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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반려 식물’이 주는 기쁨

처음 이사 왔을 때 천장이 높은 스카이라이트 바로 아래, 층계 옆 구석에 파이커스(Ficus Benjamina) 큰 화분 하나 들여놓았다. 고민이던 그 구석 처리가 쉽게 해결되어 기뻤다.

파이커스는 잎이 무성하고 짙은 초록 색깔에다 윤기마저 흘러 귀티나는 모습이다. 동시에 무생물이 아닌 살아있는 동거 공동체로 보채지 않고 말대꾸도 안 한다. 가장 자연스럽다.

축축 늘어져 미적 감흥을 주는 일명 위핑 파이커스는 실내장식 지킴이 수문장이다. 집 분위기를 쉽게 업그레이드해주며 바삐 사는 현대인에게는 선인장처럼 안성맞춤의 손이 덜 가는 식물이다. 생명력 또한 강해 누구나 쉽게 키울 수 있다. 실내 식물 중에서도 싱싱한 초록으로 으뜸 자리를 차지하고, 기다림에 멋있게 서 있는 게 미덕이다. 인내 차원에서도 으뜸이다.

저마다 푸른 꿈 성취를 위해 떠나간 자녀들의 빈자리에 실내 화초들이 대치되었다. 보채지 않고 불평 않는 식물 나무를 키우는데 나의 두 손은 최선을 다해왔다. 손이 험해져도 화초 키우는 재미가 앞섰다. 홈디포를 들락날락하고, 실내를 정돈하고 깨끗하게 치우기도 한다. 실내악을 들으며 움직이니 운동도 되고 성취감도 생겨난다. 입맛이 돌아오고 쉬 지치지 않는 게 건강이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화초 키우기는 회복에 다가감이었다. 생명의 경이로움이 내 안에서 춤추기 시작했다. 햇빛 반짝, 초록 윤기 찰찰, 자라는 저 모습이 건강을 향한 나의 향일성과 같다는 생각이 들자 친밀감은 배가 되어갔다.

가장 대중적인 파이커스는 그야말로 나의 반려 식물로 으뜸이다. 손질하기 쉽고 잘 자라며 곧은 습성에 유연한 잔가지의 곱슬 꼬부림이 아주 매력적이다. 화분의 흙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2주일에 한 번씩 물주고 잎 먼지도 닦아준다. 내 흐린 마음의 유리창도 이때 닦는다. 음악을 들려주며 움직이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 물주는 손길이나 먼지 닦는 사람의 체온을 아는 듯 싱싱한 소통이 느낌으로 오간다.

지금 부엌 베이윈도에 만개의 5월이 소형 난 화분 아홉개를 활짝 꽃피우고 있다. 현란한 색깔이 아름답고 앙증스레 곱다. 목젖 내놓고 웃는 신의 파안대소 모습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모래바람이 불던 가슴에 축복처럼 생기가 돈다. 각가지 꽃 색깔이 마음 부시게 한다. 꽃망울을 터트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녹 쓸까 수액이 정수리에서 발뒤꿈치까지 막힘없이 흘러내린다.

아름다운 꽃이나 식물을 보면 마음을 안정시키는 뇌파가 활발해져 스트레스가 풀리고 불안이 가라앉는다는 식물치료를 나는 지금 경험하고 있다.함초롬히 울창한 파이커스와 난의 재롱은 분명 기쁨조다.

카톡이나 SNS에 올라가 있는 우리 집 난 화분과 반려목 식물 파이커스, 서로를 필요로 하는 우리는 가족이다. 집안에서 가꾸는 생명 있는 식물을 장식용도 넘어 삶의 동반자로 여기는 사람 축에 나는 어느 새 끼어있다.

더없이 맑은 하늘이 눈썹 위에서 출렁대는 5월이다. 코로나로 사람 사이 ‘거리두기'가 담 허물기로 작정하고 식물 가족에게 다가간다. 외출도 않고 노상 함께 놀아주는 안주인의 집콕을 의아해할까.


김영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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