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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의 아메리카 아르니카 12] 다시 생각하는 흑백 차별의 역사

[시애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6/17 02:59

돌고도는 "숨을 쉴 수가 없다"는 구호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특히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의 역사 자체가 흑인이 탄압과 차별을 시정해가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번 조지 플로이드 시위에 등장한 "숨을 쉴 수가 없다"는 구호도 지난 2014년 흑인 노점상이 뉴욕에서 경찰에 목 졸려 숨지기 전에 남긴 말로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소셜미디어에 올라와 큰 관심을 끌었고 요즘 다시 소환되고 있는 한 영상은 미국의 흑백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영상에는 경찰관이 중형 세단을 운전하는 흑인 여성을 보고 이유없이 차량을 세운 뒤 불심검문을 한다. 검문을 받게 된 흑인 여성은 플로리다 주 최초의 흑인 검사였다. 신분증을 본 경찰이 경례를 하고 통과시켰음은 예상대로다. 이 영상은 겉으로 보기에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백인 경찰관이 '단지 흑인이 중형 세단을 운전하고 있다'는 이유로 차량을 정차시켜 신상을 조회한 것으로 당시 미국에선 '인종차별'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이번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SNS 등을 통해 이 영상이 다시 공유되고 있는데 "이번에 사망한 플로이드가 그녀와 같은 검사 신분이었다면 최소한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하는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방에서 여성 흑인 검사도 나올 정도로 변화했지만 단지 20달러 위조지폐 사용 혐의만으로 그같은 사망 폭행을 당한 현실은 그대로이다.
지난 2016년 흑인 행동치료사 한사람은 시설에서 탈출한 자폐증 환자에게 다시 시설로 돌아갈 것을 설득하다가 그냥 경찰의 총에 맞았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이유도 없이 그 흑인치료사 킨제이를 향해 총구를 겨눴고, 공포에 질린 킨제이는 장난감을 들고 있던 자폐증 환자 옆에 드러누워 두 손을 들고 "나는 무기가 없다"고 소리쳤지만 경찰은 그의 다리에 3발의 총격을 가했고, 총에 맞아 고통스러워하는 킨제이의 두 손을 수갑으로 채워 앰블런스가 올 때까지 길가에 방치했다.
흑인 남성들이 경찰 총격으로 사망할 확률은 전체 평균 남성의 총격 사망률보다 두배로 나타났고 또 20~30대 젊은 흑인 남성은 그 확률이 백인에 비해 2.5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미국 주요 도시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멈추려면 경찰이 먼저 폭력성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신문은 시위 현장에 경찰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폭력이 폭력을 낳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위현장에서 경찰들은 폭력사태가 현저히 줄어들은 지금도 최루탄 사용은 물론, 때때로 노인들을 거칠게 밀치고, 아이들에게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물리적 충돌을 부추기고 있다. 이번에 어떻게 되든 경찰의 이런 메뉴얼이 바뀌게 될 것은 거의 확실시된다.
흑백 차별사를 종식시키는 대전환점은 1960년대를 뒤흔든 평화적 민권운동이었다. 남부 레스토랑 주인이 흑인 대학생 4명에게 서비스를 거부하면서 촉발된 이 운동은 백인들까지 합세하면서 민권운동의 횃불로 타올랐고, 이들이 부른 찬송가 '우리는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는 민권운동의 노래가 된다.
특히 1963년 4월 워싱턴D.C.의 링컨기념관 앞에서 25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행한 연설 '우리는 왜 기다릴 수 없는가'는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명연설은 미국 민권운동의 정신을 한마디로 요약하고 있다. 비폭력 평화 정신이다. 이듬해에 민권법이 제정됐고 그 이듬해엔 흑인 투표보장법이 제정된다. 링컨의 노예해방선언 100년 만의 변화였다. 우리는 여기에 평화적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물론 아직 흑백 차별이 종식되지는 않았다. 차별과 증오는 무의식과 잠재의식에 뿌리깊게 살아남아 이번처럼 크고 작은 사건을 낳고는 있지만 미국사회가 변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거의 모든 공직자들이 이번 시위에 찬동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흑인노예가 미국 땅에 온 지 근 400년 만에 흑인 혈통의 대통령이 탄생했다는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차별은 생물학적 차이보다 사회학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환경과 문화의 지배를 받는 게 우리 인간이라는 얘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엊그제 '이런 상황이 우리의 정상이 될 수는 없다. 새로운 제도적 장치 마련의 계기가 되도록 모두 한마음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한 말을 기억해야겠다.

• 아메리카 아르니카는 ‘아메리카를 아십니까’ 또는 ‘아메리카를 알고 있으니까’의 라임(rhyme)을 맞춘 제목이다. (필자 주)

안동일 재외동포저널 이사 / 뉴욕 AM 1660 K 라디오 방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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