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69.0°

2019.10.14(Mon)

[스페인 여행기(하)] 스페인 안달루시아 여행의 종착지는 역시 그라나다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7/07/14 06:59

스페인 통일한 이사벨라 여왕의 자취 가득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알람브라궁 압권

그라나다 왕궁 성당의 정문.

그라나다 왕궁 성당의 정문.

왕관 형태의 왕궁 성당 제단.

왕관 형태의 왕궁 성당 제단.

오늘은 그리 멀리 않은 그라나다(Granada)를 찾기로 하고 내가 묵고 있는 말라가호텔을 나섰다. 무어니 해도 안달루시아의 종착지는 역시 그라나다일 것이다. 스페인 국토 통일의 완결편이자, 남겨진 유적 또한 완결편이다. 나는 차 안에서 그라나다 역사를 다시 정리해 본다. 참으로 기구한 역사의 현장이다. 지중해 연안 항구 도시들의 운명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지중해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3000년 전부터 페니키아 식민지로 있었다. 그러다가 서기 250년경에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의 지배를 받다가, 로마의 베스파티안 황제 때부터 로마의 지배를 받았다. 그러다가 다시 로마의 힘이 약해지자 유대인과 시리안들이 잠시 득세하다가, 반달족이 지배를 했다. 이어서 무어인 지배하에 들어가 서기 718년부터 1492년까지 거의 800여년 동안 이슬람 교도 무어인의 지배를 받는다. 이 이슬람 교도 국가를 정복하는 것을 기독교에서 국토회복이라는 뜻의 래콩키스타(Reconquista) 라 불렀다. 그리고 이것은 아라곤의 페르난도 2세 왕과 카스티아의 이사벨라 여왕이 결혼하여 스페인 통합을 열고, 그 연합군이 이슬람 국가의 마지막 토후국인 바로 이 그라나다를 1492년 정복함으로써 국토 회복의 완성을 이룬다.

이런 생각에 젖어 있다가 창밖을 내다보니 높은 산이 보이고 산봉우리에 흰 눈이 보인다. 풍경이 희미하기도 해서 “에이! 이 열대지방에 눈은 무슨 눈” 하면서 자세히 보니 역시 눈이다. 궁금해서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 눈의 산맥)라고 산 최고봉이 3479미터로,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 한다. 더운 날씨의 지중해에 눈이 덮인 산맥이라니 놀랍다.

그라나다 중심부에 들어가기 전에 가이드가 자그마한 동네를 가리킨다. 그냥 보통 동네 같은 곳이라 어디를 가리키는지 짐작도 안 된다. 그러나 설명은 흥미롭다. 그라나다를 점령하기 위하여 부대 집결지를 만들었는데 하룻밤새 불이나 없어졌다고 한다. 이사벨라 여왕이 이곳에 기독교 마을을 만들겠다고 했고, 그 후 만들어진 마을 이름이 산타페(Santa Fe)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이사벨라 여왕이 콜럼버스를 2번이나 만났고, 2번째 만남에서 미 대륙 항해를 지원했다. 그라나다가 멸망하던 1492년 콜럼버스는 미 대륙에 발을 디딘다. 세기별로 92년은 참으로 기이한 해이다. 1392년 조선조 건국, 1492년 콜럼버스 미 대륙 발견, 1592년 임진왜란, 1692년 미 보스턴 지역 샐램 시에서 종교적인 만행인 마녀사냥으로 200명이 화형당하고….

그라나다에 들어가 첫 번째 들른 곳이 왕궁 성당(Royal Chapel of Granada)이었다. 이사벨라 여왕이 소위 레콩키스타를 완성하고 왕궁이 있는 마드리드에 사후 묻어달라고 해야 했는데, 그녀는 그라나다가 왜 그리 좋았는지 그라나다에 묻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를 끔찍이 사랑했던 남편 페르디난드 왕도 그곳에 묻혔다. 1502년부터 1521년에 엔리케가 지은 이 왕궁 성당에 눈에 띠는 흥미로운 것이 보였다. 보통 제단(Altar)에는 십자가의 예수상이나 성모 마리아상이 보통이나, 이곳은 모습이 왕관 형태이다. 그리고 이사벨라 여왕, 페르디난드 왕과 왕의 가족도 몇 명 묻혀있다. 그리고 무어인의 마지막 그라나다 토후 왕 모하메드12 세가 이사벨라 여왕에게 항복하는 장면이 크게 그려져 있다. 항복할 당시 이사벨라 여왕이 그라나다 시민들에게 모로코로 돌아가던지, 기독교로 개종하고 남아 있던지 선택하도록 했는데 60%의 인구가 개종하고 남았다고 한다. 이 지방에는 예를 들어 영어식으로 말하자면 존 카펜터, 존 블랙스미스, 존 휘서맨 같은 이름이 꽤 있는데, 개종자들이 그저 흔한 이름 존(후앙)에다가 목수, 대장장이, 어부라는 직종을 이름으로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드디어 아싸비카 언덕(Assabica Hill)에 있는 알람브라궁(Alhambra Palace)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유네스코에 지정된 이곳에서 몇 시간을 감탄 속에서 보냈다. 나 스스로 그래도 제법 이슬람 사원과 궁을 꽤 많이 보았고, 그들의 기하학적인 글자, 문양의 높은 수준을 알기는 했지만, 이 알람브라 궁은 한 마디로 기하학의 진수를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건물의 대칭, 수로, 호수에 비치도록 한 설계 이 모든 것이 압권이었다.

성벽에서 아마도 지브랄탈을 건너 모로코까지 내다볼 수도 있겠지 하면서 생각하다가, 문득 오늘은 온통 모든 인간사, 종교와 전쟁의 역사를 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밑의 아름다움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듯이 말이다.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의 기타 소리가 머리 위에 맴돌고 있다. 사르르 눈이 잠긴다.

이영묵/소설가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