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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보듬는 ‘우리들의 이야기’

혼혈입양인 애환과 희망 담아
애틀랜타서 출판기념회 개최
유전자 검사로 가족찾기 권유

노스캐롤라이나 태생의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1962년 한국에서 태어난 리 램버트 씨는 1974년 미국 생활을 접고 다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가 논두렁에 닿을 듯 말듯 활강하다 김포공항 활주로에 덜컹거리며 착륙하던 날의 기억은 그에겐 여전히 생생하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웃을 보며 지냈던 유년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기분은 유쾌하지 않았다. 누군가 간밤에 연탄가스 중독으로 숨졌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어야 했고, 살을 에는듯한 매서운 겨울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집 밖 간이 변소를 찾는 일도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2007년 다시 찾은 서울은 실로 눈부셨다. 70년대 두 개뿐이었던 한강 다리는 이제 27개로 늘어났고 서울 거리 어디에도 대공포와 무장한 군인을 볼 수 없었다”면서 “서울은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인 수준의 도시가 됐다”며 한미 혼혈인임이 이젠 자랑스럽다고 썼다.

무료 DNA 유전자 검사로 입양인 가족을 찾아주는 비영리단체 ‘325KAMRA’가 지난 15일 둘루스의 한 음식점에서 수필집 ‘혼혈 한국인:우리의 이야기들(Mixed Korean: Our Stories)’ 애틀랜타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수필집에는 리씨를 비롯한 39명의 한미 혼혈인들이 나고 자라며 입양되는 과정에서 겪었던 아픔과 슬픔, 원망과 소망, 그리고 성인이 된 후 다시 찾은 고국으로서 한국의 눈부신 발전상을 보고 느낀 감격과 자부심들을 글로 담아냈다. 325KAMRA가 입양인 가족을 찾아주는 사업의 일환으로 3년 전 기획한 지 2년 만에 출간한 것이다.

애틀랜타 출판기념회를 찾아온 혼혈인 가족 20여 명은 간간이 눈물을 훔치며 서로의 애환을 나눴다. 흑인 주한미군 아버지에게서 의정부에서 태어난 은영씨는 어린시절 놀림당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고, 전주에서 태어난 여성은 혼혈인으로서 굴곡진 삶을 극복한 끝에 현재의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단체의 한국어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티아 리고스키는 “나 자신이 혼혈인이기에 혼혈 입양인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고 믿는다”며 “그들의 애환을 담아낸 이 책이 널리 읽혀 더 많은 혼혈 입양인들이 DNA 검사에 참여하고 가족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허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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