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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남보다 자신을 위한 인생살기

인생에서 다양성과 꾸준함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한인들은 '잘 노는데' 상당히 서투르다. 아마도 서양과 판이한 문화 차이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툭하면 '바빠 죽을 지경'이란 말을 남발하고 아직까지 워커홀릭(일 중독자)이 추앙받는 직장 문화가 무거운 분위기를 낳은 것 같다. "수고하세요"란 우리 인사말은 "쉬어가며 하세요(take it easy)"란 영어와 반대다.

"놀고 있네"라는 말도 비아냥 섞인 야유로 통한다.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한인들의 노동시간이 가장 긴 편이지만 자리에서 시간 보내기·상사에 눈도장 찍기와 같은 현실 때문에 효율성은 낙제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부 가정의 경우겠지만 가장을 '돈 버는 로봇'으로 여기는 가족들의 자세도 한몫한다.



기자의 경우 학교를 마치고 입사한 첫 직장에서 한 우물을 파다 보니 올 무술년에 30년째로 접어들게 됐다. 자칫(?) 일제 강점기보다 더 오래 다닐 가능성이 생겼다. 달리 말하자면 다른 세계를 경험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없었던 셈이다. 새삼 돌이켜보건대 이 같은 현실은 취직 당시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나이도 불혹을 지나 지천명으로 접어들었다. 세상을 떠난 동창들의 숫자도 조금씩 늘어간다.

이중 판사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타계한 고교동문이 떠오른다. 잇단 개인적 불운으로 몇 차례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고 그때마다 여러 매체와 회견을 한 독특한 법조인이었다. 그는 강남 8학군 토박이로 S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서울지법 판사를 지냈다. 그의 급작스런 부음을 미국에서 지면을 통해 접했다. 한국서 가진 예전의 동창회 모임에서 그가 던진 말이 있다. "판사직업이 좋기만 하다고 일반인들은 쉽게 말하지만 매일매일 산더미같이 쌓인 서류를 꼼꼼히 읽고 판결문 작성에 매달려야 하는 고충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원하지 않는 '방콕족' 신분으로 하루 종일 머리를 써야하지만 '보람있는 일'이란 생각은 솔직히 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기자들은 신문에 이름이라도 나오지만 판사는 정성껏 판결문을 써도 양쪽에서 욕먹는 경우가 잦고 여기저기 눈치도 봐야하는 고달픈 업무"라고도 했다.

그 친구는 공부를 기준으로 할 경우 대한민국 5000만 명 가운데 아마도 최상위 0.0001%에 속할 것이다. 그렇지만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3000명 남짓 되는 조직의 엘리트 판사가 사회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한 것이다. 처음에는 '배부른 소릴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옛날식 기준을 버리고 보니 최근의 추세(한국·미국을 망라하고)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평생 판사·평생 검사로 있기보다 대형 로펌으로 말을 갈아타 변호사로 전직하는 것이 유행이 되고 말았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해 주말까지 하루종일 일하며 가정을 제대로 돌보기 어렵다는 전제가 따른다.

21년 전 IMF 금융위기 이후 한인사회에서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진 이유는 생활고 때문일 것이다. 자부심을 지닌 법조인들이 현업을 떠나는 원인이 돈 때문인 경우가 많다. 변호사가 판검사보다 몇 배 더 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 친구도 투자 실수로 재산을 날리며 가족·건강을 한꺼번에 잃은 케이스에 속한다.

그렇다면 자기자신을 위한 인생살이란 과연 무엇일까. 현실적으로 가족중심 또는 재능기부 삶을 포함해 '나이 들어가는 즐거움'을 스스로 찾고 개발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나라까지 바꾼 우리 미주 한인들은 그 답을 비교적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봉화식/ 스포츠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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