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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내성적인 성격을 점검해야 하는 이유

미국인 교육 관계자들을 만나서 한인 학생에 대해 질문할 때마다 듣는 이야기가 있다. 소심함과 도전이다. 창피하고 부끄러워해서 앞에서 발표를 잘 하지 않거나 교실에서 조용히 공부만 한다는 모습을 증거로 댄다. 간혹 앞에서 이끄는 리더십이 강한 학생을 보기도 하지만 이런 학생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교육자들은 한인 학생들에게 "더 높이 도전하라"는 말을 많이 들려주는 것 같다.

사실 성인들도 다를 바가 없다. 미국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회의에 참석하면 분위기부터 다른 걸 확 느낀다.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히스패닉 학부모들조차 통역자까지 요구하면서 질문하지만, 한인 학부모들 중에서 회의 중간에 손을 들어 질문하는 경우는 찾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이런 소심함 혹은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자녀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중앙일보 팟캐스트인 '에듀팟'의 패널리스트들의 지적이었다. 수잔 정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부모의 눈에는 그저 얌전하고 조용한 내성적인 성격의 자녀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학생이 꽤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문의에 따르면 학생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우울증 증세는 늦잠을 자고 늦게 일어난다. 매사에 흥미도 없다. 뭐 먹고 싶은지, 가고 싶은 곳이 있는지 물어봐도 '노'라는 간단한 답만 돌아온다. 부모들의 눈에는 10대들이 흔히 겪는 사춘기 증세라고 생각해 내버려 두는 경우가 많다고 정 전문의는 설명했다. 또 다른 패널리스트인 LA고등학교의 지경희 카운슬러 역시 비슷하게 말했다. "학생들이 학교에 지각하고 무슨 얘기를 해도 시큰둥하게 반응하면 우울증을 의심해보곤 한다"고 했다. 그리고 혹시 교사나 카운슬러도 모르게 학생들에게 왕따를 당하는지 조심히 알아보기도 한다고도 했다. 지 카운슬러에 따르면 고등학생들이 우울증에 걸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여학생의 경우 학교에 예쁜 옷을 입고 갔는데 친구들이 '별로'라면서 관심을 주지 않거나, 남학생은 헤어스타일로 놀림을 당하거나 할 때라고 했다. 수업에서 발표했는데 친구들이 놀릴 때도 내성적인 학생일 경우 가벼운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고 했다.



휴양지로 유명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30여 마일 떨어진 파크랜드 지역의 마조리티 스톤맨 더글라스 고교에서 지난 14일 오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 최소 17명이 숨지고 1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 미국에서 18번째로 발생한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다. 경찰은 사고 후 학교 밖으로 달아난 용의자 니콜라스 크루즈(18)를 학교 근방에서 체포했다. 크루즈의 정확한 범행동기는 아직 모르지만 이 학교에 다니다 교칙 위반으로 퇴학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등학교에서 발생하는 총격사건은 대학에서 일어나는 총격사건과 다르다. 그룹 속에 함께 어울리고 싶지만 계속 무시당하고 거부 당하자 화가 나고 또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극단적으로 선택하는 행동이라고 '광란: 학교 총격의 사회적 뿌리'라는 책을 쓴 캐더린 뉴맨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지적했다.

10대 학생들이 원하는 건 관심이다. 이들이 우울증을 앓는 건 결국 관심이 부족하거나 너무 넘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녀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자. 자녀가 색다른 티셔츠를 입었다면 멋있다고 칭찬해주자. 학교에서 시험에서 망쳤다고 속상해 한다면 격려해주자. 내 자녀 뿐만 아니다. 자녀가 어울리는 친구들에게도 관심을 갖자. 조금만 눈여겨 보고 칭찬해주는 것만으로 10대들은 변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걸 기억하자.


장연화 / 교육연구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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