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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사회적 거리 두기

힘을 주면 부러지기 쉽고/ 너무 힘을 빼면/ 영영 쓰러져 버린다/ 광막한 도회지의 한복판에서 다만 흔들리고 있을 뿐인/ 늪 속에 발목을 묻은/ 사람들이여

-나호열 시인의 ‘갈대’ 전문



다붓다붓 모여 사는 것은 우리네 미덕이다. 흔들려도 함께 흔들리는 갈대처럼 어깨를 부비며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하며 산다. 더욱이나 우리 이민자들은 우리만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관계의 생태계가 변해가는 건 아닌가 싶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낯선 용어지만 사람과 사람의 안전거리 지키기가 바이러스 전염 예방에 최선이라고 하니 당분간은 서로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할 것 같다.

전염병은 주기적으로 인간을 공격해왔고 앞으로도 예상 못 한 전염병의 습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전염병의 역사를 찾아보다가 ‘전염병의 역사는 진행 중’(송영구)이라는 논문을 읽게 되었다. 의학의 역사는 전염병의 원인과 치료 및 예방법을 찾아내고자 했던 인간의 노력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수없이 많은 전염병과 싸워왔지만, 전염병의 역사는 ‘진행’ 중이다. 어떤 질병이나 전쟁보다 많은 수의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이 전염병이라는 말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철저한 대비만이 재앙을 막는 길이라는 조언이 무겁기만 하다.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서민경제가 위협받고 있다. 삶의 지반이 흔들리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하다. 전염병은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 경제를 주눅 들게 하고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인성의 파괴마저 불러오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자주 손 씻기 정도가 코로나19를 물리치는데 유일한 대안이라고 한다. 모임을 자제하고 서로 악수를 한다거나 포옹을 하는 일을 삼가라고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불편하고 냉기가 도는 말이지만 방심하지 말고 지켜야 할 일인 듯싶다. 한 사람의 방심으로 공동체 전체가 와해하는 일은 없어야 할 터이다. 나 하나쯤 하다가 주변인들을 사지로 내모는 일을 보고 있잖은가. 일선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료진들과 방역 책임자들은 숨 막히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내 일상의 불편함만을 호소할 일이 아니다.

사람을 이간시키고 사회를 마비시키는 바이러스의 위력 앞에 천하 지존이라던 인간이 참 나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백신이 나오고 조만간 바이러스는 퇴치되겠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인간이 참 작아 보인다.

다행인 것은 몸은 멀어져도 마음까지 멀어지지는 않아도 되는 SNS 소통방식이 있다는 거다. 특히나 나이 드신 분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주고받는 손쉬운 문자 나눔은 고립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크다. 저항력이 약해진 분들에겐 육체적 고통도 이겨내기 어렵지만, 심적 고립감은 더 견디기 어렵다.

지나친 정보로 피로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더라도 수시로 안부를 묻고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정보를 나누는 일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자구책 아닌가 싶다.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교회와 학교가 문을 닫았다. 몸보다 마음이 더 고립무원에 든 것 같다. 상황에 적응하기가 쉬운 건 아니지만, 딱히 대안이 없다면 긍정의 태도로 임해야 하지 않을까. 타의적이긴 하지만 이쯤에서 춘안거(春安倨)에 들었다는 각오로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도 잘 다스려 이 봄을 무사히 통과해야 할 것 같다.


조성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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