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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연을 날리며

우리가 쓰는 말 중에 만나면 넉넉해지는 단어가 있다. 친구·추석·생일 등이 있고 그리고 설날이라는 말도 있다. 이 말을 대하면 마음이 풍성해지는 것은 물론 어릴 적 품었던 동심도 함께 살아난다. 새로운 한 해와 색동저고리와 떡국과 세배와 설빔과 같은 말들이 되살아 나고 즐거운 시간이 그림 같이 떠오르며 미소를 짓게 한다. 추운 날씨지만 목도리 두르고 바람 부는 언덕에 오르면 상쾌함을 선사해 주던 연 날리기가 거기에 있다.

연을 날리며 바람을 즐기는 것은 색다른 감흥을 가져다 준다. 좋아하는 색을 입힌 꼬리 달린 방패 연이 하늘 높이 날아 오르면 높은 하늘 속에 나의 숨결과 손길이 닿아있는 것 같아 느낌이 좋다. 가느다란 연 줄을 통해 전해오는 바람 타는 연의 흔들림이 좋고 연 줄을 흔들어 창공에서 춤을 추게 만든 우리의 연은 신명 나는 어깨 춤의 또 다른 표현이다. 더 높이 더 높이 두툼하게 감았던 실이 모두 풀려나가도록 위로 위로 솟아 오르게 하는 우리의 바램이 그때에는 끝간 데가 없다.

하늘 높이 까마득한 곳에서 선회하는 연을 보며 저곳에 나의 시선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높은 곳에 오르면 시야는 넓어지고 자유로워지고 대담해지고 문득 세상사를 초월하는 무엇이 되는 기분이 된다. 그 기분이 좋아 어떤 이는 날마다 연을 날리고 있을까. 날마다 날리는 연은 실 끝에 매달려 아스라이 흔들리는 꿈이 된다.

연 날리기는 특별한 놀이다. 많은 놀이가 있어 가르쳐 주는 이 없어도 아이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 오고 있다. 거의 모든 놀이가 땅바닥에서 이루어 진다. 땅 따먹기, 구슬 치기, 딱지 놀이 등 모두 땅 바닥을 바라보며 힘을 모으고 열중한다. 땅 위에 그은 금을 따라 경쟁하며 기뻐하고 실망하고 그런다. 연 날리기는 땅 바닥을 벗어난다. 어떻게 이런 놀이가 시작되었을까. 하늘 높이 무엇인가 떠오르게 하는 별다른 생각을 하고 그 기구를 만들어 낸 그 사람은 땅바닥을 떠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무한한 하늘 속에서 춤추는 희열에 잠겼을 것 같다.



연 날리기는 은유로 읽히기도 한다. 틀을 만들어 종이를 바르고 실에 묶어 하늘로 던지는 눈에 보이는 그 행위 위에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실으면서 작은 한 개의 연은 얼레를 잡은 손 위에 여러 가지 삶의 모습을, 소원의 모양을 그려내고 있다. 오늘 앞 산보다 더 높이 띄어 올리는 내 연은 내일 새로운 세상을 여는 새로운 힘이 되고 놀라운 시야가 된다. 그리움을 눈에 보이게 들어내는 화사한 몸짓이 된다.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는지 말해주는 지도가 된다. 때로는 연줄을 끊어 멀리멀리 날려 보내기도 하는 결단으로 차마 끊어낼 수 없는 집착을 벗어버리기도 한다.

연을 날리는 것은 희망이다. 오롯이 희망이다. 연줄에 손을 대고 느껴보는 팽팽한 떨림은 내일을 바라보며 두근대는 심장의 소리다. 가슴 설레는 설날 즈음에 간절한 염원을 하늘 높이 떠올린 방패 연에 담아 푸른 창공에 심어 본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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