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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크리스마스 선물 '해밀턴'

이 사람 참 멋지다. 만나본 적 없고 무대에 선 모습조차 구경한 적 없지만 가끔씩 전해오는 그의 소식은 많은 사람을 미소짓게 하거나 울컥하게 하고 또 때로는 "와우"하며 감탄하게 만든다.

린 마누엘 머랜다. 1980년생이나 이제 겨우 37세. 지금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잘 나가는 메가 히트 뮤지컬 '해밀턴'을 만든 사람이다. 그냥 만든 정도가 아니라 대본을 쓰고 작사를 하고 곡을 만들고 주인공으로 출연했으니 거의 원맨쇼를 하며 무대에 올린 이 작품으로 그는 지난해 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 11개 부문을 휩쓸었다.

시상식이 열린 그날 새벽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게이클럽에서는 49명이 숨지는 총기참극이 발생했고 음악상을 받으러 무대로 올라온 그는 "무분별한 비극적 행동은 지금 여기 그 어떤 것도, 단 하루조차도 약속된 것은 없다는 것을 상기시킨다"며 떨리는 목소리를 꾹꾹 눌러 "사랑은 사랑은 사랑은 사랑은 사랑은 결코 살해당하거나 휩쓸려 사라질 수없는 것"이라는 수상 소감으로 객석은 물론 TV 앞에 앉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LA 공연 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냈다. 오는 30일 '해밀턴'의 LA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19일 저녁 8시 공연의 전 좌석을 개방한 것이다. 로터리 추첨을 통해 행운을 쥐게 될 사람은 모두 2550명. 티켓 판매를 시작한 지 1시간도 안돼 전 좌석 매진으로 표를 구할 수도 없었고 티켓을 거의 싹쓸이해 웃돈을 얹어 되파는 리세일 사이트들이 내놓은 가격은 1장에 최소 400달러는 줘야 구할 수 있는 티켓이다.



'해밀턴' 제작사측은 지난 8월 LA공연을 시작한 이래 매일 로터리 추첨을 통해 티켓 40장을 10달러에 제공해왔다. 매일 수천명이 응모를 하고 나도 생각날 때마다 로터리 클릭을 했지만 오늘까지는 빈손이다. 올해는 착한 일을 한 게 별로 없기 때문에 산타할아버가 선물을 줄 것같진 않지만 그래도 '해밀턴'이 떠나기 전 머랜다의 특출난 재능이 담긴 작품을 볼 수있기를 기대해본다.

'해밀턴'은 LA 공연을 마치면 푸에르토리코로 간다. 지난 9월 허리케인 마리아에 강타당해 1000명에 가까운 사람이 숨지고 섬 전역이 초토화된 곳이다. 머랜다는 푸에르토리코 이민자의 아들이다.

허리케인 피해 사실이 알려진 직후 그는 라틴계 팝스타들과 함께 자선 싱글을 내고 피해 복구와 재건을 위한 기금을 모금했고 지난 11월에는 푸에르토리코로 날아가 실무를 담당할 현지 단체에 250만 달러의 기금을 전달했다.

디즈니 영화 '인어공주'의 OST를 제작하고 10년 전 스타탄생을 알렸던 데뷔작 '인더하이츠' 재공연 무대에 출연하는 등 그의 시간은 거의 금값이지만 그는 푸에르토리코에서 며칠을 머물며 이재민들에게 마실 물과 먹을 것을 나눠주고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내년 1월 '해밀턴'을 들고 다시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면하고 사망자가 1000명에 달한다는 소식도 별 관심을 끌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밀턴'이 푸에르토리코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문화관광을 통한 재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쾌한 사람은 주변을 유쾌하게 하고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은 주변 사람도 좋은 일을 하고 싶게 만든다. 20대 후반 고등학교 동창과 결혼하면서 신부를 위해 그가 만든 5분짜리 깜짝공연은 유튜브에서 600만 번이 넘게 조회되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줬다.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의 한 장면을 각색한 것인데 '해밀턴'이 안되면 그의 결혼식 공연이라도, 잠시나마 기분좋게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신복례 / 외신 담당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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