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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정의 음식 이야기(8)- 잡채

잡다하게 섞은 요리

‘잡(雜)다하게 섞은 요리(菜)’. 갖가지 채소를 넣고 여기에 두부를 넣거나, 소고기를같이 넣고 볶아낸 음식 바로 여러분이 좋아하는 잡채다. 한국 잔치음식에 빠져서는 안 되는 약방의 감초 같은, 한국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이다.

필자도 어렸을 때에는 잡채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라고 생각했으며 생일 때는 반드시 먹는 요리라고 생각을 했을 정도이다. 잡채는 전분가루를 원료로 하는 당면으로 만들며 고구마나 옥수수를 주로 사용한다. 요즘은 녹두를 갈아 만든 녹두당면도 인기 있다고 한다.

당면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당(唐=중국)의 국수다. 중국의 대표적인 면의 일종이다. 중국에서는 면을 쓰지 않고 고추나 부추를 볶아서 고추잡채, 부추잡채 등이 보편적인 음식으로 애용되고 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중국에서도 요즘 식당을 가면 당면이라고 해서 ‘펀쓰’(粉絲)를 쓰고 있다. 아마도 요리사들이 한국에서 잡채를 먹어보고 식감이나 맛이 좋아 따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식감은 완전 다르다. 왜냐하면 펀쓰는 녹두를 주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또한 찹수이라고 잡채와 어원이 비슷한 요리도 있다.

필리핀에서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판싯이라는 음식이 있는데 잡채와 아주 비슷하다. 볶음국수 중 하나이며,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이름이 정해지는 음식으로 당면하고는 조금 다른 면의 식감이나 한국의 잡채와 같은 요리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일본에서도 당면을 사용한다. 일본은 라멘이 전국적으로 아주 유명하다. 한국의 자장면을 파는 중국집같이 한집 건너 라멘집이 즐비하게 널려있다. 특이한 것은 이 라멘집에서도 당면을 이용한 라멘을 판매하고 있다. 바로 하루사메라는 우리나라의 당면보다는 조금 더 하얗고 가늘다. 이 면의 이름을 한국어로 바꾸면 ‘春雨’ 봄비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의 당면과 비슷하나 당면처럼 빠르게 퍼지지 않고 꼬돌꼬돌한 식감과, 칼로리도 적어 먹기도 편하고, 샤브샤브나 스끼야끼, 국물요리, 요즘은 각종 샐러드에도 많이 사용하며, 특히 여성들이 많이 좋아한다.

당면은 국수에 비해 물을 많이 흡수해서 만두의 속으로 쓰인다. 만두의 당면을 빼면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면은 음식에서 주재료, 부재료로도 많이 사용한다. 주재료로는 찹쌀순대, 잡채만두, 당면떡볶이, 비빔당면, 김말이 등등, 부재료로는 찜닭, 불고기, 곱창전골, 찌개류 등 그 쓰임새가 어마어마하다. 맛도 맛이지만 아마도 식감 때문에 여러 음식의 부재료로 사랑 받고 있지 않나 싶다.

잡채는 가장 큰 장점이 있다. 바로 불지 않고 오래 두어도 식감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다른 요리에 비해 음식이 빨리 상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평민들에게 이 음식이 대중화되기 전 조선시대에는 잡채가 임금님의 수라상에서만 오르는 고급요리 중의 하나였고 또 조선 팔도 진상품의 재료들을 특성에 맞게 요리를 하여 잡채에 넣어 음식을 만들었다. 임금님은 그 재료들을 보고 팔도의 사정을 가늠할 정도였다고 하니 그 당시 사회상을 이 음식 하나로 판단할 수 있을 정도였다.

또 당면은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여러 음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밥 한 그릇에 잡채만 얹어놓으면 잡채밥, 당면을 갖은 야채와 비빔 쏘스를 얹으면 부산의 명물 비빔당면이 된다. 당면을 야채와 함께 특히 부추를 함께 볶아놓고 만터우를 함께(꽃빵이라고 칭함) 놓으면 부추잡채, 부추대신 고추를 요즘은 피망을 많이 사용하는 청초육사(고추잡채), 김치를 흐르는 물에 씻어 매운기를 빼고 갖은 야채와 함께 볶아낸 김치잡채, 중국의 양장피와 비슷한 겨자를 이용한 양장피잡채 등 당면의 쓰임은 너무 많다.

한국 잡채의 유래는 자세히는 나와있지 않으나 7, 80년대 한국의 중식당에서는 잡채밥이 대유행이었을 때가 있었다. 한국잡채와 중식잡채는 엄연히 조리법이 다르다. 중국식은 기름에 볶아내는 음식이라면 한국식은 야채를 따로 볶고 당면을 삶아서 간장과 참기름을 섞어 비벼 나오는 음식이라 시간과 조리법이 확연하게 다르다.

오늘은 왠지 한국 중식당에서 파는 잡채밥이 먹고 싶은 하루다.


트로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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