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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번, 옷 갈아입으라"

김아영 기자 kim.ahyoung@koreadailyny.com
김아영 기자 kim.ahyoung@koreadailyny.com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5/02 미주판 2면 기사입력 2019/05/01 16:52

북한 억류 김동철씨 인터뷰⑤.끝

2016년 4월 29일 최종 재판에서 10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이동중인 김동철씨. [AP]

2016년 4월 29일 최종 재판에서 10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이동중인 김동철씨. [AP]

석방 당일 아침까지 전혀 몰라
미 대표단 앞에서 석방 선언


북한에서 첩보행위로 10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30개월 넘도록 억류됐던 김동철씨는 지난해 5월 9일 석방되던 당일까지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등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김씨는 석방되던 날 아침에도 "여느 때와 같이 오전 7시까지 식사를 마친 후 산에 올라가 노동을 해야했다"며 "철조망과 들짐승밖에 없는 산속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감시하는 군인이 갑자기 올라와 '429번, 지금 내려가자'고 말해 의아해하며 수용소로 내려가보니 이전에 나를 취조했던 보위성 관계자들이 기다리고 있어 (아는 사람의 등장에) 반갑기도, 불안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관계자들은 김씨에게 2015년 10월 구금 당시 입었던 사복을 건네주며 "429번, 옷 갈아입으라" 명했다. 무슨 연유인지 물어도 그들도 모른다는 답변뿐, 김씨의 석방을 두고 북미대화가 진행 중이라는 낌새는 전혀 없었다. 두 눈을 가린 채 차를 타고 한참 이동한 뒤 그가 내린 곳은 국제행사나 외국 정부 관계자의 접견이 이뤄지는 평양 인민문화궁전 앞이었다.

"거의 3년을 면회도 없는 감금생활을 했기에 나를 찾는 이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인민문화궁전에 도착한 후) 불안감이 더 커졌다"는 김씨는 2층 대기실로 이동한 뒤 극도의 불안감과 긴장에 혈압이 상승해 쓰러지고 말았다. 의료진의 진찰과 수액 처치를 받고 난 후에도 수 시간 더 기다린 끝에 이동한 방에는 외국인 세 명과 북한 경찰, 사복 차림의 관계자들, 그리고 기자들이 모여있었다.

"그때까지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의아했다"는 그에게 북한 관계자들은 갑자기 반성문을 쓰라고 명했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가 반성문을 작성하고 지장을 찍자 그 자리에서 최고인민재판장이 반성문을 읽고 "429번은 성실하게 벌을 받았으므로 미국으로 신병 인도한다"고 선언했다.

지난 30여 개월 동안 당한 취조와 구타, 노동 등 갖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한 채로 성조기가 그려진 비행기 앞에 도착한 김씨에게 경비대원들은 악수를 청하며 "잘 가시라우"하고 인사를 전했다. "그 사람들과 마지막 악수와 포옹을 나누며 '당신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건강히 있으라' 답했다"는 김씨는 "당시의 심경은 말로 할 수 없다. 그 어떤 영화보다 큰 감동을 느끼면서도 여러 생각이 교차하던 순간"이라며 울먹였다.

1일 마지막 인터뷰에서 김씨는 "(취조.감시 등을 했던 관계자들이) 밉지 않다"며 다시 한번 "그들에게 애증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들도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군복을 입고있기에 어쩔 수 없었을테니 정권에 동조한 이들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북한 정권이 없어져야 한다"며 대북제재 완화를 반대하는 것은 물론, "정권의 외화벌이 수단을 막아 북한을 더 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철씨는 이달 중 저서 '경계인: 17년간 북한 생활에서의 허와 실(가제)'의 출판으로 본인의 경험을 통해 보는 북한사회의 모습을 전할 예정이다. 또 저서 출간과 함께 서울에서 '김동철 박사 남북미중 외교 안보 연구소'와 부설 기관 '북한문제 연구소'를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김씨는 "북한의 문화·경제·사회·교육 등 내가 직접 본 것에 대해 연구할 것"이라며 "가능하다면 미국에서도 마음 맞는 이들과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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