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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해변과 풍광…카리브해 최대 관광국

바하마 제도
해적 소굴서 휴양지로 거듭나
여왕의 계단, 핀 캐슬 요새 등
노예제도 역사의 이정표 가득

단단한 석회암을 도끼와 손 연장으로 무려 16년에 걸쳐 노예들에 의해 완성된 '여왕의 계단', 핀 캐슬 요새로 이어지는 통로였지만 지금은 노예제도를 상징하는 이정표가 되고 있다.

단단한 석회암을 도끼와 손 연장으로 무려 16년에 걸쳐 노예들에 의해 완성된 '여왕의 계단', 핀 캐슬 요새로 이어지는 통로였지만 지금은 노예제도를 상징하는 이정표가 되고 있다.

배 모양의 핀 캐슬 요새.

배 모양의 핀 캐슬 요새.

관광용 마차가 지나는 시가지.

관광용 마차가 지나는 시가지.

햇살 가득한 대낮인데도 이곳은 어둑어둑하다. 밝은 곳에서 갑자기 이곳에 들어서니 눈이 적응을 못한 것이다. 멀리 정면으로 경사 급한 계단이 보이고, 그곳으로 이르는 통로는 흡사 바닷물이 갈라지듯 양 옆을 절벽처럼 수직으로 깎아내렸다. 그 높이가 102피트(약 30미터)에 이른다는데, 자세히 보니 흙이 아니라 거대하고도 단단한 석회암이다.

영국 식민지였던 1973년 시작된 공사가 16년이 걸려서야 끝이 났다. 당시 노예 600여 명은 도끼와 손 연장으로만 이 일을 해냈다. 정면의 계단은 66계단, 그래서 '66계단'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바닥을 포장하는 과정에서 맨 아래계단이 묻혀서 지금은 65계단만 보인다.

가뜩이나 깊어서 햇살이 들지 않는데, 습기까지 더하니 양 옆 절벽은 거무튀튀하게 이끼가 끼었다. 절벽 위 가장자리에는 열대우림이 진을 치고 있으니, 어두울 수밖에 없다.

비로소 65계단을 올라 오른쪽 길을 따라 가니, 조그만 요새가 나온다. 1793년 영국 귀족 던모어 경이 적군의 침입에 대비해 지었는데, 그의 작위인 핀캐슬을 따라 핀캐슬 요새(Fort Fincastle)로 이름지어졌다. 이 계단은 핀캐슬 요새의 통로였던 셈이었는데, 19세기에 이르러 대영제국의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따서 여왕의 계단(Queen's Staircase)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 해가 여왕의 제위 65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지만, 그녀로 인해서 노예제도가 폐지된 걸 기념하는 뜻이었다니 여러모로 이 계단은 노예제도의 아픔을 되새기는 역사의 이정표 노릇을 하고 있다. 정면이 배 모양으로 뾰족하게 튀어 나온 핀캐슬 요새는 섬에서 가장 높은 지점 답게 나소(Nassau) 시내와 더불어 카리브해까지 탁 트인 전망을 선사한다.



이곳은 중미 북대서양의 카리브해에 자리잡은 섬나라 바하마 연방이다. 대개 바하마 제도라 불리지만 1783년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가 1973년 독립했으나, 이후 영연방의 일원으로 남아 있어서 연방이란 말이 따라 붙는다. 수도인 나소가 자리한 뉴 프로비던스 섬을 비롯해서 7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이 나라는 전체 국토의 면적은 대략 강원도보다 약간 작은 정도, 수도가 자리한 이 섬은 제주도의 1/3 크기이다.

미국과 직접 국경선을 대고 있는 나라인 멕시코와 캐나다를 제외하면 미국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라로, 플로리다에선 55마일 거리다. 그림 같은 해변과 풍광 덕분에 미국인의 고급 여름휴양지로 인식되는데, 미국 달러화를 기반으로 한 국제 조세 피난처(Tax Haven)로도 유명하다. 예전에는 카리브해에서 활동하는 해적들의 소굴로서 악명 높았단다. 조니 뎁 주연의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Pirates of Caribbean)도 바하마를 무대로 한 해적 영화 중 하나다. 그러고 보니, 바하마는 예나 지금이나 도적질로 유명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고 하면 억측일까.

나소에서는 영어가 어디에서도 통하고, 미국 달러를 자국 화폐로 사용하고 있으며 여행자들은 비자, 마스터 등 신용카드를 어디서든지 사용할 수 있다. 이 나라를 이루고 있는 많은 섬들은 따뜻한 바닷물과 하얀 모래로 가득하고, 일광욕, 다이빙, 낚시, 보트타기 등을 즐길 수 있는 레저시설과 호텔 등의 숙박시설이 완비돼 있다.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는 비가 하나도 오지 않는 평균 기온 23도의 환상적인 기후를 자랑한다. 그래서 바하마는 매년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카리브해 최대의 관광 국가로 일주일 평균 2만 명 정도의 관광객들이 크루즈 선을 타고 찾아 온다.

요새 위 포대에는 육중한 대포가 바다를 향해 있지만 한 번도 발사된 적이 없다고 한다. 지금은 여행자를 맞이하는 관광 유물로 남아 있다. 요새 옆으로는 1928년 섬 내 수압을 유지할 목적으로 지어진 워터 타워가 섬을 내려다 보고 있다. 요새 앞 경사진 인도를 따라 주차장으로 돌아와 다리 건너 파라다이스 아일랜드로 건너갔다.

마야의 유적을 형상화한 거대한 워터 슬라이드가 자랑거리인 워터 파크와 대형 수족관을 갖춘 이 리조트는 미국의 부자들이 호화 요트로 들락거리기로 유명한 곳이다. 리조트 한 켠 인공 만에서는 여행객들이 돌고래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워낙 작은 곳이다 보니, 한나절만으로도 어지간한 곳은 모두 둘러볼 수 있어 일정이 여유롭다.

항구로 돌아나오는 차창으로 내다보니, 다리 입구에는 콩크 혹은 칸치(Conch)로 불리는 대형 소라의 샐러드를 만드는 현지인들이 눈에 띈다. 잘게 썰어낸 소라살을 레몬과 양파, 라임 등으로 버무린 샐러드의 쫀득쫀득한 맛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그야말로 일품이라고 드라이버가 얘기한다. 아, 나에게는 영원히 알 수 없는 맛이 되고 말았다.


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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