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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애원' 외면하는 정치인

황상호/기획취재부 기자
황상호/기획취재부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7/11/29 미주판 23면 기사입력 2017/11/28 23:44

희고 앙증맞다. 주먹 만한 강아지가 빼꼼히 문밖을 내다본다. 나도 목을 빼 안을 훔쳐본다. 해리포터 영화에서나 봤을까. 어른키 배나 돼 보이는 고급스런 대형문이 개의 세계와 나의 세계를 가로 지른다.

대문의 주인공은 공화당 하원의원인 에드 로이스다. 그의 지역구는 남가주 풀러턴과 다이아몬드바 등 한인 거주지역이다. 2007년 위안부 관련 결의안이 하원에서 통과하도록 도와 일부 한인 언론은 그를 '한인의 대변자'라 부른다.

그를 만나기 위해 양복을 차려입은 자들이 약속 시간 일찍 문 밖에 서 있다. "띵" "띵" 순찰차 경광등 모양의 알람이 울리자 문이 열리고 그들은 고풍스러운 문 안으로 들어간다. 강아지는 또 세상 모른다는 눈으로 밖을 본다.

문 밖 세계에서는 청년과 어머니, 그들의 친구가 쪼그리고 앉아있다. 손에 쥐고 있는 종이에는 '드림액트에 공동 서명해 달라(CO-SPONSOR DREAM ACT)'라는 구호가 쓰여있다. 그들은 불법 체류 청소년 유예프로그램 다카(DACA)가 폐지되면서 졸지에 불법체류자 신세에 놓인, 놓일 한인 청년과 그들의 가족들이다.

그들은 석 달째 다카 대체 법안인 드림액트에 공동서명해달라고 의원에게 면담요청을 했다. 전화도 하고 편지도 썼다. 하지만 그는 만나주지 않았다. 한인들은 이것을 '로비활동'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애원이다. 다카 수혜를 받고 있는 자녀의 어머니는 "매일 아침 발목이라도 붙잡고 가슴 졸이며 살고 있는 우리 신세를 말하고 싶다"고 했다.

짜잔. 세금 개정 법안에 투표를 하기 위해 에드 로이스 의원이 사무실에서 나왔다. 한인들은 사방에 달라붙었다. 하지만 그는 "불법체류 청소년을 위한 대체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이민과 보안 등에서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내뺐다. 빠른 걸음을 내딛으며 충분한 대화를 피했으니 틀린 표현이 아닐 테다.

두어 시간 뒤 한인들은 다시 의원실 문 앞에 섰다. 의원 대신 보좌관을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 하지만 그들은 면담을 거부했다. 오전에 의원에게 소리를 지르는 등 무례를 범했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백인 여성 보좌관은 그 아이의 과외 선생쯤 됐을 법한 아이를 키우는 한인 어머니에게 예의범절을 일갈했다. 동방의 가족들은 속만 탔다. 지난 15일 워싱턴 DC 미 의회 의원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하루 전에는 한인 10여 명이 폴 라이언 공화당 연방하원실 앞에서 다카 대체법안 통과를 외치다 체포됐다. 40대 가장부터 70대 80대 시니어도 있었다. 그들은 시민권을 가진 책임이라며 불법체류 청년들을 대신해 자발적으로 수갑을 찼다.

저녁 무렵 체포된 한인들이 비닐팩에 소지품을 담아 경찰서에서 하나 둘 풀려났다. 나초와 감자칩으로 저녁을 때우던 그때 다카 수혜자 어머니는 그들에게 고생했다며 감옥 출소 뒤 으레 먹는 두부를 찾았다. 워싱턴DC 한복판에 두부가 어딨겠는가. 그는 대신 속은 같은 색깔인 치즈스틱을 포크에 찍어드렸다.

미 의회 맞은 편에는 워싱턴 모뉴먼트가 하늘을 뚫을 듯 대형 바늘 처럼 솟구쳐 있다.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을 기념하기 위한 첨탑이다. 사람을 압도하는 의원실 대형 문 안에는 연방 하원의원 435명과 연방 상원의원 100명이 일하고 있다. 키가 너무 크면 발 아래가 안 보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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