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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호의 시사분석]팬데믹 6개월

그러니까 그게 3월 21일이었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자택대피령(stay at home)을 내린 날 말이다. 이미 그 전에 연방 정부의 팬데믹 선언도 있었으니 벌써 6개월 전 얘기다. 그 날은 토요일이었는데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가장 직접적으로 변화를 느낀 곳은 식품점이었다. 평소라면 가득 진열되어 있어야 하는 일부 품목이 이미 다 떨어져 있었다. 화장실용 휴지가 동이 나고 개인당 구매 품목을 제한하기도 했었다. 아울러 주민들은 무엇이 필수업종(essential work)인지, 세탁소는 문을 열어도 되는지, 병원 예약은 가능한지 등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확산세는 무서웠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 역시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경기 침체. 해고되거나 무기한 무급휴가에 들어간 주위 사람들이 늘었다.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실업수당 신청 웹사이트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오류가 속출했고 전화를 걸면 대기시간이 한 시간은 훌쩍 넘었다. 다행히 연방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성인 한 명당 1200달러, 자녀 한 명당 500달러의 현금 지원을 받았고 실업수당도 지급되면서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이후 약 6개월. 달라진 점과 그대로인 점이 있다. 이제 와서 유쾌하지도 않고 아직도 진행중인 일을 뒤돌아봐야 무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실은 이러한 상황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당분간 지속된다는 점이다. 역사가 그러하듯이 과거의 뼈저린 실패와 대응을 철저하게 되짚지 않으면 언젠가는 되풀이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6개월 전과 현재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코로나 19 발생 현황을 보자면 전세계적으로 2960만명의 확진자와 93만6000명의사망자가 나왔다. 미국 전체로는 각각 661만명과 19만600명이고 일리노이의 경우 26만7000명과 8539명이다. 가장 중요한 백신과 치료제는 아직도 전망이 엇갈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수 주만 있으면 백신 개발이 완료될 것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빠르면 올해 말, 늦으면 내년 중반까지 백신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서민들의 부담을 완화시켜줄 경기부양책은 아직도 의회에서 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 백악관측은 11월 대통령 선거 이전까지는 민주-공화 양당의 합의가 나올 것이고 주민들에게 체크가 발송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 지도부는 합의를 위해 회기를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더디다. 1차 경기부양책의 경우 의회의 신속한 결정이 있었지만 11월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과 판데믹을 바라보는 시각, 현안에 대한 입장 차가 존재하다 보니 의회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못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팬데믹으로 인한 고통은 서민들에게 더욱 크게 느껴진다. 주식시장은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복구됐고 일부 업종은 경기 침체가 무색하리 만큼 활황이라고 하지만 업종별로, 사업체별로 체감할 수 있는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회복된 실업률이 단 몇 개월만에 폭락한 것이 상징적인 사례다.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1~2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흔하다.

와중에 인종차별에 대한 반대시위로 촉발된 약탈과 방화로 한인 비즈니스의 타격은 실로 엄청났다. 주로 남부지역에 위치한 한인 업소의 성격상 어느 정도의 피해는 예상할 수 있었으나 일부 동영상으로 확인된 피해 장면은 차마 떠올리기 힘든 고통이다. 한인회가 나서 성금 모금을 하고 온라인 기금 모금 사이트를 통한 십시일반, 시-주정부 그랜트와 융자로 그나마 재기할 수 있는 용기는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상실은 나름대로 꿈꾸던 아메리칸 드림이 무너지는 듯한 허탈함이 아닐까. 아울러 내가 발 딛고 있는 커뮤니티에 대한 실망과 불신, 불안한 미래가 짓누르는 부담감이 오히려 더 크다고 본다.

여전히 정치권은 팬데믹 대처에서도 실패하고 있다. 선거가 40여일 앞둔 상황이라 이슈에 대한 분석과 대책은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트럼프 대통령 인터뷰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얼마나 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걸 맞는 대책을 내놓았는가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 국민들이 패닉에 빠지지 않도록 다운플레이를 하는 것이 맞는지,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지도자상인지는 각자 판단에 맡긴다. 위기상황에서 더욱 구별되는 것이 정치 리더십이고 우리는 이 리더십을 유지할 지, 교체할 지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객원기자]


박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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