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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는 두 정상회담에서 팀플레이해야 한다

김정은, 비핵화 협상 국면 열어
북한 압박의 판 흔들려는 의도
한·미, 회담 전반을 사전 조율해

북한의 이간 전술에 대처해야
북·미 회담은 충분한 협의 없이
정상이 만나 낙관하기 힘들어
회담 결렬 시 미국 강경 선회로
위기 올 수 있어 대응책 마련해야




이틀 뒤면 남북 정상회담이다. 결과에 따라 우리 외교 안보의 큰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먼저 상황을 보자.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이전 정상회담과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첫째, 바로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둘째, 이제 비핵화는 남북 회담에서도 주 이슈가 됐다. 과거에는 교류 협력이 주였고 북측은 핵 문제는 북·미 이슈라고 하였다.



이러니 성과는 비핵화로 평가될 것이다. 그것은 상당 부분 북·미 정상회담에 달렸다. 과거 남북 정상회담만 있고 비핵화는 주 의제가 아니었던 때에 비하면 우리는 난이도가 높아진 외교 게임 앞에 선 셈이다.

북한, 정상회담으로 판 흔들려 해

김정은은 왜 두 정상회담 카드를 던졌을까. 나름 현 국면의 유·불리를 계산한 결과로 보인다. 그의 계산상 유리한 점 1번으로 핵 미사일 능력으로 협상 입지가 높아졌다는 인식이 있었을 것이다. 한국에 진보 정부가 있고, 미국에 보수 정부가 있는 사정도 감안했을 것이다. 트럼프가 국내적으로 몰려 있다는 점과 미국과 중·러 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었을 것이다.

불리한 점으로는 강도 높은 제재와 트럼프의 불가측성이 고려됐을 것이다. 중국이 제재 강화로 기우는 점도 우려되었을 것이다.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았음직 하다.

북한으로서는 일단 협상 국면을 열어 판을 흔들되, 잘 안되더라도 북한에 가해진 현 구도는 재편할 때라고 보았을 법하다. 물론 전개되는 상황 중에는 일부 북한 구도와 엇나간 것도 있다. 하나는 트럼프의 즉석 수락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예상보다 빨라진 점이다. 다른 하나는 비핵화가 남북 정상회담의 주 이슈가 된 일이다. 평창올림픽 이래 북측이 교류 분위기에 공을 들였음에도 한국 여론은 비핵화에 고정돼 있다.

통상적인 북한의 전술은 먼저 남측과 교류 협력을 논의하고, 미국과는 비핵화를 논의하여 한·미를 갈라치는 것이다.

의제를 분리하고 간극을 조장하려면 두 정상회담 간에 시차가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국내 여론의 비핵화 주문과 연이은 회담 일정 때문에 그 공작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아무튼 큰 틀은 북한의 구도 대로이니, 우리로서는 북한이 특유의 화전 양면 벼랑 끝 전술, 한·미 이간, 강대국 간 틈새 노리기로 나올 것으로 보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지나친 중재 나서면 역풍 우려

이상의 총론적 상황 인식을 전제로 각론 차원의 제언을 하고 싶다. 먼저 남북 정상회담 관련이다. 첫째, 비핵화에 관한 한 두 정상회담을 하나의 경기로 보고 총체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미가 북측과 주고받을 거래 전반을 사전에 조율하여 시너지가 되게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남북, 북·미 간 사전 협의 내용이 한미 간에 공유돼야 한다. 남북 회담 결과가 북·미 회담 결과에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둘째, 비핵화를 다루는 우리의 스탠스를 잘 취해야 한다. 그간 우리는 북·미 대화를 연결하기 위해 중재를 해왔다. 여기서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예상외의 성과가 났다. 그러다 보니 성공에 고무돼 이 방식으로 계속 성과를 견인하려는 심리가 생겼다.

그런데 북핵은 우리에 대한 위협이고 미국은 우리와 함께 비핵화를 추구하는 동맹이다. 공조와 중재가 섞일 수 있어도 어디까지나 공조가 주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와 미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을 상대로 비핵화 레슬링 태그 매치를 하는 한 팀 선수이다. 프로모터 역할은 필요할 경우로 국한해야 한다.

지나친 중재 역할은 미국이 북한과 일방적인 합의를 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 이제 워싱턴에는 일방주의로 무장한 인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빌미를 주지 않아야 하고 미국에도 팀플레이를 주문해야 한다.

셋째, 북한이 비핵화 논의는 피하고 평화 분위기는 띄우며 교류 협력을 요구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우선은 10·4 선언(2007년 10월 4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공동 발표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이행을 주문할 수 있다. 제재 완화를 추구해 한·미 이견과 남·남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 북한에게 틈을 주지 않으면서 대처해야 한다.

비핵화 과잉 기대는 금물

또 하나의 변곡점인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과잉 기대는 금물이다. 이 회담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정상이 대좌하는 식으로 추진된다. 그러니 이번에 완전 해결은 어렵다.

결국 정상 간에 원칙 선언을 하고 이행 방안은 추가 협상하는 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이행 협상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여기서 단계적 접근 문제가 나올 수 있다. 그간 단계적 접근이라는 용어는 일괄 타결과 함께 혼란스럽게 사용되었다. 개념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일괄 타결이란 추가 협상 없이 문제가 종결되는 것을 말한다. 원칙 선언 이후 이행 협상을 하는 방식이라면 그 원칙 선언을 일괄 타결이라 부르지 않는다.

원칙 선언 이후 이행 협상을 한몫(single undertaking)에 끝내면서 모든 조치를 시계열적으로 엮어 합의하면 그것은 일괄 타결이다. 이행이 시간을 두고 단계로 이루어지더라도 그 진행은 자동항법장치가 작동되는 것처럼 합의된 로드맵에 따라 연속된다. 더는 협상은 없다. 단계 개념이 들어있으나 이것을 단계적 접근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정전협정과 이란 핵 합의가 이 방식이다.

진정한 단계적 접근은 단계별로 부분적 합의가 이어지는 협상 방식을 말한다. 과거 9·19 원칙 선언 이후 이행 협상에서 나온 2·13 합의, 10·3 합의가 그 예이다. 북한은 단계적 접근을 말하고 있다. 그 의미가 과거식이라면 '이미 본 영화, 한 번 산 말'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이다.

둘째, 미국이 자신에 대한 위협 해소 위주로 편의적 타협을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북측을 견인하려면 담대한 인센티브도 고려해야 하나, 그것 때문에 우리의 안보 이해가 타협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트럼프와 주변 참모의 성향을 보면 미국 우선이라는 말은 단순 구호가 아닐 수 있다. 정치적 곤경을 의식한 트럼프가 과도한 성과주의에 집착할 수도 있다. 평화체제, 주한미군, 동맹 운용 등 군사 사안을 면밀히 조율해야 한다.

회담 결렬 시 한반도 위기 가능

셋째, 두 정상의 대화 스타일도 유의 대상이다. 두 정상은 자기중심적이고 즉흥적인 데가 있다. 잘 될 경우라도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우려된다. 자기 편의로 해석된 모호한 합의를 성공으로 포장할 수도 있다. 그런 합의는 이행될 수 없다.

넷째, 회담 결렬에도 대비해야 한다. 결렬은 즉각적일 수도 있고 추후 결렬로 귀결될 수도 있다. 회담 당사국이 취할 자세를 미리 짚어보고 대처를 준비해야 한다.

트럼프는 여론과 선거를 의식하여 강경 선회할 것이다. 더구나 폼페이오와 볼턴 라인업이 들어온 참이다. 이들의 강성이 트럼프의 불가측성과 결합하면 위기가 닥친다.

북한의 경우, 결렬되더라도 김정은이 트럼프와 동격이라는 상징성은 챙기고 책임은 적대시 정책을 고집한 미국에 씌울 것이다. 그리고 적대시 정책 철폐를 비핵화의 등가물로 부각시킬 것이다.

이에 중·러가 동조할 수 있다. 그간 중·러는 국제 공조 쪽으로 움직여 왔다. 이제 중·러가 북측에 경사되면 진전을 보였던 국제 공조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현재 중·러와 미국 간 대립을 볼 때 개연성이 있다.

김정은이 트럼프와 동격이 되고 비핵화와 적대시 정책이 등가물이 되며 중·러가 북측으로 기운다면, 현 구도를 재편하려는 김정은의 시도는 성과를 거두는 셈이다. 이것이 김정은이 추동한 구상의 최소 목표치일지 모른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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