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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알함브라 궁전

빛깔은 은색 진한 초록빛이라 했다

그라나다가 품은 알함브라 궁전

버려진 역사를 끌어안고

나그네의 발걸음을 불러들이는 곳





무심한 바람소리만 남아있는 요새

이름없이 사라졌을 군인들의 침묵 대신

시에라 네바다*에서 끌어온 폭포소리만

지나간 영욕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낡고 비린 돌담 아래 말없이 누워있는 이야기들

사는 일은 한 줌의 바람이라 했던 젊은 날의 뒷모습

기타 몇 줄에 남아있던 청춘의 이야기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쓸쓸히 지고 있다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 스페인어로 '눈 덮인 산자락'이란 뜻


임혜숙 / 시인·베이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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