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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포럼]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

팰리세이즈파크 거리에서 쓰레기와 담배꽁초를 줍고 있는 팰팍한인유권자협의회 회원들.

팰리세이즈파크 거리에서 쓰레기와 담배꽁초를 줍고 있는 팰팍한인유권자협의회 회원들.

매일 아침 8시는 두 블록거리의 샌마이클성당 아침미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아내와 팔짱을 끼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상쾌한 아침의 길목에서 나는 반갑지 않은 광경을 목격하곤 한다. 아침 담배를 피우다 말고 꽁초를 아무데나 거리낌없이 습관적으로 버리는 젊은 청년의 모습이다. 오늘은 참지 말고 한마디를 하여야겠다고 별렀으나 끼어있는 팔을 끌어당기는 아내의 제지로 오늘도 그냥 지나쳐서 집으로 돌아온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시간, 아무리 좋은 뜻의 말일지라도 훈계를 들어야 하는 젊은이의 마음도 생각해 주어야 한다면서.

상큼한 아침 공기 속 담배연기

지금 살고 있는 타운으로 이사온 지 10여 년이 되었으니 아마 10년 훨씬 전부터 있어온 일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예의 바른 한인으로 보이는 청년이 상큼한 아침 공기에 담배연기를 연신 내어 뱉는다. 아침 출근용 카플차를 기다림이 지루한 애연가의 마음을 헤아려보기도 한다. 그러나 초등학교가 한 블럭 거리인 좁은 인도의 등교시간이다.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종종걸음으로 아침을 재촉하는 그 시간. 타인을 위한 조그마한 배려가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칠순이 다 되어가는 동안 담배라고는 입에 대지도 못하였던 까닭에 담배연기가 싫기도 하였지만, 윤리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함부로 집어 던져대는 담배꽁초에 관한 상념들은 한 사람 애연가를 향한 안타까움보다는 한인타운, 한인 공동체의 삶의 질에 관한 생각에 이르게 하였다.

나는 가끔 시간이 날 때면 작은 비닐봉지와 얇은 고무장갑으로 무장하고 쪼그리고 앉아 담배꽁초를 일 삼아 줍기를 여러 번 하였다. 자기가 버린 담배꽁초를 누군가가 주워서 거리가 깨끗하여 졌다는 것을 보고 느끼게 되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거리 청소로 시작한 유권자협

몇 해 전의 일이다. 동네구역 모임을 하는 자리에서 내가 살고 있는 근처의 거리라도 좀 깨끗하게 하자는 의견들이 있었다. 내 집 주위거리 청소를 솔선하면 이웃들도 동참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에 참석자 10여명의 전원합의로 시작하기로 하고 2~3차례 모였으나 정작 청소시간 참여인원은 겨우 몇 명 되지 않았고, 그 후 두어 번 만나고 나서는 아예 없어져버렸다. 그렇지만 이 일이 있고 난 후에 동참하였던 몇몇 분들 사이에 우리 타운에도 미국판 새마을운동을 전개하면 어떨까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하였다. 기존 단체의 활동과는 차별화된 모습으로, 이 타운에 살고 있는 주민으로서 나의 타운을 위하여 나 자신이 솔선하는 주민의식의 변화와 권리찾기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조직의 필요성을 이구동성으로 말하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가 훗날 유권자협의회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다시 부언하지만 팰팍한인유권자협의회 창립 전의 비공식적인 첫 행사는 한인타운 중심거리인 브로드애비뉴 보행자용 인도 주위 담배꽁초 줍기부터 시작되었다. 타운에서 주 1회 거리 청소를 규칙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넓은 인도는 'Air Blower'로 청소 하지만 담배꽁초만은 날아가지 않고 후미진 곳에 쌓이거나 갈라진 틈 사이에 끼어 일일이 손으로 하나 하나 제거하지 않으면 담배꽁초 청소는 불가능하다. 처음 참여한 10여 명의 주민 회원들은 대부분 회의적이었다. 깨끗하게 보이는데 뭘할 게 있냐고. 캠페인이 목적이라면 적당히 오가면서 시간이 되면 모닝커피 마시며 아침시간을 즐기자는 것이 대부분 참가자들의 마음이었지만 막상 구역을 4개로 나누어 작업을 하고 난 한 시간 후, 타운홀 앞에 재집결하였을 때의 참가자들의 표정은 시작 전과 비교하여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각자의 비닐봉지 속엔 각종 쓰레기, 담배꽁초로 한 가득 채워져 있었으며 손톱 밑이 아파서 더 이상 담배꽁초는 줍지 못하였다는 어느 분의 손가락 끝은 금새 피가 날 것처럼 충혈되어 있었다.

그동안 10여 차례 이상의 합동거리청소에 참여하였던 많은 주민들 대부분의 생각은 비슷하였다. 무심코 버리는 작은 담배꽁초 하나가 쌓여서 거리를 지저분하게 만들고, 환경을 오염시키며 그로 인한 청결불감증으로 다른 쓰레기까지 함부로 버리는 군중심리로 이어진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깨끗한 것을 좋다고, 아름답다고 선호하면서, 더럽고 무질서한 거리를 향해서는 저질이고 낙후되었고 하류층 지역이라고 낙인 찍는다. 사소한 일이지만 나 자신이 담배꽁초를 버리는 행동을 한다면 나도 수준 낮은 지역에 사는 주민일 수 밖에 없다. 적극적인 청소활동 참여를 통하여 자신의 생각을 정화하며 변화시키고, 그 기운이 이웃에게 전파되어 이웃과 타운을 배려와 상생의 아름다운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노력은 타운 주민으로서 의무를 실행하는 작은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양심수 갈릴레오의 교훈

중세 가톨릭교회에서는 침묵, 순명, 인내 속에서 깊은 구도의 길을 찾는 것이 전통적으로 최고의 가르침이 되어왔었다. 겸손함이 수계생활의 가장 큰 덕목으로 여겨졌고, 입 다물고 인내하며 기도하는 것만이 신앙인의 모범적인 삶의 모습이라고 강조되었고, 개혁을 위해 바른길을 제시함은 교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단죄도 서슴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최초의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의 학설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며 17세기 초 서슬 퍼렇게 권력을 휘두르던 로마 교황청과 대립하였던 갈릴레오의 경우이다. 독실한 가톨릭신자인 그는 자신의 학문적인 확신과 진실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은 의학자, 수학자, 물리학자이자 천체 과학자였다. 종교재판에서 종신형에 처해졌는데, 연금상태에서도 지동설에 관계된 각종 저술활동을 하는 등 가톨릭 개혁의 선구가 되었던 진정한 불굴의 가톨릭 신앙인이 아니었나 싶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그의 주장이 사실로 증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단죄가 풀리고 진리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갈릴레오가 침묵 속의 겸손이 교계제도의 가르침이라는 이유로 진리를 진리라고 말하지 못하고 입 다물고 있었다면 인류의 역사는 퇴보되었거나 많은 시간 동안 발전이 정지된 상태로 있었으리라.

내가 뜬금 없이 갈릴레오를 거론하는 것은 400여 년 전 진리를 위해 기꺼이 한 몸을 던졌던 그의 선구자적 의연함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타운, 팰팍은 개선되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갈릴레오 정신의 백분의 일 만의 정성으로도 우리는 그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팰팍 타운은 현실성 있고 구체적인 계획으로 맘 먹기에 따라 아주 쉽게 해낼 수 있는 작은 일들로 가득 차 있다. 작은 일들이지만 해낼 수만 있으면 혁명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얼마든지 해낼 수 있고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향해 주민들의 마음을 한데 모으는 움직임이다.

진솔·합리적 외침에 귀 열어야

점잖은 사람, 좋은 사람, 신의 있는 사람 등의 선한 표현으로 서로를 묘사하면서 우리는 이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공존하는 삶 속에서 선한 사람으로 스스로 판단하는 우리들 대다수는 나 자신만을 생각하고 이웃에 대해 무관심하는 소극적인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바른 길임을 알면서도'바름'에 애써 무관심하고 비켜서서 주위의 여론을 살피며 말을 아끼는 우리들 대부분의 선한 사람의 의식구조로는 사회공동체 시민의식의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소극적인 무관심 속에 퇴보해 가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진솔하고 합리적인 외침에 귀를 열고 그 외침이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함성이 되도록 마음을 모으는 것이야말로 발전적, 진보적 공존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내일 아침에는 모퉁이를 돌면 만나게 될 그 젊은 애연가 청년에게 다가가서 한 말씀 드려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해본다. 자신의 생명을, 가족들의 참담한 미래를 두려워 하지 않고 지동설을 끝까지 주장한 과학자 갈릴레오 양심수의 가슴으로, 아픈 손톱을 참아가면서 담배꽁초를 하나하나 주워 담는 팰팍을 사랑하는 유권자협의회 열성 주민의 정성으로 지난 시절 타운의 무자비한 공권력이 무서워 모두 숨 죽이고 있을 때 과감히 권리 찾기 운동에 올인 하였던 용기 있는 분들을 기억하면서, 내일은 어느 서생원 나리께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 지켜 볼 것이다.


권혁만 / 팰팍한인유권자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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