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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이 가을 '고향 유감'

가을은 우리에게 다양한 색채로 다가와 삶을 더 깊이 있게 사유하게 한다. 스산한 바람 속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지난 세월에 대해 회한에 젖어 보는 것도 이때다. 기억 속에 있는 정겹고 아름답던 고향이 더 그리워지기도 한다.

한국의 가을이 보고 싶어서 한국을 방문했다. 여행중 추석에 천안에서 서울 가는 전철을 탔다. 전철 안에 들어섰을 때 느꼈던 당혹감, 낯섦을 잊을 수가 없다. 전철 안은 거의 다 외국인이었다. 대부분 젊은이들인 것을 보면 이주 노동자들 일 것이다. 그들은 웃는 얼굴로 창밖을 보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국에서의 고된 노동생활을 잠시 쉬고 여기저기 구경 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한국의 명절에 딱히 갈 곳이 없는 그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구경 다니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인데 왜 그리 낯설게 느껴졌던 것일까? 그것도 40년 이상 외국에서 살아온 내가 당연히 한국인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 전철 안에 외국인들이 가득 차 있으니 순간 당황했던 것 같다.

기억 속에 있는 고향. 마을 앞을 돌아 흐르던 작은 개천, 줄지어 서있던 수양버들, 가을들녘, 철없이 순진했던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그대로 고국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으로 전이되어 고국이 옛모습 그대로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아름답게 남아있는 고향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고국도 마찬가지다. 같은 얼굴을 한 우리끼리만 모여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필요에 따라 다른 나라로 이주해 가기도 하고 다른 나라에서 이주해 오기도 한다. 더구나 한국은 출산율 최하위, 고학력 등으로 외국의 노동 인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나라다. 그동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오랜 노력도 무위로 돌아갔다. 대안으로 떠오른 남북 간의 경제 협력도 국내외 반대 세력 때문에 쉽지 않은 모양이다.



외국 이주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안산역 주변을 방문했다. 역을 빠져나와 양쪽에 상가가 늘어선 곳으로 들어섰다. 걷는 사람들도 가게 주인들도 모두가 외국 이주민이었다. 동남아 여행을 하면서 보던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현재 국내에는 이와 같이 외국 이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의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곳이 여러 곳 있다고 한다. 한국은 이미 외국 이주민이 200만 명에 가깝고 다인종 문화국가로 변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사랑했고, 추억하고 싶은 고향과 고국은 우리의 기억 속에만 있다. 노래 속에 아름다운 시나 산문 속에 숨겨 놓고 가끔 꺼내 봐야 할 것 같다.

지난 추석 동년배의 몇몇 가정이 LA에서 좀 떨어진 시골에 터를 잡은 지인집에 모였다. 송편을 만들기 위해 쌀가루를 사고 송편 속에 채울 것은 각자 기호가 달라 여러 가지로 준비했다. 여인들이 송편을 만들고 나물을 만드는 동안 남자들은 장작을 준비하고 고기를 구웠다. 왁자지껄한 웃음 속에 준비한 음식을 나누고 고향에서의 추석에 대한 추억담을 나누었다. 옛 추억을 같이 공유하는 벗들이 있고 가끔 만나 추억담을 나눌 수 있는 이곳에 이제 고향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최성규 / 베스트영어훈련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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