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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글동산: 장원숙

고독

어느 날 나는 독일 방송광고에서 나오는 한 장면을 보다가 동질감에 사로잡혀 눈을 크게 뜨고 보았다. 그 스토리의 주인공인 노인남자의 고독한 몸부림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노인 남자는 자녀들이 보내준 크리스마스 케롤송을 들으며 저녁식사를 만들어 먹고 있는데 옆집에서 들려오는 가족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저들은 참으로 좋겠다고 부러워하다가 문득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자기가 죽었다고 자식들에게 알리자 하고 그 자식들에게 자기가 죽었다고 통보한 후 자녀들이 올때쯤해서 테이블위에 촛불을 켜놓고 뒤에 숨어서 기다리는데, 마침내 자식들이 슬픔에 찬 모습으로 자주 찾아뵙지 못한 지난날을 후회하면서 집안으로 들어섰는데, 테이블 위에서 타고있는 촛불을 보며 이상히 여기고 있을때 그노인이 나타나며 말했다.

내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번 크리스마스도 나홀로 지내는 일이 싫어서 이렇게 할수밖에 없었다고 말할때 자식들은 반갑고 고마워서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멍하니 한참을 앉아있었다.



나는 남편을 잃고 20 여년이 넘도록 혼자 살면서 뼈저린 고독을 경험했다. 지금도 그 고독 속에 살고 있다. 고독은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라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나 혼자 섬나라에 떨어진 기분이랄까? 무섭고 두려워도 어디 의지할 때없이 방황하며 살아왔다. 군중속에서도 나는 늘 고독을 앓았다. 거기에다 나이가 들어가니 걱정 하나가 더 늘었다. 그것은 치매라는 병때문이다.

내 주위에 살고 있는 친구들 중에도 치매에 걸려 운전도 못하고, 자기차를 엉뚱한곳에 파킹해놓고 자기 차고에 차가 없다고 아들 딸을 다 불러 야단법석을 하는가 하면, 한말을 또하고 또해서 듣기가 거북하다. 커피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느데, 집에오자 마자 같은 친구가 전화해서 왜요즘 소식이 없느냐고 서운해 해서 당황스러운 적도 있었다.

나도 그사람과 나이도 같은데 나도 저렇게 되면 어떡하나 근심이 많다. 좀더 심하면 나도 내가 누구인지 모를 뿐아니라 자식들 조차도 못알아 본다니, 인생 끝자락을 이렇게 보낸다면 너무 비참하지만 이세상은 내 뜻데로 살 수 없기에 장담할 수 없는일이다.

이 시대 실버들은 단절된 작은 공간에서 혼자 먹고 혼자 TV 보고 혼자 대화 없이 살아가기 때문에 이런병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대화가 필연인데 그럴 수 없는 환경에서 살다보니 고독은 더욱 심화되기 마련이다. 어떤이들은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을 기르면서 고독을 달랜다는데 어떤 사람들은 나처럼 알러지가 있어서 그마져 할 수 없다 .

젊어서는 너무 친구가 많아 시간에 쪼들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시간들이 너무 아쉽다. 자식들과도 떨어저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지금은 100 세 시대를 바라보며 살고 있지만, 더 오래 사는것 만큼 고독을 경험하며 살아가게 된다.

인생의 겨울이 이토록 추운 것인줄 몰랐다. 인간에게 가장 비참한 것은 가난도 아니고 그 무엇도 아닌 고독이다. 인간의 마지막 계단이 이토록 초라해야하는 것인 줄도 진작 몰랐다. 고독하기 싫어서 사람들은 몸부림친다. 그리고 자기를 감추며 살아간다. 나는 고독하지 않은 척, 행복한척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때로는 미움과 분노를 품고 살아가기도 한다. 용서한다고 하면서 결코용서하지 않고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지금 용서하고 사랑해야 할 때인 것이다. 머지않다 누구나 인간은 남의 손을 빌어 땅속에 묻혀야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반드시 고독이 필요하다. 그것은 내영혼을 성장시키고 자기 존재를 되돌아 볼수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몸부림 쳐본들 우리는 인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태어날때 부터 죽음을 향해 살아간다. 우리는 어차피 혼자 왔다 혼자 가야하는 나약한 존재라면, 고독도 받아들이고 죽음 앞에서도 미소 지을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이래 가장 큰 축복 속에 살았던 솔로몬왕의 마지막 남긴 말은 세상의 모든것이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했다. 이것이 바로 인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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