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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수 속병클리닉] 혈압에 제일 좋은 약 주세요?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1/19 건강 7면 기사입력 2019/01/22 07:06

흔한 생활습관병 중 하나, 심혈관 질환 주요 원인

증세 없어져도 약 중단 금물, 재발 또는 합병증 유발 가능

혈압약에 대한 오해

아무 증상 없이 병원에 찾아와 정기검진을 받을 때도 고혈압은 자주 발견된다. 얼마 전 46세 되는 무병력의 남자가 병원을 찾아왔다. 2년 전 종합검진을 받을 때만 해도 괜찮았다는 김 씨는 혈압 180/110으로 고혈압이었다. "아니 그럴 수가… 전혀 아무 증세도 없는데." 특히 요사이는 회사도 안정되었고 별 문제 없이 사업을 해나가고 있다는 김 씨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것이 바로 생활습관병입니다. 생활습관병의 특징 중 하나가 병이 있어도 별로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라고 친절히 설명해 주는 간호사의 말도 김 씨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항고혈압제를 처방해 주고 환자에게 혈압 측정기를 구입해서 매일 한 번씩 측정하라고 말한 뒤 2주일 후에 보자고 했다. 바쁜 사업 일정 때문에 두 달 후에야 재진차 병원에 오게 된 김 씨의 혈압은 전번과 똑같이 180/110이었다. 알고 보니 처방 받은 약을 구입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아니, 혈압약은 한 번 먹게 되면 죽을 때까지 먹는다면서요? 오래 먹으면 좋지 않다고 해서…"가 김 씨가 약을 거절한 이유였다. 이렇게 심리적인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경우도 있고, 또 약으로 인한 부작용 등으로 문제가 생길까 두려워 약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고혈압이란?

고혈압은 가장 흔히 발견되는 생활습관병 중 하나로, 심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고혈압은 심장이 혈액 순환을 위해 힘겹게(혈액의 양이 증가하거나 혈액에 대한 혈관 벽의 저항이 높아져서) 일할 때 발생하며, 조기 발견 해 치료하지 않으면 심장병뿐만 아니라 뇌졸중, 신장병, 시력 장애 등 신체의 혈관 손상으로 인한 여러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고혈압의 특징은 대부분 상당한 합병증이 생기기 전까지 자각 증세가 없다는 것이다.

위 환자의 경우, 수축기 혈압(심장이 혈액을 동맥으로 보내기 위해 수축할 때 생기는 혈압)은 180mmHg이며 이완기 혈압(심장이 이완되어 혈액을 채울 때 생기는 혈압)은 110으로 양쪽 다 고혈압에 속한다. 심혈관 질환 예방 측면에서 볼 때 적정 혈압은 120/80이다. 하지만 신체 상태에 따라 혈압은 어느 정도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혈압이 높은(140/90 이상) 상태로 지속될 때 비로소 고혈압이라고 진단 내릴 수 있다. 혈압이 140/90이상으로 지속된다면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하며 정기적인 의사와의 상담이 요망된다. 여러 가지 검사가 필요하겠지만 신체검사 외에 전혈구 산정, 크레아티닌을 포함한 혈액의 화학적 검사, 혈당 검사, 소변 검사 등은 필수이다.

모든 생활습관병과 같이 고혈압도 여러 측면에서 유발 요인을 찾아볼 수 있다. 인종, 성별, 유전적 요인, 신장 질환, 약물, 체중, 식사, 생활 습관 등이 그러한 예들이다. 특히 체중 감소, 식이 요법(특히 저염식), 스트레스 조절과 생활 습관의 변화, 운동 요법 등은 1단계 고혈압을 치료하는 데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이러한 비약물 요법은 나중에 환자가 약물을 복용하게 되더라도 언제든지 지켜야 할 기본적 치료 방침인 것을 명심해야 한다.



혈압에 가장 좋은 약?

많은 환자들이 말하는 '제일 좋은 약'이란 무엇일까? 어떤 때는 가장 최근에 시판되기 시작한 약을 가장 좋은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 않다.

항고혈압제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혈압을 강하시키는 원리에 따라 여러 범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현존하는 항고혈압제를 크게 분류해 보면, 이뇨제, 베타 차단제, 알파 차단제, 칼슘 채널 차단제, 혈관 확장제, 안지오텐신 변환 효소 억제제, 안지오텐신 길항제 등을 들 수 있다. 개별 환자에 따라 고혈압의 주요 메커니즘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항고혈압제가 동일한 효력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어떤 환자에게는 베타 차단제만이 효력을 나타내는가 하면, 다른 환자에게는 칼슘 채널 차단제가 잘 들을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항고혈압제는 특유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이것은 각각의 환자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의사의 관찰 아래 신중히 복용해야 한다.



의사와 상의 없이 약을 끊지 말 것

혈압약을 복용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혈압약을 복용한 이후에 고혈압으로 인한 불편한 증세가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환자 임의로 혈압약 복용을 중단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생활습관병이 그렇듯이 혈압약은 고혈압을 정상 혈압으로 낮추어 조절해 줌으로써 고혈압으로 인해 발생되는 증세와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지, 고혈압의 요인 자체를 없애 주는 치료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세가 없어졌다고 해서 임의로 혈압약 복용을 중단할 경우 고혈압의 재발과 함께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 주위에서는 고혈압을 치료하는 약에 관한 선전물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현대 의학에서 고혈압을 완치시킬 수 있는 약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철수 박사=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리학을 전공하고 마이애미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조지타운 의과대학병원에서 내과 레지던시 후 예일 대학병원에서 위장, 간내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많은 임상 활동과 연구 경력을 쌓았다. 로체스터 대학에서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스토니브룩 뉴욕주립 의과대학과 코넬 의과대학에서 위장내과, 간내과 교수를 겸임했다. 재미 한인의사협회 회장, 세계한인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이자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Asian American Stomach Cancer Task Force)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Center for Viral Hepatitis)를 창설해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나아가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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