 삭감한다. 업계가 요구해온 적정 공사비 문제는 2020년 시행 예정인 적정 임금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는 9월까지 새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첨단 건설기술 확보를 위해 2027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건설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융·복합된 스마트 인프라 사업 촉진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한다. 건설사와 정보기술(IT) 업체, 소프트웨어 업체가 컨소시엄을 맺거나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하면 건설사업 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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