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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은하수

물은 없지만 은하수란 이름을 지녔다. 4천억개의 별들이 은빛으로 흐르니

어울리는 이름이다.

그 옛날 견우와 직녀의 사연을 애틋하게 만들기에는 건널 수 없는 물이야말로

가장 그럴 듯한 장애물이었던가. 하기사 외가 마을 앞 개울 건너 익어 가던



오디도 큰 비 내린 후면 닿을 수 없는 그대였지.



오디 또는 닿고자 하는 목표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갔다.

은하수든 물 불어난 개울이든 이름이 뭐든 내 앞에는 쉽게 닿지 못할 간격이 늘

거기 있었다.



그 닿을 수 없는 거리의 아픔. 그대와 나 사이, 나와 내 꿈 사이. 왜 닿지 못하는

무엇에 아파하고 사는지. 나 혼자의 비밀스런 번민이었는데 남의 방을 들어가

보니 누구에게나 은하수의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뻗어도 미치지 못하는 절망에 끌려 다니다가 문득 내가 건너다만 보던 곳에 손이

닿는 시점. 미칠 듯 기뻐 춤추는 그 짧은 작열.

컬럼버스에게는 대서양이, 도공(陶工)에게는 꿈꾸던 도자기가 나올 때 까지의

수많은 파괴가, 저마다의 은하수가 아니었을까.



우리는 그렇게 호모 에렉투스*에서 오늘에까지 이른 것일까

그래 우리는 앞에 놓인 하나의 은하수를 건너면 또다른 은하수와 마주치고

그 닿을 수 없을 듯한 항해를 목숨의 불이 꺼질 때까지 이어 가는가.



*Homo Erectus 직립원인(直立猿人)


성정숙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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