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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산책] 외로움을 찾습니다

현대인들은 외로움을 외로움이라 여기지 않고 혼자인 것을 당연히 받아들인다. 고독 불감증, 고질병 환자다. 사람이 사람을 기대하는 것도 기다리는 것도 원치 않는 것이 그 대표적 증세다. 외로움과 불통의 아픔을 느끼지 못하기까지 수없이 깨지고 찢어졌으리라. 그리움과 기다림의 결과가 실망이라는 것을 오랜 반복을 통해 익히 익혔으리라. 그럴 때마다 입술을 깨물며 마음 속에 돌 하나씩 쌓아 올렸으리라. 쌓은 돌로 인해 조금씩 밖이 보이지 않았으리라. 형제가 보이지 않고 동료가 보이지 않고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으리라.

처음에는 눈이 나빠진 걸까? 시력을 의심하면서 보이지 않는 친구를 보려고 목을 길게 빼고 기웃거렸으리라. 순간, 묵직한 무언가가 뒤에서 뒤통수를 냅다! 후려쳤으리라. 평소 믿어왔던 친지의 배반에 며칠씩 밥을 굶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얼마 후 털고 일어나면 또 아팠던 시간도 경험했을 것이다. 상처받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맷집이 생긴 것일까? 사람들은 이제 아프지 않다고 한다. 혼자가 더 좋다고 한다. 심장에 굳은살이 박힌 듯 눈물도 말랐다고 한다.

현대인들은 왜 혼자 밥 먹고 혼자 술을 먹는 것이 편해졌을까? 눈치 볼 이유도 없고 상처받을 이유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내 맘대로 살 수 있다는 것이 좋을 것이다. 외롭지 않으냐고 물으면 사람들과 먹는 밥이 더 외롭고 뼈가 저리도록 쓸쓸하다고 말하니 아, 우리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4가구 중 1가구가 1인 가정이라고 한다. 요즘 젊은이 중 상당수는 혼자 자유롭게 사는 게 좋아 결혼조차 원치 않는다. 그들은 이제 '혼자여서 힘들다'가 아니다. '혼자'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힘들다' '싫다' '외롭다'가 아니라 '좋다' '재미있다' 등 긍정적인 서술어로 바뀌었다. 어느새 세상은 '혼자라서 좋다'가 여론조사 1위다.



혼자 살다 보면 외로움에 익숙해진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세상이 편하고 고요해진다고 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혼자 중얼거리며 살아간다.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하는 일이 익숙하다. 그래도 외롭지 않다고 한다. 편하다고 한다. 자유롭단다. 아니, 인간은 죽을 때까지 외로움의 분량을 가지고 사는 것이라 생각하면 외로움도 무던해진단다. 현대인들에게 '외로움'은 퇴화되어 가는 감정일까? 물질문명과 이기적인 삶이 '고독'을 마모시켰다. 외로움을 잠식시킨 자리에 뽑기도 힘든 철심을 박아 놓고 심술궂은 얼굴로 지켜보고 있다.

인간은 외로울 때 자기를 돌아본다. 외로울 때 생각한다. 누군가를 그리워한다. 고독이 느껴질 때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고향에 두고 온 어머님을 떠올린다. 그러니 현대여, 부탁한다. 풍요와 이기여, 간절히 소망한다. 외로움을 빼앗아 가지 말아다오. 외로움은 가장 마지막 남은 본능이다. 우리는 외로움을 연습한 후 가족을 찾고 이웃집의 창을 두드리며 살고 싶다. 외로움 속에서 갈고 닦아 손잡고 싶다. 외로움은 잠시 쉬었다 가는 숭고한 조건, 그 시간 없이 어찌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

고독 불감증이 심해지면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장기가 망가져 버릴 것이다. 생각해 보라.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같은 감정이 어찌 혼자서 비롯될까? 모든 감정은 한데 어우러져 부대끼면서 파생되는 필수 엔돌핀이다. 홀로 서성이고 홀로 바라보고 홀로 생각하고 홀로 결정하는 사람이여, 가슴에 철갑을 벗어 던지자.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심장에 조용히 말을 걸어 보자. 무엇이 외로움을 마비시켰을까? 외로움을 아는 자는 깜깜한 하늘에서 별을 볼 수 있다. 고독 불감증 환자는 알지 못한다. 바람이 할퀴고 간 자리에 꽃이 핀다는 것을. 고독이 지나가면 다시 환해진다는 것을.


김은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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