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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역사 칼럼] 좋고도 나쁜 사이, 미국과 필리핀

최근에는 필리핀과 미국 사이의 외교 관계가 미묘하다. 필리핀은 원래 미국과 가까운 우방이기도 하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 동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가까이에 있는 힘센 나라 중국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리핀이 과거에 미국에 정복당하여 미국의 식민지였다면 많은 사람이 의아해할 것이다.

필리핀은 3000 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땅이다. 고대로부터 이 땅에는 수많은 종족이 여러 시대에 걸쳐 이주해 와 이루어진 땅이다. 그래서 필리핀 땅은 단일 국가로 형성된 적이 없다. 그 많은 섬에 사는 여러 종족을 다스릴 권력이 형성되기도 있지도 않았지만, 일단 권력이 형성된다고 해도 오래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필리핀은 내전과 무장반란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결과로 16세기 전까지 필리핀 제도는 바깥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멀지 않은 곳에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대륙이 있었지만, 항해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크게 왕래가 없었다.

그러다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로의 항로를 발견한 이후에 항해술로 세계 일주를 성공시킨 마젤란이 세계 일주 과정에서 1521년 필리핀에 도착했다. 마젤란은 무기를 동원하여 현지인들을 굴복시키려 했다. 이 전투에서 마젤란이 죽자 마젤란 일행은 스페인으로 돌아갔다. 이후에 바로 스페인은 필리핀을 발견했다고 세계적으로 선포하고 필리핀을 스페인 영토로 삼아버렸다. 필리핀에는 수많은 원주민이 살고 있었으나 아메리카의 원주민과 마찬가지로 없다고 여겨도 되는 존재에 불과했다.

이후 필리핀은 350년 동안 스페인의 통치를 받으며 수탈의 대상이 되는 식민지로 머물러 있어야 했다. 그러다가 스페인의 힘이 약해지자 19세기 후반에 독립을 위한 봉기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때 공교롭게 미국이 스페인에 싸움을 걸어 전쟁을 일으켰다. 바로 1898년에 미국과 스페인 사이에서 일어난 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전쟁에서 승리하여 미국은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쿠바, 푸에르토리코, 필리핀, 괌 등의 영토를 전리품으로 얻었다. 전쟁 후 미국은 쿠바는 독립하도록 해주었으나, 푸에르토리코와 필리핀은 미국의 영토로 만들고자 하였다. 그런데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이 별 저항 없이 쉽게 자치하였으나, 필리핀은 미국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필리핀을 미국의 영토에 넣기 위해 활동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 미국과 필리핀 사이의 전쟁이다.



미국이 스페인의 항복을 받은 지 일 년 후인 1899년에 필리핀을 영토로 삼으려는 미국의 의도에 저항하여 필리핀 독립군이 봉기를 일으켰다. 이들은 원래 스페인을 상대로 싸우던 독립군이었으나 미국이 스페인에 승리하고 필리핀의 영토를 노리자 미국을 상대로 싸우게 된다. 힘이 없는 필리핀 독립군이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미군에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일방적으로 몰린 필리핀 독립군은 얼마 가지 못해 패하고 말았다. 이 전쟁에서 미국의 잔학행위가 나중에 이 잔학행위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필리핀 독립군을 소탕한 미국은 즉시 필리핀을 미국의 영토로 삼았다. 그러나 필리핀 독립군의 패잔병들은 정글로 이루어진 필리핀의 특수한 지형을 이용해 게릴라 전을 벌이는 게릴라군대로 변해 계속 저항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비록 필리핀을 점령하기는 했으나 게릴라 군대의 끊임없는 공격에 시달렸다. 필리핀을 1935년 미국은 결국 필리핀의 독립을 인정하고 물러났다.

필리핀은 미국으로부터 독립은 했으나 몇 년 되지 않아 일본의 침공을 받게 되었다. 아시아의 통일을 노리던 일본이 필리핀에 상륙한 것이다. 1941년에 일본이 결국 필리핀 전역을 점령했다. 필리핀의 독립군과 미국은 필리핀을 되찾기 위해 3년 넘게 일본과 싸워야 했다. 1945년 일본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필리핀은 그때서야 진정한 독립을 맛보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미국과 필리핀의 관계에는 애증이 교차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미국이 도와주는가 싶더니 미국의 점령을 받게 되고, 미국으로부터 독립을 위해 싸우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미국이 대신 싸워 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국제 정치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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