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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고속도로 냉동트럭서 난민 시신 71구

어린이 4명, 여성 8명 등 포함
헝가리서 출발, 질식해 숨진 듯

차 안서 시리아 여행증명서 나와
불가리아인 운전자 등 4명 체포
당시 빈에선 EU·발칸 정상회의
독일의 '난민 쿼터제' 다시 힘 실려


지금껏 난민들에겐 지중해가 '죽음의 바다'였다. 이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길로 알려졌던 발칸 반도와 헝가리를 통한 육로에서도 잔혹한 죽음이 발생했다. 더 이상 죽음은 유럽 밖 변경만이 아닌 유럽의 한가운데의 일이 됐다.

27일 헝가리와 접한 오스트리아의 고속도로 갓길에서 헝가리 번호판을 단 7.5t 냉동 트럭이 버려진 채 발견됐다. 근처에서 풀을 깎던 인부가 "트럭에서 이상한 액체가 흘러나온다"고 신고했다. 오전 11시40분 화물칸을 열어본 경찰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미 손상되기 시작한 시신들이 있어서다.

시신은 모두 71구였다. 이 중 어린이가 4명 여성이 8명이었다. 당초 경찰은 "최소 20구의 시신이 있다"고 발표했다. 한스 페터 도스코질 부르겐란트주 경찰국장은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지 못하는 건 시신이 이미 부패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숨진 지 하루에서 이틀 정도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트럭은 26일 오전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인근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당일 오전 9시 헝가리 쪽 국경 카메라에 잡혔다. 사건 현장에 24시간 넘게 주차돼 있었다.

오스트리아 경찰은 "트럭 안에선 시리아 여행증명서가 발견된 점에서 시리아 난민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은 국경을 넘기 전 차량 안에서 이미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헝가리 경찰은 트럭 운전자를 포함해 불가리아인 세 명과 아프가니스탄 출신 1명을 체포했다. 도스코질 경찰국장은 앞서 "이번 사례가 거액의 대가를 주고 난민 밀입국 알선과 밀매 박해 등을 일삼는 (불법 브로커들의) 조직적인 범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마침 사건 현장으로부터 47㎞ 떨어진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유럽연합(EU)과 발칸 국가들의 정상회의가 열리던 중이었다. 비보가 회의를 압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안전한 곳을 찾아나선 이들이 사망한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면서 "유럽이 서둘러 문제에 대처하고 연대정신을 갖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경고하는 비극"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엔 그리스-마케도니아-세르비아-헝가리를 통한 발칸 루트에 난민들이 몰린다. 서유럽의 관문인 헝가리에도 하루에 3000명 안팎이 도착하고 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올 들어 발칸 루트를 이용하는 난민들은 지난해보다 6배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지중해 루트를 이용하는 난민이 5~10% 늘어난 수준이다.

지중해에서도 죽음이 이어졌다. 이날 리비아를 떠나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선 2척이 지중해에서 전복돼 약 200명이 숨졌다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각각 50명과 400명 정도의 난민을 싣고 리비아 북서부 주와라를 떠나 이탈리아로 가던 배였다. 로이터통신도 400명 정도가 탄 난민선 1척이 전복돼 약 200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비극상에 유럽 내에선 독일이 요구하는 난민 쿼터제가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유럽 각국이 의무적으로 쿼터를 정해 난민을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과거엔 스페인과 동유럽 지도자들이 고개를 모로 저었었다.

정상 절차를 밟는 이민자도 급증하고 있다. 영국 통계청은 올 3월까지 1년간 순이민자가 33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동유럽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개방한 2005년(32만 명)을 웃돈다. 영국 정부의 당초 목표치는 10만 명이었다. 영국의 경제 사정이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나은 때문으로 보인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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