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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광이 만든, 세계 보편적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한국적 소재, 글로벌 공감,
나 자신에게 하는 고백"
"짜파구리 번역은 '람동'
핵심맥락 모두 이해할 것"
"장르 경계선 지워왔다"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미국 개봉을 앞두고 최근 LA를 방문했다. 그의 영화 철학과 비전을 물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기생충'이 뒤늦게 북미 개봉에 들어갔다. 지난 5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오랫 동안 영화를 기다려 온 한인 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우선 스포일링을 당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한국을 비롯, 여러 나라에서 이미 개봉이 되었고 인터넷에 영화에 관한 내용이 많이 있지만 스토리를 모르고 볼수록 영화의 묘미가 살아나는 작품이라서 그렇다. 칸 영화제 이후 스포일러에 관한 이슈들이 줄곧 있었는데 언론 매체들이 기대 이상의 협조를 해주었다. 미국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시게 될 텐데 자막의 도움 없이 대사를 먼저 이해하고 그들보다 먼저 웃을 수 있는 '특권'을 마음껏 누리면서 감상하시기 바란다.



-'설국열차', '옥자'는 글로벌 관객을 상대로 했던 영화였던 것에 반해 '기생충'은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는 영화임에도 오히려 보다 폭넓게 글로벌 관객층을 넓혀 가고 있다. '기생충'에 부여하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나 자신이 지독한 영화광이다. '기생충'은 영화광의 관점에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내가 찍어서 본다는, 나의 '영화광적' 의도가 가장 많이 담겨 있는 영화이다. 나 자신에게 하는 나의 솔직한 고백이기도 하다. 국내 관객이든 전세계의 관객이든 어차피 관객은 예측이 불가능한 대상이다. 그럴 바에야 나 하나 만이라도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 나 자신의 충동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마음을 품고 작업을 해왔다.

현미경을 통해 무언가를 들여다 보는 느낌, 작은 하나의 스팟에 집중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다. 돋보기로 종이의 어느 한 점을 불태우며 종이 타는 냄새를 맡게 될 때 느끼는 묘한 집중력의 쾌감이라고 할까. 영화는 부자와 가난한 자의, 2개의 집 공간에서 90%가 진행된다. 이렇게 강하고 뜨겁게 집중해서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옥자'의 경우는 강원도 산골에서 뉴욕의 맨하탄 거리까지를 카메라에 담고 표현해야 하는 과정이라 정신없고 어수선한 작업이었다. 반면 '기생충'은 즐거운 경험, 그리고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기생충에 대해 ' 세계 보편적' 영화라고 스스로 평가했는데, 특별히 글로벌 관객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다. '짜파구리', 종북 개그처럼 한국인이 아니면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대사와 장면들도 있는데.

자막 작업을 하면서 특정 상호의 합성어인 '짜파구리', '대만카스테라' 등의 말들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번역을 도와주시는 달시 파켓이라는 분이 동과 서 양쪽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분이라 영어 자막에 대해 상당히 좋은 평가와 반응을 받았다. 짜파구리는 라면과 우동의 합성어인 '람동'으로 번역을 했다. 어느 나라에든 자신들만의 정서가 담긴 유머들이 있다. 때문에 한국적 표현이라고 해서 제한성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핵심 맥락을 잃지 않고 잘 전달하면 의외로 외국 관객들이 잘 받아들이고 폭소하는 걸 보면서 글로벌의 의미를 새삼 발견하게 된다.

-봉준호라는 이름은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하나의 아이콘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주에도 영화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한인들, 2세대 한인들이 많이 있다. 그들을 위한 조언 한마디?

영화 산업에 들어가게 되면 여러 가지 걱정, 혹은 갈등 같은 것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요즘 관객들의 성향과 취향 등에 생각하게 되고 어떤 것들이 먹힐까 고민하게 될 수 밖에 없다. 마침 AFI와 텍사스 오스틴 대학에서 시연회가 있었다. 어딜 가도 이제는 반가운 한국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다른 사람들을 만족시키려고 발버둥치지 말고 본인 자신을 먼저 만족시키는 영화를 만들라고 말하고 싶다. 본인의 만족, 본인의 충동, 본인의 집착, 그리고 본인이 애착하는 어떤 영화적 아름다움에 충실하다 보면 뭔가 고민되는 부분들이 풀려나갈 것이다.

-봉준호 영화에는 '장르영화', '작가주의 영화'라는 레이블이 따라 다닌다. 봉 감독 자신의 어휘로 작가주의 또는 장르영화를 설명한다면?

굳이 따지자면 나 자신도 장르영화 감독이라고 생각하지만, 장르의 틀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장르영화, 아트하우스, 대중영화 등의 구분과 경계선에 머무르려 하지 않고 오히려 그 경계선을 지우개로 지우면서 지난 20년간 영화를 만들어 왔다. 칸에서 상을 받으면서 어떤 한 매체는, "이제는 봉준호 영화를 어떤 말로 규정할 필요가 없다. 봉준호 그 자체가 장르"라고 평가를 했는데, 내가 다니면서 스스로 할 수 없는 말을 대신 표현해 준 것 같아 특별히 반갑고 고마웠다. 내게 있어 영화란, 어떤 말로써 규정하기 보다, 길을 걷다가 갑자기 극장에 들어가서 한 2시간 흠뻑 빠져있다 나올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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