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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 교수의 자녀양육 칼럼 38 – 자녀의 학업과 부모의 중요성

지난 3월 20일 페더럴리스트(The Federalist)라는 보수성향의 인터넷 잡지에서 한 기사를 봤다. 제목을 보는 순간 강한 호기심을 느껴서 단숨에 읽었다: “Ocasio-Cortez Joins De Blasio in Call to Punish Asian Students.” 정확한 번역이 쉽지는 않지만, 아마 “오카시오-코테즈가 드블라지오와 합세하여 아시안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려 한다”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하원의원 오카시오-코테즈와 뉴욕시장 드블라지오는 뉴욕의 상위권 공립학교에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입학기준을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내용이었다. 뉴욕의 상위권 공립학교에는 흑인학생들과 히스패닉학생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그 이유는 입학기준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입학에 필요한 성적기준을 낮추어 더 많은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빈부격차 때문에 소수계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부유한 백인들이 자녀들을 좋은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비싼 과외를 시키는 반면에 소수계 부모들은 그럴 수 없으므로 공평한 경쟁을 위해서는 입학기준을 낮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불우한 소수계 학생들을 배려하는 생각처럼 보인다.

문제는 백인 부자집 아이들이 아니라 아시안 학생들이 일류학교들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뉴욕 전체학생들 중 아시안은 15%인데 뉴욕에서 최고로 꼽히는 학교에는 74%가 아시안이다. 이 학교가 입학기준을 낮추어 흑인과 히스패닉의 숫자를 늘리게 되면 많은 아시안들이 다른 학교로 가야 할 수 밖에 없다. 열심히 공부하여 탁월한 성적을 내는 아시안 학생들에게 불공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일류 공립학교들의 입학기준을 낮추어 흑인과 히스패닉의 숫자를 늘리는 것은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결손가정이라는 문화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편부나 편모는 교육을 별로 강조하지 않는다. 그래서 공부의 중요성을 모르고 자란다. 그런 문제는 일류학교의 입학기준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다.

그와 같은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아시안 학생들이 훨씬 우수한 학업결과를 낳는다. 물론 아시안들이 유전적으로 우월하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양부모가 있는 아시안 가정이 양부모가 있는 흑인 또는 히스패닉 가정보다 훨씬 많다. 대부분의 아시안 부모는 자녀들의 교육을 중시하고 강조한다. 따라서 아시안 학생들의 학업성적이 월등하다.

사실 이 기사는 오카시오-코테즈와 드블라지오 같은 진보주의자들이 생각해내는 미봉책을 비판하기 위해 쓰여졌다. 그러나 자녀들의 학업에 있어 부모의 중요성에 관한 대목은 자녀를 양육하는 이민자로서 반드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우선 부모가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의 학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인간관계는 부부 간의 관계이다. 엄마와 아빠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가족 모두의 안정감과 행복의 바탕이 된다. 부모가 서로를 배려하며 가정을 이끌어나갈 때, 모든 식구들이 신체적 건강과 정서적인 건강을 누리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가 함께 있는 것을 보며 안정감을 느끼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다.

어떤 이유로든 부모가 이혼을 하면 아이들은 심한 불안감을 경험한다. 이혼할 것 같은 분위기를 감지할 때부터 느끼기 시작하는 불안감은 학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불안감을 느끼는 아이들은 학업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불안감 속에는 여러가지 감정이 섞여 있다.

먼저는 죄책감이다. 자녀들은 자신들이 부모의 이혼에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죄책감을 갖는다. 자녀들은 엄마와 아빠가 자신들을 사랑했다면 이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부모님의 말씀을 좀더 잘 들었더라면, 공부를 좀더 잘 했더라면, 말썽을 덜 부렸더라면 엄마와 아빠가가 이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인해 죄책감을 느낀다.

다음은 상실감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이혼을 하면, 엄마나 아빠 또는 두 사람 모두를 잃게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을 사랑해주고, 보호해줄 사람이 더이상 없어지고, 자신들의 필요를 채워줄 사람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부모가 이혼하면 먹을 것, 입을 것, 그리고 살 곳이 없어질까봐 걱정한다. 마치 자신들이 고아나 노숙자가 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또한 두려움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나 아빠가 없는 집에서 새로운 방식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이혼의 과정이나 재혼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알고 지내온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겪고 있는 변화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낮선 삶에 대한 두려움이 자녀들의 마음 한 구석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와 같이 죄책감, 상실감, 두려움 등으로 인해 자녀들은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어떤 아이들은 불안감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아이들은 신체의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기도 하고 갑자기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부모란 삶의 기반이며, 부모의 이혼과 함께 삶의 기반이 무너지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들이 생각이 분산되고 학업에 집중할 수 없게 되는 것이 당연한 결과이다.

페덜럴리스트 잡지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오카시오-코테즈가 드블라지오와 합세하여 아시안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려 한다”는기사를 통해 부모가 자녀의 학업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자녀들의 학업을 위해 가정교사나 학원에 많은 돈을 투자하기 전에 부부간의 관계를 다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자녀를 양육하는 이민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지혜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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