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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칼럼] 엄마 배 위에서 보낸 인생 최초의 15분

미국에선 갓 태어난 신생아도 부모와 다른 방에서 재우는 것이 대세이던 시절이 있었다. 다음 날 출근해서 일해야 하는 부모가 편안히 잘 수 있고, 어릴 때부터 아이의 독립성을 기를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생각이 바탕이 되었던 듯하다. 그 시절 미국에서 유학한 사람들 중 어떤 이들은 엄마가 갓난아이와 몸을 부대끼며 밤새 사투를 벌이는 우리 풍습을 부끄럽게 여기기도 했다. 그런데,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

엄마와 갓 태어난 아이가 접촉하는 짧은 시간이 얼마나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오래된 연구가 있다. 스웨덴 우메오 대학 페터르 드 샤토 교수와 브릿 비베리 교수는 곧 해산을 앞둔 20명의 임산부를 골라 신생아를 출산 직후 15분 정도 배 위에 올려두어 서로 따뜻하게 접촉하게 한 후 그렇게 하지 않은 20명과 비교했다. 고작 십수 분 동안 엄마 배 위에서 시간을 보낸 것이 과연 차이를 만들 수 있었을까?

첫 번째 관찰은 아이가 태어난 지 36시간이 되었을 때 이루어졌다. 연구팀은 엄마와 아이의 행동을 15초씩 20번 관찰했는데, 나자마자 엄마 배 위에서 시간을 보낸 아기들이 덜 울었고, 엄마들은 아이를 더 자주 받쳐주었으며, 더 많이 감싸 안아주었다. 3개월이 지난 후에는 연구팀이 집으로 찾아가 장난감 몇 개를 엄마와 아이에게 준 후 10분 동안 이들의 행동을 주시했는데 태어나자마자 엄마와 따뜻하게 접촉했던 아이들이 더 많이 웃었고, 엄마들은 아이들의 얼굴을 더 오래 들여다보았으며, 더 자주 뽀뽀해주었다. 단 15분의 투자인데, 효과는 꽤 오래 갔던 셈이다.

대만국립대학의 미링 가우 교수는 신생아와 접촉하는 것이 엄마에게만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가우 교수팀은 갓 아빠가 된 남성 92명을 모아 절반에게는 아이가 태어난 날 아이를 한번 안아보게 하고, 둘째와 셋째 날에는 따뜻한 방에서 안락의자에 앉아 아이를 안고 15분 이상 아이와 눈을 맞추고, 쓰다듬고, 어르도록 했다. 나머지 절반의 아빠들에게는 아이를 안아보는 것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다.



사흘 후 가우 교수팀은 아빠들이 아이에게 느끼는 유대감이 얼마나 높아졌을지 설문을 통해 측정했는데, 차이는 뚜렷했다. 아이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를 아빠에게 맡겨둔 경우는 유대감 점수가 3점 높아졌을 뿐이지만, 아이를 매일 안고 눈을 맞추고 쓰다듬어준 아빠들이 아이에게 느끼는 유대감의 점수는 무려 12점이나 높아졌다. 즉, 엄마뿐 아니라 아빠도 자주 아이와 눈을 맞추고, 쓰다듬고, 얼러주어야 따뜻한 부자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 연구의 결론이다. 엄마나 아빠가 아이를 안고 있을 때, 유대감을 고양하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은 늘어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은 줄어든다고 보고한 연구도 있다.


임재준 / 서울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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