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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패’ 베토 오루크, 명연설로 지자들에게 ‘감동’ 선사

텍사스주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베토 오루크가 비록 6일(화) 테드 크루즈에게 패했을지는 몰라도, 그의 선전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3년부터 하원의원(텍사스주 제16선거구)을 지냈던 오루크의 본격적인 정치 인생은 어쩌면 이제 막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오루크는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에서 현역 거물 정치인인 크루즈를 상대로 접전을 펼쳤다.

그는 거대 후원자의 도움이나 기업의 후원금 없이도 무려 7000만달러(약 790억원)의 선거자금을 모았다. 상원의원 후보 역사상 압도적으로 가장 큰 규모다. 그 중 75%는 소액 후원자들의 온라인 플랫폼인 ‘액트블루(ActBlue)’에서 나왔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열세를 보였으나 선거 막판 무서운 기세로 격차를 좁혀 나갔다. 패하긴 했지만 격차는 약 3%p에 불과했다. 2014년(27.2%p), 2012년(16.0%p)에 다른 민주당 후보들이 거뒀던 성적과 비교하면 이변에 가까운 결과다.



민주당은 1994년 이후 지금까지 텍사스주에서 실시된 모든 선거에서 승리한 적이 없으며, 종종 20% 넘는 격차로 패배하곤 했다. 이름있는 민주당 정치인들은 패배가 거의 확실한 이 지역에 선뜻 나서길 주저했다.

오루크는 달랐다. 그는 (민주당에 우호적인) 대도시 지역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왔던 기존 민주당 후보들과는 달랐다. 그는 텍사스주의 254개 카운티를 모두 직접 방문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공화당 지지자들, 지지정당이 없는 유권자들을 찾아갔다.
오루크의 뒤를 이어 하원의원에 당선된 베로니카 에스코바르(민주당)는 ”(이 지역에는) 소외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허프포스트US에 말했다. ”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지 않는다면 그들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문자 그대로 그들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는 얘기다. 베토는 바로 그렇게 했다.”

또 그는 하원의원 시절 인근 지역구의 공화당 하원의원 윌 허드와 함께 남다른 ‘케미‘를 선보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7년 3월, 의회에서의 중요한 투표를 앞두고 항공편이 취소되자 차를 빌려 샌안토니오에서 워싱턴DC까지 1600마일(약 2575km)을 함께 이동한 것. 이들의 ‘로드 트립’은 소셜미디어로 생중계 됐고, 열광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그는 이번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도 ‘분열’ 대신 ‘통합’을 강조했다. ”당이나 출신, 지역, 그밖에 누군가 부각시키려고 할 다른 차이들이 무엇이든 우리 모두에게는 이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리는 미국인이다. 우리는 텍사스 주민이다. 우리는 이 주와 이 나라에 좋은 것을 원한다.”

중도 성향 ‘새민주당연합(New Democrat Coalition)’ 회원이지만 종종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오루크는 저소득층 지역 공립학교에 대한 연방 예산 증가, 건강보험 확대 등을 주장해왔다. 사법체계 개혁, 마리화나 비범죄화, 동성커플에 대한 권리 보장, 지구온난화 대응, 총기 규제 강화 등을 지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편 그는 패배 인정 후 인상 깊은 연설을 남겨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눈에 띄게 지친 모습의 베토 오루크가 11월 6일 밤에 텍사스 상원의원 선거 운동을 마감하며 공화당 현직 의원 테드 크루즈와의 경쟁에서 지원해준 수백만 명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나는 평생 이만큼 고무 받고 희망적이었던 적이 없다.” 그는 고향 엘 파소의 사우스웨스트 대학교 파크 스타디움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말했다. “오늘밤의 패배는 내가 텍사스나 이 나라에 대해 느끼는 것을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않는다.”

크루즈 승리 소식이 보도되자 오루크는 2시간 넘게 승복 연설을 했다. 약 3%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 이제까지 텍사스 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선출직에 출마했던 민주당 후보들이 20%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졌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득표였다.

인기가 없기로 유명한 크루즈를 상대로 싸웠지만, 오루크는 부정적 성향으로 얼룩진 정치적 상황을 피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10월의 두 번째 토론 전까지는 크루즈에 대한 공격을 삼갔으며, 초당파주의를 자주 언급했다. 6일 밤의 승복 연설에서도 이 테마는 이어졌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맞서는 걸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를, 무엇을 두려워하는가로 우리를 정의하지 않을 것이다.” 오루크의 말이다.

한편, 오루크는 크루즈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를 전했으며 텍사스인들을 위해 모든 것에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세 기간에 말했던 것과 같이 “나는 누구와 언제든지 어디서든 열심히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기간에 오루크가 2020년 대선을 노릴지 모른다는 추측이 많았다. 그러나 오루크는 10월 타운홀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는 “절대 아니다.”고 답했다. 당시 그는 자신과 가족들은 상원의원 선거에서 패하면 엘파소로 돌아와서 살 것이라고 했다.

승복 연설에서 다음 행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게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암시했다. “우리는 앞으로도 여러분을 다시 만날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헬렌 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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