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노재원 칼럼] 새해를 맞이하며

새해를 맞이하며

“식목일 날 오헤어국제공항에 도착했죠.”

“12월 24일, 미국에서 첫 자동차를 샀는데 지금 타고 다니는 저 차예요. 20만 마일 이상 탔는데 여전히 잘 굴러갑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또렷이 기억되는 날들이 있다. 흔히 이민자들에겐 미국에 처음 도착한 날이 그렇고, 첫 집을 산 날, 새 차를 산 날 등이 그럴 것이다.



9월 5일. 개인적으로 많은 날짜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근래 가장 자주 되새기는 날은 시카고 중앙일보 재창간 일이다.

넉 달여에 걸친 휴간을 마치고 재창간호를 인쇄하던 작년 9월 5일은 여름 기운이 아직 남아 있던 초가을이었다.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겨울의 한 가운데를 지나 새로운 한해를 맞는다.

1월 1일은 누구에게나 각별한 날이다. 아침이면 해가 뜨고 저녁엔 해가 지는, 똑같은 24시간이지만 새해 첫 날은 특별하다. 새로운 1년 계획을 세우고 경건한 마음을 갖는다.

재창간 이후 시카고 중앙일보는 이전과 제호는 같지만 전혀 다른 신문을 추구해왔다.

'로컬’과 ‘사람’이라는 두 가지 아젠다를 분명히 했다. 의미 없는, 지면 채우기식 콘텐츠 대신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곳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뉴스와 정보를 빈 틈 없이 챙기고 엄선해 전달하려 노력했다.

지역사회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법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선거에 누가 후보로 나서는지 모르고서 어떻게 주체로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나.

소리 없이 묵묵히 살아가는 한인들의 모습을 놓치고서 어떻게 미국 사회 속 우리의 실제 위상을 제대로 가늠할 수 있겠나.

중앙일보는 이와 함께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무한 반복되는, 값싼 콘텐츠는 지양했다.

시카고 중앙일보의 차별화된 콘텐츠는 눈 맑고 귀 밝은 독자들은 일찌감치 눈치 채셨을거라 믿는다.

한인 만인보를 꿈꾸며 하루 한 분씩 신문 1면에 주인공으로 세우는 새 기획물 ‘시카고 사람들’을 통해 평범한 삶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위로 받는다는 반응을 접한다.

타 도시 사람들의 머릿속에 새겨진 시카고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보기 위해 기획한 ‘밖에서 본 시카고, 시카고 사람들’ 코너는 자칫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지 모르는 한인 사회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보려는 것이다.

놓치기 쉬운 뉴스까지 챙겨 전하는 ‘로컬 브리핑’은 아웃사이더 이민자가 아니라 당당한 사회 구성원이 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한인사회라는 작은 울타리를 넘어 전체를 통찰할 수 있는 눈을 갖기 위한 출발점이다.

"중앙일보를 읽으면 세상이 보입니다." 시카고 중앙일보가 재창간 이후 내건 주요 모토 중 하나다. '더 큰 세상을 여는 창'이 되고자 한다.

끼리끼리, 익숙한 문화에만 갇혀 있다가는 영원한 이방인으로 머물 수밖에 없다. 소수계의 한계를 떨쳐내지 못하고 이를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순종하는 자가 되어버린다.

시카고 중앙일보는 올해도 ‘언론은 누구도 이용할 수 없다’는 기본 명제를 철저히 지켜가려고 한다. 특정 개인과 소수 집단을 위한 신문이 아니라 다수의 공리를 좇는다. 사실을 기반으로 공익과 의미를 살핀 후 보도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또한 미디어의 기본을 지키면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려고 한다. 어렵다고 내년 봄에 뿌릴 종자를 먹어치울 수는 없는 이치다. 한 걸음 한 걸음 소 걸음이 천리를 가듯 한 자 한 자 땀과 정성을 쏟을 생각이다.

명품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명품의 진가는 제대로 보고 평가할 수 있는 눈을 가진 이들만이 알아보는 법이다.

역풍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한 지인이 들려준 말에 힘을 얻는다. "연은 순풍이 아닌 역풍에 더 높이 난다."

새 시카고 중앙일보는 새해 한국 나이로 두 살이 됐다. 1979년 창간 이후 세월을 더하면 불혹이 된다. 시카고를 대표하는 신문을 넘어 더 큰 세상을 열어가는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

<발행인>


노재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