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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한은 진정성 가지고 대화에 나서라

[워싱턴 중앙일보] 발행 2011/06/03 미주판 17면 기사입력 2011/06/02 21:16

김태우/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2년전 5월25일 북한은 두 번째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는 적어도 두 가지 사실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첫째, 북한에게 있어 핵무기는 반대급부를 위한 협상 지렛대로서가 아니며, 핵무장 자체가 목적이자 체제생존을 위한 핵심적 수단이라는 사실이다. 당시는 노무현 前 대통령의 서거로 소위 ‘진보세력’에 대한 동정론이 확산되던 시기였지만, 북한은 스스로 핵실험을 통해 여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손득을 가릴 겨를도 없이 핵무기 개발에 광분하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었다.

둘째, 거듭되는 핵실험은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든 핵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는 필연적 사실을 예고한 것이었다. 이 예고는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도발로 증명되었다. 핵위협은 그 자체로 남북간에 존재하는 대표적 비대칭 위협으로서 우리 국민과 정부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는 존재이다. 북한에게는 도발을 저질러도 한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것으로 믿을 이유가 된다.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동맹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따지고 보면 최근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무장론이나 미 전술핵 재배치론은 국민의 좌절감을 대변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도발과 평화공세를 반복한다면 남북관계의 주도권은 북한으로 넘어갈 수 있으며, 이론적으로는 한국 유권자들의 패배주의적 투표행태를 유발하여 북한이 한국정치를 좌지우지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는 송아지와 늑대가 공존하는 ‘우낭(牛狼)관계’와 유사한 것이 되어, 한국은 간단없이 펼쳐지는 북한의 강온책에 시달리면서 평화를 사기 위해 북한정권의 비위를 맞추어야 할지도 모른다. 모두가 원하는 상호호혜적 남북관계는 결코 이런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열성적으로 나서서 북핵을 만류하는 것도 아니며, 북한이 핵대화를 시간벌기와 국제적 비난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던 전례를 감안할 때 6자회담의 재개가 핵해결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실현 가능성과 무관하게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정부가 북한에게 도발방지를 약속하고 핵해결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라고 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북한이 핵해결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고 내년에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을 제안한 것도 같은 배경에서였다.

아무것도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북한이 원하는 대로 대북지원을 제공하는 경우 당장 분위기가 쇄신될 수 있음은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상호호혜적인 남북관계는 오히려 더 어려워진다. 안보위협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남북의 지도자들이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안보위협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북한이 등뒤에서 핵무기를 만들고 군사력을 증강하면서 대북지원을 체제생존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실질적 위협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의 개선을 원하지 않는 국민은 없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개선의 실마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누구나 수긍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남북관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해서 겉으로는 평화공세를 펼치면서 속으로는 제3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북한과 마주앉아 경협을 논할 수는 없다. 언제든 핵위협을 앞세우면서 도발을 저지를 수 있는 북한이라면 섣불리 대북지원을 재개해서도 안될 것이다.

천안함 사태 직후에 취해진 5.24 조치는 지금까지 약 3억 달러의 현금지원을 차단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역시 우리정부가 어떻게든 북한의 자세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취한 조치였다.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힘들더라도 우리가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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