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글로벌 IT 공급망 최종 승자는
'미국 기술 및 부품 비중이 25% 이상인 제품을 중국 화웨이 및 계열사에 판매할 경우 미 정부의 제재를 받는다'고 미국 상무부가 지정했다. 자연스레 거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득실을 따지고, 어느 편에 설지 결정하느라 정신이 없다.화웨이가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받는 부품만 700억 달러다. 화웨이의 핵심 부품 공급사 92개 중 중국 기업은 25곳에 그친다. 33개 업체는 제재의 직접 대상인 미국 업체이고, 11곳은 일본, 10곳은 대만이다. 한국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곳이 핵심 부품 공급사 명단에 들어있다. 일본의 경우 소니·무라타제작소·파나소닉·후지쓰 등 일본의 대표 기업들이 총망라돼 있다.
아베 총리의 친트럼프 행보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반(反)화웨이로 움직일 것 같은 일본 기업들도 실제는 극도의 눈치 보기를 하며 좌충우돌 중이다. 파나소닉과 도시바는 화웨이에 부품 공급을 중단했다는 자국 언론 보도를 부인하는 내용을 지난달 말 각 사 중문 사이트에 올렸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로펌의 조언을 받아 거래를 재개했다는 해명이었다.
미 상무부의 법적 제재를 따를 수밖에 없는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도 균열의 틈이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0일간 화웨이와의 임시거래 허가를 받은 구글이 "화웨이가 독자적인 OS를 만들 경우 오히려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논리로 미 정부에 로비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화웨이가 만든 독자적 OS가 화웨이 스마트폰에 쓰일 경우 해킹과 프라이버시 공격에 취약하며, 이런 메시지가 다른 안드로이드폰이나 아이폰에 전송되면 더 골치가 아파진다는 주장이다. 구글은 임시 허가가 만료되는 오는 8월 19일까지 미국 정부에 이런 논리를 최대한 설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화웨이 거래 중단으로 인한 손해가 글로벌 IT 기업에 큰 부담이 되는 측면이 크다. 정부의 입장이 분명한 미.일 기업들도 이렇게 좌충우돌인데, 한국 기업들은 오죽하겠는가. 청와대가 "기업들이 알아서 할 문제"라는 모호한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국내 기업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화웨이 사태로 인해 단기적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해석조차 부담스러워한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IT기업은 "화웨이 문제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선을 떠난 느낌"이라며 "정부가 우리에게 불똥이 튀지 않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누가 수혜를 입던, 장기적으론 극도의 불확실성 속에 IT 시장 전체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공급망에 속한 모두가 패자가 될 확률이 커지고 있다.
최지영 / 한국 산업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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