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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봉의 미국에서 세자녀 키우기

알음알음 전해지는 만병통치 기적의 명약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양치질을 해줬다. 별 것 아니지만 매일 저녁 세 명 모두 이를 닦이는 것도 일은 일이다. 요샌 막내도 학교에 다니고 자기 스스로 칫솔질을 하니 일거리가 하나 줄었다.

애들에겐 충치가 하나도 없다. 비싼 치약을 쓰는 등 특별한 비결이 있거나 한 건 아니고 치과의사들이 하라는대로 칫솔질을 이 하나에 앞뒤로 10번씩,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치약은 원래 월마트 같은 데서 저렴한 제품을 산다.

그런데 얼마 전 화장실에 못 보던 브랜드가 놓여있었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다단계로 유명한 회사 제품이고 주변에서 한번 써보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고질병인 궁금증을 못 참고 인터넷으로 검색해봤다. 써본 이들은 이가 잘 닦여 효과에 만족한다고들 하지만 치과의사들의 낮은 평가가 눈에 띄었다. 연마제를 많이 써서 상쾌한 느낌은 들어도 치아건강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거다.

다단계, 아니 요새는 네트워크 마케팅이라고 하던가. 불필요한 중간단계나 광고를 없애 질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십중팔구는 우리집 새 치약처럼 시중에서 판매 중인 일반 상품만도 못하다. 심지어 위법적 판촉 활동 및 사기 행위로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치약이나 샴푸와 같은 생필품 뿐만이 아니다. 특히 심각한 건 건강보조식품이다. 네트워크 방식으로 판매하는 제품 중 상당수가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효과를 내세운다. 한인들 중 영어가 자유롭지 않은 1세들이 이런 상술에 더 취약하다. 비싼 의료비 때문에 병원을 찾기보다 건강보조식품을 포함한 대체요법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의약품이 아닌 건강보조식품(health supplement)은 어떠한 효능효과도 기재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회사들이 은근슬쩍 법을 어겨가며 소비자를 현혹한다. 세간에 잘 알려진 암웨이나 허벌라이프 등은 이미 연방거래위원회 및 각 주정부들에 의해 수차례 기소되고 천문학적인 벌금을 낸 바 있다. 제품 효과에 관해 과장 광고를 하고 사기적 판매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영세한 규모의 네트워크 판매인 경우 아무래도 법집행기관의 주목을 덜 받아서인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장 광고를 한다. 이들은 미주 한인커뮤니티에서 주류 사회와 접촉이 적은 1세 중심 종교단체에 판매망을 구축한다. 이미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다단계가 빨리 침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어서다. 신앙에 제품을 교묘히 결합한 간증과 성직자 및 신자들에 대한 적극적 포섭활동을 통해 짧은 시간 깊게 뿌리를 내리는 특징이 있다. 신앙을 전도하듯이 좋은 물건을 많이 팔수록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 그게 신을 기쁘게 한다는 논리다.

이들 건강보조식품은 어떠한 효과도 의학적으로 입증한 적이 없다. 가끔 실험 결과를 학회에 발표해 정식으로 효과를 인정 받은 것처럼 홍보하지만 살펴보면 사실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상실험은커녕 무늬만 연구소인 한국 소재 영세한 기관에 의뢰해 과학적 가치가 없는 결과를 마찬가지로 영세한 3류 저널에 올리는 식이다.

물론 건강보조식품이라고 해서 효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비타민D나 오메가3처럼 유의미한 연구결과가 계속 나오면 처방전이 필요없더라도 의사들이 먼저 복용을 권하곤 한다. 가장 확실한 것은 FDA가 효과를 인정하는 경우다. 그전까진 건강보조식품을 몸에 좋은 약처럼 생각해선 안 된다. 별 효과가 없어 돈낭비인 것은 물론 검증되지 않은 성분 때문에 간이나 신장 기능이 저하된 사람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상식의 문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어떤 물질에 의학적으로 유익하면서도 강력한 효과가 있다면 이미 의약품으로 출시됐거나 최소한 정식 연구단계에 있을 터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신물질을 찾기 위해 오늘도 혈안이 돼 있다. 주술사의 재료든 전통의료에서 사용하는 약초 뿌리든 효과만 있다면 무엇이나 검증하고 실험한다. 영세한 기업이나 개인이 개발한 경우 천문학적 보상을 제시하며 권리를 획득한다.

만병통치 기적의 명약은 신앙심 좋은 한인들 사이에서만 알음알음 소개되고 소비된다. 그토록 몸에 좋은 것이라 남주기는 아까워 주류사회에는 쉬쉬하는 것일까, 아니면 행여 과장광고와 사기적 판매행위로 덜미를 잡혔다간 경을 칠 수 있으니 이민 1세들만 타겟으로 하는 것일까.

아무리 미사여구로 치장해봤자 결국 타인을 수단화하는 행태다. 반인간적이고 반신앙적이다. 신 앞에서 모두가 평등한 수평관계가 아니라 철저하게 수직적인 상하관계를 통해 성전에서 장사를 하겠다는 물신주의다. 진실한 신앙이 있다면 당장 그만 둘 일이다.

[관세사, 그레인저 재직]


봉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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