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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담장은 이웃을 만든다

최미자 / 수필가
최미자 / 수필가 

[LA중앙일보] 발행 2019/05/21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5/20 19:11

오래전 이 집에 이사 올 때는 넓게 탁 트인 안뜰에만 눈이 번쩍 뜨여 집을 샀다. 긴 세월 손수 정원을 만들어가며 살다 보니 이십 년 넘은 담장이 낡아서 수년 전 이웃과 의논할 일이 생겼었다.

마침 좋은 가격으로 담을 했다는 지인의 소개를 받아 나도 우리 집 담장의 견적서를 받아보고 이웃들에 알렸다. 다섯 집과 의견이 일치해야 했는데 한집이 말썽이었다. 문제는 5피트와 6피트라는 의견 차이였다.

'천냥 빚도 한마디의 말로 갚아 버린다'는 옛 속담이 있는데 우리 집보다 높은 땅에 사는 이웃은 말마다 고약했다.

수천 달러의 울타리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지금은 우리가 은퇴하여 이해심이랑 마음이 조금 여유있는 삶이지만 그 당시는 한 푼 두 푼 아끼며 살기도 벅찼다.

또 그들의 요구대로 담이 높아지면 우리 집에서는 하늘을 바라보는 시야가 가려진다며 가족이 반대했다. 그런데 오히려 이웃이 하는 말은 기가 찼다. "당신들이 우리 집 수영장을 넘어다보려고 그러는 거지. 그래, 너희는 너희 담을 우리는 우리 담을 따로 쌓자"라면서 거칠게 말을 했다. 그런 일로 이웃 간에 여태 속상했다.

부서져 가는 울타리를 보며 우리는 언덕에 나무를 심고 자연 담을 쌓았다. 그런데 웬일로 그 심술쟁이 이웃이 개 셰퍼드를 데리고 우리를 찾아왔다. 자기네 이웃과 우리가 새 담을 쌓는 소식을 들었다며 함께 담을 쌓자는 제안이었다.

순간 지난 일들이 떠올라 나는 가슴이 통통 뛰며 기분 나쁜 전파가 밀려왔지만, 잘 듣고 생각해보겠다며 좋게 보냈다. 그 이웃의 옆 울타리인 다른 이웃은 나와 절친이었다.

오래전 우리 집 나무의 낙엽이 그 집 수영장으로 날아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부부는 곧 바로 큰 나무를 없앴다. 초면이지만 그 자리에 나무를 심으라며 작은 화분을 들고 찾아온 이웃의 세심한 배려에 반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해마다 그는 종종 자기가 기른 서양란 꽃 화분과 레몬, 그의 친구가게에서 사온 석류 잼까지 선물해주는 좋은 관계의 이웃 아저씨가 됐다. 그래서 3주 전인가 그가 전화로 담을 하겠다는 말에 무조건 나는 승낙했다.

불편한 이웃이 가져 온 견적서를 보고 난 하루 후에 합의를 했고 두 번째 계산서를 들고 온 그녀는 집 현관에서 내 딸이랑 뜻밖에 수다까지 떨며 긴 시간을 서 있었다. 아주 다른 모습이다. 이왕이면 보기 좋게 담을 하나로 세우자며 말끔한 담장 공사를 마쳤다.

나는 며칠 전 두 집에 들러 비용을 지불하며 좋은 이웃인 밥에게 이제야 악의 관계가 풀렸다며 인사했더니 그가 우리가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비록 세월이 흘렀지만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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