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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무제 칼럼] 세월을 아끼라

애틀랜타로 이주해서 이민자의 삶을 살아온 지도 20년째다. 애틀랜타 한인 이민사회가 2만여명 안팎이었다. 이제 15만명이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처음에 이민 선배들로부터 “미국에 온 지 20년 됐어요, 30년 됐어요. 금방 시간이 갔네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속으로 ‘어마 어마하게 오래 사셨네’라고 생각했다. 나도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삶에 쫓기다보니, 벌써 20년 애틀랜타 이민생활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그동안 뭐했나 이런 생각이 든다.

애틀랜타에서 낳은 큰 아들은 벌써 18세가 되었다. 12학년인데 세태를 빗나가지 않고, 틈만 나면 셀폰에서 눈을 못뗀다. 대학입학 지원을 위해 에세이를 준비해야 하고, 조기지원 마감(11월)이 눈앞인데도 셀폰과 게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식으로 보면 고3인데도 저렇게 시간을 허비해도 될까 하는 걱정에 속으로는 한숨이 나오지만, 애써 내색하지는 않는다. 하숙생활을 했던 나의 한국에서의 고등학교 시절과 달리 애틀랜타에서 태어나서 성장한 내 아들들은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미국을 건국하고 정착한 지 몇 세대에 달하는 미국인들 가정과 비교하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풍족한 것은 사실이다. 다른 미국 가정의 친구들을 보고 부족함을 느끼면 더욱 분발해야 할 터이고, 또 부모세대나 다른 나라의 또래들보다 더 풍족한 삶의 환경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요즘 인터넷으로 더 상세히 알고 있을 터이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이들을 위해 더욱 겸허하게 시간을 아껴서 준비하는 노력을 할만한데 그저 틈만나면, 셀폰 스크린에 빠져있다. 아버지로서 이런 아들이 안타깝기도 하고, 때로는 한숨이 나온다.

그래서 새벽기도때에는 아들을 위한 기도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을 하다가, 나 자신을 되돌아 보았다. 애틀랜타에 가방하나 들고 와서 20년만에 집도 있고, 가정도 있고, 자녀도 있고, 미국 체류 신분도 안정됐고, 중산층으로 살고 있고, 무엇보다 하나님을 만났을 뿐 아니라, 귀하게 주의 종으로까지 부름을 받았다. 자격도 없는 내가 이 많은 축복을 받았는데도, 하루 하루를 너무 안일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날 새벽설교를 마치고 기도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고3이 되는 아들을 바라보는 아빠로서의 안타까운 마음에, 바라 보며 기도할 수 밖에 없는 것에 너무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다가, 목사로까지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의 부르심을 받았지만, 나의 치열하지 못한 하루 하루 생활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하나님 마음은 얼마나 아프고 안타깝고 답답할까 생각이나 눈물이 났다. 이민사회 교회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분쟁으로 인해, 하나님께서 주신 선한 에너지를 지역구제와 전도, 선교로 방출하지 않고, 내부에서 갈등으로 소모하는 경우가 많다. 이민사회의 한인 교회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파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통곡이 터져나왔다. “하나님, 우리 아들은 이제 고3인데 왜 그 아까운 시간을 셀폰 보는데 빼앗기고 있나요? 하나님, 저도 목사로 부름받고서도 영혼구원에 올인하지 않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는가요? 하나님, 한인들을 성도로 불러서 교회로 부르셨는데 왜 우리가 교회안에서 에너지를 소모하며, 세월을 낭비해야 하나요?”

명배우 스티브 맥퀸이 주연한 영화 ‘빠삐용’은 앙리 살리에르라는 실존 인물의 체험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다. 호주 시드니 인근 절벽 해변을 배경으로 찍은 이 영화에는 바다에 상어떼가 우글거려 절대 탈출이 불가능한 외딴 섬에 유배생활을 하는 두 죄수의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서 빠삐용이 꿈꾸는 장면이 나온다. 꿈에 죽고 나서 심판관 앞에서 빠삐용은 살아생전 살인도 절도도 하지 않아 자신은 떳떳하고 의롭다고 항변하지만, 심판관은 유죄라고 판결한다. 내 죄가 뭐냐고 묻자 심판관은 빠삐용에게 살인하지도, 절도하지도 않았지만, 인생을 낭비한 죄라고 판결한다. 그 판결을 듣고, 빠삐용은 고개를 떨구며 “그래 나는 유죄야 유죄. 나는 인생을 낭비했어”라고 중얼거리며 꿈속에서 사라진다.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하여 하나님을 만난 사람은 거듭난다. 거듭나면 주어지는 새로운 시간, 인생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 내 안팎의 욕망에 휘둘리며 인생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세상의 온갖 조류와 유행이 계속 유혹하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로 살아가려고 발버둥친다. 마라톤 경주에서 1등을 하기 위해 달음박질하는 선수같은 최선의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사도 바울은 이런 생활을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빛의 자녀의 생활’이라고 에베소서 5장에서 설명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사랑을 받는 자녀답게, 하나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중략) 지혜롭지 못하 사람처럼 살지 말고, 지혜로운 사람답게 살아야 합니다. 세월을 아끼십시오. 때가 악합니다. 그러므로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마고,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깨달으십시오.” 오랜 세월이 자랑거리가 아니라, 선물로 주어진 인생의 모든 시간속에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모든 기회에 최선을 다해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삶이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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