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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루스 산책]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난리 통에 조명을 받는 야생동물 중에 박쥐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애당초 진원지가 박쥐라는 것이다. 이 바이러스가 박쥐 고기를 먹는 중국 사람들에게 전염되어 전 세계를 팬데믹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는 설이다. 중국인들이 유별나고 더러는 요상한 동식물을 식재료로 쓰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진귀한 야생동물 요리’가 중국의 취식문화로 자리 잡은 지도 오래된 일이다. 내가 과문한 탓에 그들이 박쥐를 요리해 먹는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나는 어려서 시골 산골에 살았어도 책이나 영화를 통해 본 것이 고작이고 박쥐를 직접 본 기억은 없다. 박쥐처럼 기괴하고 음산한 동물도 드물다. 외모도 시커멓고 기분 나쁘게 생긴데다가 음습한 동굴에 무리를 지어서 모여 살고, 포유동물 가운데 유별나게 거꾸로 매달려 지내고, 야행성이라고 한다. 박쥐에 대한 이런 간단한 일반 상식만으로도 별로 좋아할 수 없는 동물이다. 이솝을 비롯한 동서양의 우화에서 보면 새도 아니고 쥐도 아닌 박쥐를 간에 붙었다가 쓸개에 붙었다가 하는 야비한 동물의 대명사로 취급한다. 흔히 우리는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자신의 이익에 따라서 여기저기 붙기를 일삼는 기회주의자를 ‘박쥐 같은 놈’이라고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알려진 박쥐의 종류만도 981종이나 된다고 하고 그 식성도 다양하여 열매를 먹는 박쥐류로 시작해서 벌레를 잡아먹는 부류, 그리고 가축의 피를 빠는 흡혈박쥐에 이르게 되면 괴기하고 끔찍해서 도대체 호감이 갈 수가 없다. 광견병이나 말·당나귀의 전염병을 옮기고 박쥐에게 입은 상처는 병원균과 기생충에 감염되기 쉽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지금 전 세계를 뒤덮고 계속 번져 나가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주범이라니 이제는 흉악한 저승사자쯤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뿐인가. 박쥐에서 유래한 바이러스가 인류로 전파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2002년의 사스를 시작으로, 2014년의 에볼라, 2012, 2015년의 메르스가 모두 박쥐 바이러스라는 것이다. 박쥐는 2000년대에 새로 나타난 인류 감염병의 온상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겠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자고로 중국문화에서 박쥐를 기쁨과 행복을 상징하는 길한 동물로 여겼다는 것이다. 중국어로 박쥐는 복(蝠)인데 행운을 뜻하는 복(福)과 발음이 같을 뿐 아니라 박쥐는 오복(五福)을 가져다주는 동물이라고 믿는다고 한다. 오복이란,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의미한다. 순서대로 풀이하면 장수하는 것, 부자로 사는 것,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한 것, 도덕 지키기를 낙으로 삼는 것, 제 명대로 살다가 편히 죽는 것을 뜻한다. 오복의 화신으로 여긴 박쥐무늬를 그림이나 생활용품 속에 그려 넣거나 공예품, 가구 장식, 건축 장식으로 널리 쓰기도 하였고 한자문화권인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성의 장신구인 노리개에도 박쥐 문양을 하여 복이 깃들기를 기원하기도 한다.



박쥐를 하늘의 쥐를 뜻하는 천서(天鼠)라고 하거나 신선처럼 장생 불사한다고 해서 선서(仙鼠)라고도 불렀다. 중국에는 고대로부터 박쥐를 먹으면 장수하고 신선까지 될 수 있다는 전설이 있고 지금도 ‘진귀한 야생동물 요리’의 하나로 특히 부유한 중국인들이 선호한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사향고양이와 뱀, 천산갑 등 야생동물을 별미로 간주하고 있다”며 “야생동물 섭취는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한편, 야생동물이 건강에 좋다는 미신에 따른 것”이라는 보도를 한 일도 있다.

최근 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 기세가 다소 수그러드는 듯하여지자 빗장을 걸었던 야생동물 시장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긴 박쥐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도 조리 과정에서 주의하고 잘 익혀 먹으면 괜찮다고 한다. 맹독을 품은 복어도 조리하기 나름 아닌가. 이젠 코로나바이러스가 주춤하니 병마에 시달린 후에 박쥐를 포함한 야생동물 보양식을 섭취해서 원기를 회복하고 몸보신을 하자는 심산인가 보다.


태종수, 전 아칸소대 정치학 교수/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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