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 트랜스 여성 수감자 여성 전용 교도소 첫 이감

성전환 수술을 받지는 않았으나 성 정체성을 여성으로 인식하고 호르몬 치료를 받아온 일리노이 주 수감자가 1년여에 걸친 법정 싸움 끝에 '여성 전용 교도소 이감' 목적을 이뤘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년 전 주거 침입 및 강도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시카고의 트랜스 여성 스트로베리 햄튼(27•사진)이 지난주 일리노이 주 딕슨 시의 남성 전용 교도소에서 링컨 시의 여성 전용 로건 교도소로 이감됐다.

햄튼의 법정 소송을 대리한 인권단체 맥아더 정의센터(MJC)는 지난 27일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최소 일리노이 주에서 트랜스여성이 여성 전용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5세 때부터 여성 정체성을 가졌다는 햄튼은 2년 전부터 호르몬 요법으로 여성성을 유지해왔다.

햄튼은 수감 이래 동료 수감자들과 간수들로부터 차별•성적 학대•폭행•놀림의 대상이 됐고, 여성 전용 교도소 이감 요청이 수용되지 않자 지난해 12월 MJC의 도움을 얻어 시카고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일리노이 교정국은 햄튼이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은 상태여서 다른 여성 수감자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당국은 4차례에 걸쳐 남성 전용 교도소에 이전 수감했고, 햄튼은 지난 3월 주 교정국을 상대로 또다른 피해 보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 증인으로 선 임상정신과 의사 조지 브라운은 "햄튼이 여성 정체성을 확신하는 이들의 특징을 모두 가졌고, 호르몬 요법으로 인해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 기능적•화학적으로 거세된 상태"라며 "교정 당국의 주장은 의학적 연구 결과에 배치된다"고 증언했다.

연방법원은 교정 당국에 직접적인 이감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담당 판사는 지난달 "햄튼이 성별에 상관없이 동등한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 당했다"며 "앞서 거부된 햄튼의 이감 요청을 재검토하라"고 판결했다.

변호인단은 연방법원이 이 같은 판결을 내린 것은 미 전역에서 2번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바네사 델 베일 변호사는 "햄튼은 성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일리노이 교정국으로부터 여성으로 인정받기 위해 매일 힘겹게 싸워야 했다"면서 "어렵사리 얻어낸 승리"라고 말했다. 이어 "일리노이 교정 당국은 햄튼이 수감된 후 겪은 지속적 피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최신 자료인 2016년 연방 데이터상, 일리노이 주의 트랜스여성 또는 성전환 여성 죄수 28명은 모두 남성 전용 교도소 24곳에 분산 수감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카고=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