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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개혁의 주체인가, 개혁의 대상인가

인간의 생각과 행동이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다양한 영역에서 보인다. 일례로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세계적 자동차 기업들이 다퉈 공언했지만, 상용화는 아직도 먼 얘기다. 그런데 그 이유가 다름 아닌 인간 행동의 불합리성, 상식을 초월한 돌발 행동 그리고 이로 인한 예측 불확실성을 기술이 아직 온전히 담아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이 일종의 자기 최면에 빠져 모순적 생각과 행동을 저지르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도덕적 면허'(Moral licensing)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 차별적 내용의 글을 강하게 비판한 사람이 직원 채용 등 실제 행동에서 여성보다 남성을 채용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왜냐하면 자신을 '성 평등주의자'라는 이미지로 각인시켰기 때문에 성 차별적 행동에 대한 경각심이 현저히 낮아진 것에 기인한다.

에너지 기업 엔론은 2001년 파산했다. 존경받던 엔론이 교묘히 회계 부정에 의존하고 있었다. 케네스 레이 엔론 회장은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엔론이 성공하기까지 평생 자신을 헌신했다고 생각했다. 이런 인식 때문에 자신과 가족을 위한 전용 제트기나 호화로운 시설물 구매에 막대한 회삿돈을 썼고 그 정도는 당연한 보상으로 여겼다고 한다.

요즘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에 대해 도덕성 논란이 제기되고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대중의 눈높이에서는 도덕성에 치명타를 맞은 것으로 보이는데, 정작 본인은 잘못으로 여기지 않는 듯하다. 인식의 격차가 엄청나다.



아마도 당사자는 오랫동안 쌓아 올린 '정의로운 사회 개혁의 아이콘'이라는 긍정적 자아상에 흠뻑 빠져 있었나 보다. 개인 생활에서는 긴장을 풀고 사적 이득을 좀 챙겨도 그 정도쯤은 별문제가 안 된다는 보상 심리가 작용했을 수 있다.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이나 공정성 개념은 이를 판단하는 사람의 처지나 경험의 유형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보니 그 차이로 인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는 사회적 이득에서 가장 동떨어진 집단이 제기하는 비판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도움이 된다.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지금의 청년 세대는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졌지만, 입시와 취업에서 가혹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성공은 고사하고 생존이 더 절실한 이들이기에 장관 자녀 사례에서 보듯이 입시를 비롯해 게임의 규칙이 불공정할 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표출한다.

이들은 '금수저는 격려 장학, 흙수저는 학사 경고'라는 냉소적인 구호를 부르짖는다.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마음이 착잡하고 씁쓸하다. 그런데도 이들의 행동에서 희망을 보는 것은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잘 인식하고 합리적 상식을 바탕으로 부조리에 저항하는 성숙한 시민적 교양을 갖췄기 때문이다.

개혁이 요구되는 한국 사회의 크고 작은 현안의 출발점은 그 개혁에 동참하는 사람 스스로가 우선 자신이 개혁의 주체인지 아니면 개혁의 대상인지 자각하는 일이다. 자기는 변하지 않으면서 상대만 바뀌라고 하는 것이 바로 수구적 발상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본을 보이지 못하면서 자식의 변화만 요구할 때 꼰대나 꼴통이란 소리를 듣는 이치와 다르지 않다.


강혜련 /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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