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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타향도 정 들면 고향인걸까?

내가 지금 살고 잇는 동네는 이곳에서 오래 동안 살아 왔기 때문인지 어떤 때는 고향처럼 편안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내가 태어나 자랐던 고향과 기후도 비슷한 것 같다. 오래된 소도시의 고즈넉하면서도 활기 찬 분위기도 고향과 닮았다. 특히 겨울에도 대나무와 사철나무가 푸른 모습에서 문득 문득 고향 생각이 나곤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앞날을 생각해보면서 내가 죽어 뼈를 뭍을 곳이 고향이라기보다는 이곳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데 생각이 미치면 쓸쓸해진다. 한 평생을 살다가 돌아가는 곳이 자기가 태어났던 곳이라면 그 그림이 보기가 좋을 텐데. 그렇지 않고 돌아가던 길 도중의 어느 한 이국땅에서라면 그리다가 만 그림처럼 미진하고 쓸쓸한 것이 되고 말 것 같다.

아무리 인생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에는 몇 가지를 소유하거나 점유하게 되고 그 소유한 만큼에 대해서 주인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는 것인데 이곳은 내 고향이 아니다 보니 내가 가질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제약이 많고 따르고 토박이들이 누리는 여러 가지 이점을 다 누려보지 못하고 살아 가고 있는 것 같다.

일단은 내가 살아가고 잇는 사회에 대한 소속감과 유대감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겉으로는 다른 민족의 사람들과 어울려 한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고 잇는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피부색도 서로 다르고 쓰고 있는 말에서부터 사고방식, 문화, 생활방식 또한 서로 판이하게 이웃들과의 사이에서 공동체 의식이나 동질감을 느끼면 살아가기는 어려운 일이다.



내가 속한 사회에 대한 어떤 진정한 유대감도 없이 살고 잇는 현실을 비추어 본다면 이곳은 아직도 내게는 타향인 셈이다. 설사 내가 여기서 몇 가지를 소유하거나 몇 가지 이점을 누리며 살아간다 한들 고향 마을에서처럼 아버지와 할아버지, 그리고 조상 대대로 땅과 집을 소유하면서 지녀왔던 진정한 주인의식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그 주인의식이란 재산에 대한 소유권에서 생기기도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자기가 속한 사회에 대해 기여하고 공헌해 온 일들에 대한 결과로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이곳 미국땅에서 한 공간을 점유를 하고 사회 생활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주인의식이나 진정한 소속감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면 우리는 이곳에서 타향에서처럼 객으로 살아 가고 잇는 것이다.

오늘 내가 타향에서 살아가고 있다면 앞날에 다른 큰 변수가 없는 한 이곳, 타향에서 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어떤 사람이 어디서 어떻게 생을 마감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인 이유는 그 마지막 시점에서부터 그 사람이 그동안 그의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 사람들이 객사를 가장 두려워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나에겐 두 가지의 선택이 있는 것 같다. 이곳을 고향으로 만들면서 살아가던지 아니면 조상님들이 뼈를 묻은 고향으로 돌아가던지.


위선재 / 웨스트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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