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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유물이 놀라운 볼거리로

항공기 무덤ㆍ핵벙커 관광명소
탄도탄 기지ㆍ잠수함은 방치돼

수많은 사상자를 낸 열전(Hot War)도 그렇지만, 이렇게 소모적인 전쟁이 있을까. 냉전(Cold War) 당시 경계와 불신으로 낭비한 자원 낭비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지구촌 곳곳에 당시를 증언하는 유물들이 을씨년스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용도 폐기로 버려졌으니,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다음 세대를 위한 값비싼 경고판인 셈이다. 사진은 소비에트 연방 시절의 지하 핵벙커로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수많은 사상자를 낸 열전(Hot War)도 그렇지만, 이렇게 소모적인 전쟁이 있을까. 냉전(Cold War) 당시 경계와 불신으로 낭비한 자원 낭비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지구촌 곳곳에 당시를 증언하는 유물들이 을씨년스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용도 폐기로 버려졌으니,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다음 세대를 위한 값비싼 경고판인 셈이다. 사진은 소비에트 연방 시절의 지하 핵벙커로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전사자 약 2500만 명, 민간인 희생자 약 3000만 명. 올해로 81년 째를 맞는 제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 숫자다. 1939년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된 이 세계전쟁은 1945년까지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대서양과 인도양 해역에서 약 70여 국가들이 휘말려든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전쟁이었다. 이후 시작된 미국과 소비에트 연방을 비롯한 양측 동맹국 사이에서 갈등과 긴장, 경쟁 상태를 일컫는 냉전(Cold War)도 지구촌 곳곳에 열전(Hot War) 못지 않은 상처와 흔적을 남겼다.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이 되던 지난해 작가 로버트 그렌빌은 '버려진 냉전의 장소들'(Abandoned Cold War Places)이란 책을 내놓았다. 그의 시선을 따라 지구촌 곳곳에 남아있는 냉전의 흔적들을 찾아가 본다. 어떤 곳은 이미 관광명소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세계 최대 항공기 무덤, 애리조나 투산

축구장 1430개를 합쳐 놓은 크기에 해당하는 11㎢의 부지에는 미군에서 퇴역한 4200여 대의 항공기가 사막의 가혹한 기후를 견디고 있다. 이곳은 '309 비행정비부대'(AMARG)로 데이비스 몬탄 공군기지에 소속된 미 공군의 관리 자산으로 적은 강수량과 알칼리성 토양을 지닌 모하비 사막의 특별한 환경으로 인해 기체에 부식과 손상을 최소화해 항공기 야적장으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오랜 시간 다져진 지표면은 별도의 포장 작업이 필요치 않으니, 이보다 완벽할 수 없다. 이곳에는 '바다의 추적자'(Gruman S-2 Tracker)로 알려진 대잠초계기를 비롯해 B-52 폭격기 등 냉전 당시의 주력 기종들이 잠들어 있다. 이곳에 보관중인 항공기의 70%는 지금도 보수를 거쳐 현역에 투입될 수 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군 퇴역기종 뿐만 아니라 미사일과 인공위성 등도 보관·처리하고 있다. 야적장 건너편에 자리한 피마항공우주박물관(Pima Air & Space Museum)도 들러볼 만 한 곳으로, 이곳에서 출발하는 투어를 신청하면 이 야적장도 둘러볼 수 있다.



핵벙커42 냉전박물관, 모스크바

베를린의 도청장치.

베를린의 도청장치.

냉전의 한 축이었던 모스크바의 벙커 42(Bunker 42)는 타간스카야(Taganskaya) 지하철 역 근처에 자리한 냉전시대의 유물이자, 오늘날 냉전 시대를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이기도 하다. 냉전의 정점이던 1951년, 이곳은 당시 소련의 거물급 인사들의 안전을 위해 지어진 소련의 비밀기지였는데, 이후 계속적인 보수를 거쳐 1960년대에는 모든 핵 공격을 방어할 수 있도록 보강됐다. 지하 60m 깊이에 전체 면적 7만 5000sqft에 이르는 이곳은 핵 전쟁시 이곳에 머무는 거물급 인사들을 위해 디젤 발전시스템을 비롯해서 음식, 연료, 공기정화시스템, 식수 등이 완벽하게 갖춰졌다. 당시 벙커의 입구는 낡은 빌딩으로 위장했다. 2006년 러시아의 냉전 박물관 단지 조성 계획과 함께 관광지로 바뀌었다.

탄도탄 방어기지, 노스 다코타

황량한 들판에 콘크리트 피라미드가 우뚝 솟아 있다. 그 주위로는 레이더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이곳은 노스 다코타 주의 스탠리 미켈슨 탄도탄 방어기지(Stanley R. Mickelsen Safeguard Complex)다. 냉전 시절 소련의 대륙간 탄도탄을 요격하기 위한 30기의 스파르탄 미사일(LIM-49 Spartan anti-ballistic missile)과 70기의 스프린트 단거리 미사일(shorter-range Sprint anti-ballistic missile)을 발사ㆍ통제키 위해 지어졌다. 1972년 탄도탄 방어협약에 의거 최대 100기의 탄도탄 방어 미사일을 운용키 위해 1975년 4월 지어졌다가 그해 10월 비효율적인 것으로 간주한 하원에 의해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이듬해 2월 폐쇄됐다.

버려진 잠수함들, 블라디보스토크

정복하다는 뜻의 '블라디'와 동쪽이란 뜻의 '보스토크'가 결합된 이름은 러시아가 동쪽지방을 개척하기 위해 만든 계획도시임을 나타내주고 있다. 200년 넘게 군사도시 역할을 해오다 관광도시로 변모한 블라디보스토크의 해군 기지 외곽에는 과거 냉전시대의 유물인 잠수함들이 좌초된 채 흉물스런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의 군함을 사냥키 위해 소비에트 연방이 '프로젝트 641'이란 타이틀로 건조했던 '폭스트로트 급' (Foxtrot Class) 잠수함들이다. 1958년부터 1983년까지 58척이 건조된 디젤 잠수함으로 인도와 리비아, 쿠바, 폴란드, 우크라이나 해군에서도 운용됐다.

2014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그 중 일부가 해군기지 바깥에 버려진 채 화려했던 현역시절을 추억하고 있다.

군수품 창고, 사우스 다코타

1942년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 육군의 블랙힐스 군수 기지(US Army Black Hills Ordnance Depot)로 창고 및 유지ㆍ보수를 위해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독가스인 머스타드 가스(Mustard Gas)와 사린(Sarin) 가스가 실험되기도 했다. 이글루(Igloo)라 불렸던 주거지역에는 교회, 병원, 학교, 우체국, 극장 등의 근린시설이 들어섰고, 인구는 1800여 명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기지가 1967년 패쇄되자, 주거지역이 철거돼 인근의 파인 릿지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옮겨졌고, 기지는 버려졌다. 2016년 민간 개발업자에게 팔린 뒤 575개의 벙커 중 일부는 24명이 일년간 생존하는 쉘터로 개조됐다.

최대의 도청장치, 베를린

냉전 시절, 미국 정보국은 서베를린에 소비에트 연방의 통신을 도청하기 위한 감청소(Listening Station)의 설치를 원했다. 그래서 이곳 그루네발트 숲에 인공의 언덕이 만들어졌다. 그 언덕에 세워진 것이 당시 세계 최대의 도청장치라고 할 수 있는 이 감청소다. 1963년 흰색의 탑과 돔이 세워졌는데, 최근까지 이곳에서 벌어졌던 일들은 비밀로 분류됐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될 때까지 이곳에서는 운용되다가 이후 폐쇄된 뒤 장비는 철거됐다.

사진=Abandoned Cold War Places


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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