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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년 풍상에도 고대문명 현장감 생생

유카탄 반도의 차초벤 유적지

열대우림 속 마야인의 피라미드
찬란했던 문화의 증거 4000여 곳

'아메리카의 이집트'로 불리는 유카탄 반도는 마야 문명의 발상지다. 관광객들이 찾는 유적지만 해도 28곳에 이른다. 남미 전역엔 4000여 곳이 발굴됐다. 관광객들이 '템플 1'을 둘러보고 있다.

'아메리카의 이집트'로 불리는 유카탄 반도는 마야 문명의 발상지다. 관광객들이 찾는 유적지만 해도 28곳에 이른다. 남미 전역엔 4000여 곳이 발굴됐다. 관광객들이 '템플 1'을 둘러보고 있다.

끝없는 지평선으로 곧장 닿아있는 도로를 한참 동안 달리고 있다. 길은 흙길, 양 옆으로 높이는 5미터나 될까하는 열대우림이 같이 달리고 있다. 그 너머가 궁금할 정도로 짙은 녹색의 정글은 일정한 높이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간혹 트이는 우림의 틈새로 맹그로브 숲이 보이기도 한다. 간만의 차이로 드나드는 바닷물이 땅을 적시는 홍수림일 것이다.

츄잉검의 원료가 됐던 사포디야 나무.

츄잉검의 원료가 됐던 사포디야 나무.

한 시간이나 걸렸을까. 버스는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남쪽에 자리한 어느 유적지에 도착했다. 1300여 년 전 이 지역에 찬란한 문화를 꽃 피웠던 마야인들의 유적지, 차초벤(Chaccoben)이다.

카리브해의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칸쿤에서 아래쪽으로 4시간 거리에 있는 이곳은 1972년 미국인 고고학자 피터 해리슨 박사에 의해 발견된 뒤, 멕시코 정부에 의해 발굴을 마친 1994년 이후 비교적 최근인 2002년부터 일반에 공개되기 시작했다.

위로는 멕시코만, 오른쪽으로는 카리브해를 끼고 있는 유카탄반도는 마야문명의 발상지로도 유명한 곳, 그 중 북쪽의 치첸이사(Chichen Itza)를 비롯해서 욱스말(Uxmal) 등 관광객들이 찾는 유적지만 28개에 이른다. 아직 발견되지 않았거나, 본격적인 발굴이 이뤄지지 않은 것까지 치면 얼마가 될 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유카탄 반도를 '아메리카의 이집트'라고 부르는 이유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전 중미 역사의 2500년을 할애해 온 마야문명 유적지는 멕시코를 비롯해서 과테말라와 벨리즈,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전역에 지금까지 발굴된 것만 해도 무려 4400여 개에 이른다.

오가는 길가에서 파인애플을 팔고 있는 마야의 후예들.

오가는 길가에서 파인애플을 팔고 있는 마야의 후예들.

주차장의 기념품 가게를 지나 나지막한 밀림 사이로 난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버스 안에서 만났던 소나기가 여기도 지나갔는지 길은 물기를 머금고 있다. 좁고 긴 잎사귀를 늘어뜨린 종려나무를 지나자 언젠가 가보기를 소원했던 고대의 신전이 밀림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영화 속에서 봤던 그 웅장한 거대 피라미드는 아닐지라도 미지의 고대 문명이 주는 현장감은 나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전면의 계단을 통해 이어지는 상부의 제단에서는 인신공양으로 하늘에 제를 올렸을 것이다. 습도 높은 열대우림 속에 자리한 유적지는 비바람에 침식과 풍화를 겪은 탓인지 예리했을 모퉁이는 둥글게 깎여나갔다. 어떤 곳은 가운데가 움푹 주저앉기도 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문득, 오래 전 개봉했던 영화 '아포칼립토'(Apocalypto)의 장면들이

오버랩된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이어 스페인의 본격적인 침략이 이뤄지기 직전 이곳 유카탄 반도의 마야 부족간의 침략과 포로들의 탈출 등을 그린 영화로 영화 속에선 저 높은 탑의 꼭대기 제단에서 포로들을 인신공양했었다. 잔혹한 장면과 이어지는 스페인 침략자 콘키스타도르들를 합리화하는 스크립트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주인공들이 실제 마야 언어를 쓰는 등 마야문명에 대한 치밀한 고증으로 찬사를 받기도 했었다.두 개의 신전을 돌아 제법 넓은 공터에 이르렀다. 공터 둘레로 나지막한 돌계단이 이어지고, 그 위로 자그마한 평지가 이어지는데, 가이드는 귀족들의 집터였다고 한다. 하지만 집터 곳곳에 나무들이 오랜 세월 동안 뿌리를 내리고 있으니, 이렇게 유적지는 점차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것은 아닐지….

공터 가장자리에 눈길을 끄는 나무가 한 그루 서있다. 둘레가 세 뼘이나 될까 한데 높이는 20미터는 족히 넘을 듯하다. 눈길이 가는 건 몸통에 새겨진 무늬 때문이다. 지그재그로 그어진 칼집이 이제는 다 아물었는지 흔적만 남아 있다. 나무는 자포티야(Zapotilla)라는 나무로 이 나무의 수액이 바로 껌의 원료였단다. 이 나무의 수액이 바로 치클(Chicle)이라고 한다.

이 유적지의 가장 큰 피라미드인 '템플 1'에 이르렀다. 템플 1을 보려면 먼저 기단부에 해당하는 '그란 바사멘토'에 올라야 한다. 마치 템플 1을 보러가는 계단쯤으로 여겨지지만 그란 바사멘토는 한 변의 길이가 120미터, 높이가 40미터에 달하는 독자적이고도 거대한 신전으로 추정된다. 아직 일부만 발굴된 기단부는 마치 피라미드를 오르듯 수십 개의 계단으로 이뤄져 있다. 그란 바사멘토에 오르니, 눈 앞에 템플 1이 우뚝 솟아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녹색의 열대우림이 끝간 데 없이 펼쳐져 있다.

그 옛날 저 숲 아래 어디에선가는 마야인들이 사냥감을 쫓아 숲을 달렸을 테고, 침략자들을 피해 골짜기로 몸을 숨겼을 것이다.

그들은 해수면이 낮아진 빙하기에 유라시아 대륙에서 이주해 온 몽골계라는 것이 정설로 받아 들여진다. 이들의 주식이었던 옥수수, 감자, 고구마, 토마토, 고추, 호박, 아보카도 등이 콜럼버스의 항해 이후 유라시아로 전해졌다. 차초벤이란 말도 '붉은 옥수수밭'이란 뜻이다.

기원전 9세기 경 멕시코 만 연안의 충적평야에서 시작된 이 지역 최초의 농경문화는 기원전 2세기부터 7세기까지 멕시코 고원의 도시 테오티와칸을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

이들은 높이 65미터나 되는 태양의 피라미드를 건설하는 등 우수한 문명을 지니고 있었다. 그 문명을 계승한 이들이 바로 마야인들이었다. 각 도시에는 꼭대기에 신전이 건설된 피라미드, 궁전, 천문대 등이 세워졌으며 고도로 발달된 그림문자와 정밀한 달력 등도 만들었다.

밀림으로 한눈을 파는 사이 일행들이 신전 아래 열대우림 속으로 사라져 간다. 서둘러 기단부의 계단을 내려오는 데, 머리 위로 원숭이 한마리가 기묘한 소리를 내며 내 뒤를 쫓는다.


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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