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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비트코인, 돈이야 도토리야

도대체, 돈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누구는 돈(화폐)이라 하고 누구는 '도토리(싸이월드의 사이버 머니)'같다고도 한다. 이름에 '통화(currency)'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실물경제에서의 거래 확인이 쉽지 않으니, 마땅히 돈이라 하기도 참, 그렇다.

그런데, 요즘 이게 난리가 아닌가. 자고 일어나면 쏟아지는 뉴스에 내용은 잘 몰라도 누구나 그 용어는 들어봤을 법하다. 암호화폐 '비트코인(Bitcoin)' 말이다. 여러 사람 모인 자리에서 자칫 방향이 다른 이야기라도 할라 치면 '무식쟁이'로 몰리기 십상이니 조심스럽기도 하다.

주식처럼 코인거래소를 통해 사고파는 비트코인은 최근에는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지만 지난 12개월 동안 무려 1000% 이상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나마 주식은 거래시간이라도 있지, 비트코인 거래는 24시간 연중무휴라 사이버상에는 울고 웃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엄청나게 쏟아진다.



내로라하는 지식인들도 이런 비트코인 광풍을 두고 해석이 다르니, IT나 디지털 영역에 거리감이 있는 사람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 지 헷갈린다. 어디 개인들 뿐인가. 비트코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세계 각국의 대처도 제각각이고, 한 나라 내에서도 의견이 다 다르다. 대체로 미국이나 일본, 유럽은 비트코인을 제도권 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지만 한국이나 중국은 거래 자체를 규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비트코인이 뭐길래? 올해로 나온 지 9년이 된 비트코인은 중앙정부나 제3자의 통제없이 익명의 개인간 거래(P2P)가 가능하도록 개발된 디지털 머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개발자가 국가 통제의 중앙화된 화폐시스템에 대한 반감과 금융기관들의 수수료 공제 등에서 자유롭고자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거래장부(원장)를 참여자들의 컴퓨터(노드)에 나누어 연쇄적으로 분산·배치하는 함으로써 해킹이 원천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이는 부동산 거래 서류나 특허기술, 상품 거래 내역 등을 블록체인화 함으로써 활용방안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인 간 새로운 거래가 완성되려면 암호화된 수학문제(수많은 사칙연산)를 풀어 거래자 간 합의를 얻어야 만 한다. 수학문제를 풀 때는 거래 당사자가 아닌 참여자들도 도울 수 있으며 이를 채굴(마이닝)이라고 한다. 참여자들은 채굴 과정에서 비트코인을 조금씩 받게 된다. 그런 과정을 거쳐 거래가 완성되면 원장이 참여자 노드에 똑같이 전송돼 저장되기 때문에 해커들이 한 두개 노드를 해킹해서는 장부를 조작하기 어렵게 된다.

하지만, 의도한 바와 달리 비트코인은 마약이나 불법 무기거래, 돈세탁 등에 사용되면서 지하세계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위험성이 있는 거래에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했고,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기반기술이 될 수 있다고 평가되면서 일반의 관심까지 부추겼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비트코인 광풍은 시작됐고 지금은 누구도 말리기 힘든 지경이 됐다. 투기가 워낙 심하자 중국에서는 지난해 코인거래소를 아예 폐지했고, 한국에서도 강력한 규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금이나 달러가 선물시장에서 투기대상으로 거래되는 것처럼 투자자 책임 하에 비트코인도 얼마든지 거래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다만, 그것이 화폐처럼 실물경제에 기능 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도 있다.

옛 선사가 손가락을 들어 달을 가리키는데 사람들은 손가락 끝만 바라봤다고 했던가. 정작 개발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강조했건만 사람들은 그 기술로 탄생한 비트코인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김문호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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