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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위로부터 태어남

박비오 신부 / 천주교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박비오 신부 / 천주교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LA중앙일보] 발행 2019/05/21 종교 26면 기사입력 2019/05/20 19:43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 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들 가운데에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사도 4,32.34)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았다. 그들이 세례를 받고 성령으로 충만해 있을 때 그들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들은 서로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서로 돌보는 일에 헌신했다.

예수님은 일찍이 니코데모에게 "위로부터 태어나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위'로부터 태어난다는 건 '영'에서 태어나는 것이며, 그것은 '육'에서 태어나는 것의 대척점에 있다. 영에서 태어나야 한다고 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만을 추구하는 고결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육'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몸을 뜻하지 않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 기본 욕구'를 가리킨다. 육에서 태어난 사람이란 그런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삶을 사는 사람을 뜻하고, 그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하느님 나라를 보려면'(요한 3,3)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든 사람이 육에서 태어나는 것에 머문다면 자기 욕구충족을 위해 서로 끊임없이 싸우는 수밖에 없고, 그런 세상은 하느님 나라와 거리가 멀다. 그러니 때로 서로를 위해 자기 욕구를 희생할 줄 아는 이, 곧 '영'에서 태어난 이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은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바람과 같다. 속을 알 수 없는 도사님처럼 되어서가 아니라,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라는 예측 가능한 진실에서 한 발 벗어난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니코데모는 왜 하필 밤에 예수님을 찾아갔을까? 일부에서는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그분을 찾아뵈었다고 이해하기도 하지만, 참된 진리를 찾아 고뇌하고 방황하는 상황을 '밤'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니코데모는 유대인들의 스승으로서 현실적인 가치만을 추구했던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하느님의 가르침을 현실적인 상황 안에서 어떻게 구현할지를 고뇌했던 인물로 보인다. 이런 그에게 예수님은, 점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신 게 아니라, 기존의 틀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새로운 눈으로 현재 발생하는 일을 바라볼 것을 초대했다.

'영'의 세계는 사랑으로 통합된 일원론의 세계다. 그 세계에서는 '나와 너'가 따로 구분되지 않는다. 서로 한 식구처럼 대하는 따뜻함만이 있을 뿐! 선과 악도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다. 용서와 화해를 통해 더욱 깊어진 정과 깨달음이 있을 뿐! 사랑으로 하나 된 세상이 '영'의 세계이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마련해 주신 세상이며, 우리가 새롭게 태어나야 할 세상이다. "너희는 위로부터 태어나야 한다."(요한 3,7)

park.p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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