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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푸른 하늘

안성남 / 수필가
안성남 / 수필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6/16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20/06/15 19:49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이렇게 시작하는 동요를 부르면 서쪽 나라로 끝없이 흘러가는 작은 배 하나와 한없이 펼쳐진 하늘이라는 무대가 아련하게 떠오른다. 더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 노래는 먼 나라의 동심 같은 세계가 되어 흑백의 현실을 넘어서는 그런 이야기로 가슴에 남게 되었다. 은하수와 하얀 쪽배를 품는 푸른 하늘의 알 수 없는 깊이에 그저 올려다보며우러러보는 마음을 품고 사는 사람이 되었다.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나면 사람들은 하늘에게 그 해결을 위탁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랬던 순수한 시인의 마음이 있었고 악한 사람이 받는 불행을 하늘이 벌을 내렸다고 말하고 착한 사람이 형통한 것을 보고 하늘이 복을 내려주었다고 그렇게 하늘을 믿어 왔다. 그래서 하늘의 뜻이라는 표현을 쓴다.

사람답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 “하늘이 무섭지도 않은가” 였다.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들이 머리를 들고 올려다보는그때 최고의 존재로 자리 잡은 것은 하늘이었다. 감히 건드릴 수 없는 권위로 하늘은 사람들에게 삶의 경계를 가르치고 사람의 길을 말해 주는 듯 사람들의 생각 위에 자리 잡고 있다.

푸른 하늘이 자랑인 한국은 나라를 대표하는 애국가에서도 “하늘이 보우하사 오래오래 대한민국을 보존하여 주소서”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 통일된 종교가 없고 저마다 자기 사는 곳에서 그곳의 토속신이나 혹은 조상을 섬기면서도 한마음으로 믿고 의지하는 것은 자랑으로 삼는 그 하늘이었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에서는 기뻐하였고 흐리고 폭풍우 치는 날에는 노한 하늘의 표정으로 무서워하였고천둥 치는 어두운 구름 아래에서는 죄인들이 공포에 떨었고 뜨거운 태양만 작열하는 오랜 가뭄의 고통 아래에서는 임금의 부덕이라고 무릎 꿇고 눈물 흘리는 대상이 역시 하늘이었다. 한국에서의 하늘은 삶의 기준 같은 것이었다. “하늘이 무심치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하늘에서 다시 만나면 여기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맺어 영원히 함께하리라는 많이 듣는 대중가요가 있다. 윤회 사상이 그리 강하지는 않지만 죽어서 다시 태어난다는 막연한 종교관에 따라 다시 태어나는 곳이 하늘이라고 설정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보통 땅 위에 인생과 땅 아래 지옥이라는 곳에서 벌 받는 인생과 하늘에서 더 나아가 하늘 위에서 새롭고 영화로운 삶을 사는 인생의 세 가지를 알게 모르게 품고 사는 한국인이었던 것 같다. 맺지 못한 인연을 완성하는 곳으로 어느 날 가야 하는 이상향 같은 곳이 하늘이라는 생각이 바닥에 깔려있다.

오래전 옛날에는 정말로 하늘 어디엔가 그런 장소가 있다고 믿어 왔는지 모르지만, 달나라를 갔다 오는 우주 시대에 하늘 어디에도 그런 것은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어느 우주인은 하늘에 와서 아무리 찾아보아도 신은 없더라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우주인은 하늘에서 바라본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그 하늘에서 신의 솜씨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대단한 과학 발전으로 한껏 부풀었던 사람들의 자만심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조그만 존재로 크게 상처받고 있다. 이상하게 살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음 가다듬고 우리마음속에는 어떤 푸른 하늘이 남아 있는지 고개를 들고 6월의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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