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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인생 빚' 참 많이 졌다" - 살아가며 죽어가며

장동만 / 언론인·뉴저지
장동만 / 언론인·뉴저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1/19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9/01/18 17:32

어느 80대의 일기장(98)

몸이 아플 때면 하나님께 기도를 한다. "80여 평생 남을 돕는 삶은 살지 못했지만, 해(害)코지 하면서 살아오진 않았습니다. 그 것 만이라도 어여삐 여기사 이 아픔을 덜어 주시옵소서."

옆에서 '그 사람'은 또 핀잔을 준다. "자기가 필요할 때만 하나님을 찾고, 그 기도를 들어주실 리가 있어요?"

돌이켜 보면, 일평생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지는 못 했다. 물론 거기에는 나로선 구구한 변명이 따른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마음의 여유가 없어서…그러나 객관적으로 볼 땐 한갓 핑계에 지나지 않을 거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 마음 가짐과 의지의 문제이니까. 그리해서 내 일생의 대차대조표(貸借對照表)룰 만든다면, '차(借)'변이 압도적으로 클 것 같다.

'주는 것' 보다 '받은 것'이 훨씬 많은 '빚진 인생'이다. 꼭 돈만의 문제가 아니다. 돈에 있어서만은 남에게 일전 한 푼 '빚 진' 것이 없다. 그러나 인생살이가 어디 돈만이 다 일 것인가. 아무리 매머니즘(mammonism) 시대라지만 사람 관계에 있어 돈에 앞서는, 물질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있지 않을까?

'마음의 여유' '마음 씀(用心)'도 물론 경제적 여유에서 나온다. 속담에 '곳간(庫間)에서 인심 난다' 했다. 내 코가 석자인데, 어느 여가에 이웃 사람들에게 마음을 쓸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자라온 환경, 미국서 살아온 행로에 비추어 볼 때, 지금 이만치라도 인간성(humanity)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 아닌가 라고 스스로 변명하고 자위를 한다.

"이마에 바늘을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서울) 깍쟁이." 나를 너무도 잘 아는 '그 사람'의 말이다. 그렇다. 나에게 이(利)가 되지 않으면 손가락 하나 까닥이려 하지 않는 '깍쟁이 인생'을 살아왔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제 다 늦게나마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 보니, 내가 그렇게 깍쟁이 노릇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나 같이 깍쟁이 노릇을 하지 않은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눈에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많은 '마음 씀'을 베풀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그리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돈 빚' 아닌 '맘 빚'이 너무나 많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 돈이라도 많으면 돈으로라도? 그럴 형편도 못되니 너무나 괴로울 뿐이다.

불교에서는 이 '맘 빚'을 이승 만이 아닌 전생.저승까지 연관 시킨다. 지광(智光) 스님의 법문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인생의 대차대조표 빚은 꼭 갚아야 한다. 전생에 빚을 많이 진 사람은 금생에 아무리 노력해도 그 빚을 갚기에 급급할 수 밖에 없다…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생을 거듭하며 '진 빚'이 많아 아직도 그 빚을 갚고 있기 때문이다…대차대조표의 빚이 다 청산된 다음에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또한 갈마(達磨) 대사의 '이입사행론(二入四行論)에도 '마음의 빚'을 언급하는 대목이 있다. "…어렵고 괴로운 일을 당하면, 이는 내가 전생에 알게 모르게 지은 악업의 과보를 받는 것이라 생각하여 '마음의 빚'을 갚으라."

* "건강하고, '빚' 없고, 그리고 맑은 양심을 가진 사람의 행복(조건)에 그 무엇을 덧붙일 것이 있을 것인가(What can be added to the happiness of a man who is in health, out of debt, and has a clear conscience)? -Adam Smith

* "누구에게도 '빚'이 없는 사람은 온 세상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있다(He looks the whole world in the face for he owes not any man)" -H. W. Longfe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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